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재미난 집콕 독서 - 느긋하고 경쾌하게, 방구석 인문학 여행
박균호 지음 / 갈매나무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흑연 심을 비롯한 연필 제조기술이 시행착오를 거치며 발전한 것처럼 연필의 모양도 진화해왔다. 초창기 연필은 둥근 모양이었다. 연필이라는 것이 붓을 모방한 물건이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었다. 연필 생산이 늘면서 마무리 작업에 손이 덜 가는 사각 형태로 바뀌었다. 그러다가 사각형 연필보다 쓰기 편하고 원통형보다는 손이 덜 가는 팔각형 연필이 탄생했다. 한때 경사진 곳에서 잘 구르지 않고 세 손가락에 자연스럽게 맞는 삼각형 연필이 주목을 받았지만, 그 영광은 오래가지 못했다. 나무를 너무 낭비한다는 비난을 받았기 때문이다. 결국 잘 구르지 않고 손에 쥐기 편하며 쉽게 돌릴 수 있는 육각형 연필이 오늘날 연필의 대세가 되었다. (p.39)

 

최초의 책은 사실 인간 자신이다. 책이라는 물건은 정보를 보존하고 전달하는 장치인데 사람은 자신의 기억과 경험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해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다른 사람을 위해서 책의 역할을 한 사람들도 있었다. 고대 그리스 로마의 귀족들은 여러 명의 노예에게 각기 다른 책을 외우게 하고는 필요할 때 암송하게 했다. 노예들은 각자가 책이었고 도서관이었다. 말하자면 책을 암송하는 노예는 요즘으로 치면 오디오북이었던 셈이다. (p.47)

 

불행하게도 환경미화원의 업무 공간을 품위 있게 마련한 기관은 거의 드물다. 더럽고 고되며 위험한 일을 하는 사람일수록 근무 환경이 열악한 것은 비극적인 일이다. 우리가 누리는 편리함, 쾌적함 그리고 신속함은 힘들게 일하면서 열악한 처우를 받는 사람들의 희생이 있어서 가능하다. 톨게이트 종사원들은 화장실을 충분히 못 가기 때문에 월경하지 않으려고 팔에 피임기구를 넣는 시술을 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우리가 왕이나 장군의 관점이나 업적으로 배우는 찬란한 역사는 더럽고 고되며 위험한 일을 하는 사람이 없었으면 이뤄질 수 없었다. (p.79)

 

 

 

책과 어색한 사이가 되어버렸다면, 잃어버린 독서의 재미를 다시 되찾고 싶다면 바로 여기로! 집콕 생활자들에게 보내는 저자의 유쾌한 초대장 <이토록 재미난 집콕 독서>. 저자는 오랜 세월의 지혜가 담긴 고전에서부터 알아두면 쓸모 있을 일상의 지식이 담긴 스물여덟 권의 책을 특유의 엉뚱하고 자유로운 시선으로 읽어나간다. 수도원의 맥주는 보약이었다? 연필은 왜 육각형일까? 고고학이 맥주와 삽질의 학문이라고? 찰스 다윈은 《종의 기원》에서 조류독감을 예언했다? 도스토옙스키의 소설에 항상 읽는 인물이 등장하는 이유는 뭘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방법은? 정수기 온수 온도가 85℃인 까닭은? 세상에 나쁜 잡초는 없다? 축구에는 훌리건이 있지만, 야구에는 없는 이유는? 술술술 넘어가는 페이지. 모두 단번에 흥미를 끌만 한 이야기들! 생각보다 재미있다. 유쾌하다. 독특하다. 인문학? 어렵지 않아요~ 이 책이 바로 그 대표적인 예! 곳곳에서 마주하는 의외의 정보에 깜짝깜짝 놀란다. 알아두면 분명 쓸모 있는 잡학 지식! 책의 숨겨진 재미를 찾아내는 저자의 엉뚱 발랄한 방구석 독서법. 시간이 휘리릭~! 가뿐하고 경쾌하게 책과 함께 떠나는 인문학 여행, 방구석에서 폰만 들여다보지 말고 여기 이 책 어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