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아무 생각 없이 페달을 밟습니다 - 58일간의 좌충우돌 자전거 미국 횡단기
엘리너 데이비스 지음, 임슬애 옮김 / 밝은세상 / 2020년 6월
평점 :
절판


 

 

 

 

 

 

 

 

 

 

 

 

대체 나는 왜 이딴 걸 좋아하게 됐을까? 나는 바리바리 싸들고 다니는 게 좋다. 텐트와 침낭. 각종 장비와 옷. 음식과 물을 더 구할 수 있을 때까지 충분히 먹고 마실 음식과 물. 사람들이 가능하다고 하는 것보다 더 멀리 가고 싶다.

 

저 멀리 보이는 산. 가자 저곳으로. 그 산을 오르고 마침내 고지를 넘으면 지나간 일이 된다.

 

아! 끝까지 갈 수 있었다면 기분이 참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에게 포기를 허락하는 것 역시 기분 좋은 일이다.

 

 

 

 

“언제부터 사는 게 무서워진 걸까?” “나 잘하고 있는 걸까?” 살고 싶지 않아 힘들어했던 그 순간 눈앞으로 자전거가 보였다. ‘자전거 탈 때만큼은 기분이 좋았었는데···’ 나는 내게 자유를 선물하기로 했다. 결심했어! 애리조나주 투손에 있는 부모님 집에서 3700km 떨어져 있는 조지아의 우리 집까지 자전거 타고 갈 거야! 재밌었냐고? No! 물론 후회하는 마음도 들었다. 하지만 그냥 달렸다. 마음에 그늘이 질 때면 보이는 것들의 이름을 크게 불렀다. 작고 하얀 구름 세 조각! 동글동글 앙증맞은 잎을 가진 덤불! 그러자 마법처럼 순풍이 불어왔다. 일어나서 페달을 밟고 자고 다시 일어나서 페달을 밟고 자고를 반복했다. 머리를 비우자 마음에 여유가 찾아왔다. 체인에 걸려 엎어져도 웃음이 났다. 어느새 나는 단순한 인간이 되어가고 있었다. 무작정 달렸다. 2736km를. 온몸은 죽을 듯이 아팠지만 더는 내일이 두렵지 않았다. 

 

58일간의 좌충우돌 자전거 미국 횡단기를 담은 <오늘도 아무 생각 없이 페달을 밟습니다>.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이건 책인가? 메모장인가? 헷갈릴 정도로 여기저기 낙서처럼 끄적여놓은 투박한 메모들. 한 장 또 한 장 차곡차곡 순서대로 이어지는 이야기들. 단순한 여행일기라고 하기엔 뭐랄까. 주제가 너무나도 방대하다. 이민자 문제, 결혼 이후의 삶, 정신 건강 등 내용이 너무나도 포괄적이다. 단순하지만 단순하지 않은 이야기! 만나고 스치고 지나가는 사람들. 일련의 상황이나 보고 들은 모든 것들을 있는 그대로 과감하게 써내려간다. 그래서 더 실감이 난다. 여기가 정확히 어디쯤인지는 모르겠지만 곁에서 함께 한다는 느낌이, 작가와 같이 호흡하며 이심전심으로 함께 나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처음에는 굳이 왜?! 이렇게 무모한 행동(!)을 한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지만 읽다 보면 저자의 마음이 살포시 녹아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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