당신의 특별한 우울 - 우울증에 걸린 정신과 의사의 치료 일기
린다 개스크 지음, 홍한결 옮김 / 윌북 / 202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우울증을 직접 겪었기 때문에 더 인간적이고 이해를 잘하는 치료자가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정신과 의사도 우울증을 겪는다. 다른 과 의사보다 더 많이 겪는다. 우울증 전문가라고 해서 우울증에 안 걸린다는 법은 없다. 내가 모든 답을 다 아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내가 아는 것도 있다. 이런 것들이다. 처음 온 환자는 무슨 문제인지 말해보라고 하면 정확히 말로 표현하기 어려워한다. 마음 한구석에 감춰진 어떤 감정이 느껴지는데 거기에 맞는 말을 생각해내지 못한다. 문제가 무엇에서, 왜, 어떻게 비롯되었는지 아직 뚜렷하게 인식하지 못한다. (p.14)

 

사람은 누구나 타인과 허물없이 지내면서 친밀감을 나누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 하지만 그런 친밀한 관계에서 정서적 · 신체적 · 성적으로 다칠 위험이 가장 클 수도 있다. 실제로 우리는 그 누구보다 가까운 사람, 과감히 믿었던 사람에게서 씻기 어려운 마음의 상처를 입는 경우가 많다. 어릴 때 그런 정서적 외상을 겪고 나면 우울증에 취약해지기 쉽다. 어른이 되어을 때 정서적 회복력이 떨어져 인간관계를 맺고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정서적 외상은 자아상에 부정적 영향을 끼침으로써 나중에 자해 행동을 유발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P.65)

 

인간은 본래 사랑받고자 하는 욕구가 있지만, ‘사랑’이 무엇인지 정의하기는 쉽지 않다. 사랑은 종류도 다양하다. 자식에 대한 부모의 무조건적 사랑이 있는가 하면, 연애 감정이 막 불붙기 시작한 커플의 성적 욕망도 있고, 오랜 세월을 함께한 동반자 간에 느끼는 원숙한 책임감도 있다. 사랑은 양방향일 수도, 외방향일 수도, 폭력적일 수도, 치유적일 수도 있다. 가족에게 사랑받으며 성장한 경험은 어른이 되었을 때 우울을 이길 힘이 되어줄 수 있다. 또 어른이 되었을 때 힘이 되고 사랑해주는 사람의 존재는 힘든 어린 시절에 받았던 상처의 해독제가 되어주기도 한다. 그러나 실연이나 파경은 우울증을 일으킬 수 있을 뿐 아니라 이전에 겪었던 상실의 아픔을 다시 들쑤실 수도 있다. (P.102)

 

 

 

이 책은 평생 우울증을 겪어온 정신과 의사가 자신의 우울과 삶을 돌아보며 환자들의 특별한 속 이야기를 섬세하게 읽어내는 책이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의사이면서 환자이자 학자로 살아가는 정신과 의사의 우울증 치료 일기. 두려움, 상실, 상처, 사랑, 강박, 외로움···. 내 취약성을 건드리는 우울의 다양한 이름들. 나는 왜 그때 무너져 내렸을까? 대개 사람들은 정신과 의사라면 자신의 우울증 정도야 쉽게 치유할거라 생각하지만, 이는 천만의 말씀! 마음에서 일어나는 흔들림은 순간적으로 뚝딱 해결되는 종류의 것이 아니다. 우울증 전문가라고 해서 우울증에 안 걸린다는 법은 없다. 아니 오히려 다른 과 의사보다 더 많이 겪는 일이다.

 

그에게 있어 우울은 함부로 진단하는 것이 아니며, 일반화할 수도 없고, 개개인에 따라 시작점과 진행 경로가 다른 특별한 이야기. 신기하게도 이 책에는 진단명이나 치료법, 혹은 성공과 실패 사례들이 등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보다는 어느 때는 환자가 되었다가 또 어느 때는 정신과 의사가 되어, 저자 자신이 내담자로서 받았던 상담과 정신과 의사로서 환자들에게 행했던 상담을 과거와 현재, 의사와 환자 사이를 오가며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지금 우울을 겪고 있거나 우울을 치료하고 있는 이들에게 전하는 저자의 진심 어린 위로에 가슴이 찡. 의사가 아닌 환자로 저자 본인이 10대 시절부터 우울증과 불안을 주기적으로 경험하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온 경험자이기 때문에 환자들과 공감하는 바가 상당히 크다. 세상에 태어나 우울을 겪어보지 못한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아마도 이건 당신과 나, 우리 모두를 위한 이야기. 잊지 말자. 우울은 누구에게나 다르게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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