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아픔이 낫길 바랍니다 - 보통의 죽음을 배웅하고 다시 삶을 마중하는 나날
양성우 지음 / 허밍버드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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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는 지금 살아났지만,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강한 각오의 냄새가 복도를 가득 메운다. 환자에게는 지금이 일생 중 가장 중요한 순간임이 확실하다. 그에게 주어진 생이 몇 시간일지 몇 년 일지는 중요하지 않다. 신의 영역은 내 관심과 능력 밖이고, 능력 밖의 일은 전혀 궁금하지 않다. 어쨌든 우리는 지금 그를 건져 내야 한다. 늪에서 꺼내 안전한 곳으로 옮겨야 한다. 그것만이 중요하다. 나는 바이탈 잡는 의사니까. 나는 내과 의사니까. (p.27)

 

쏟아지는 공격에 몸 곳곳에서 아픔을 느끼면서도, 그는 구부정히 몸을 숙이고 날카로운 질문을 종이에 적느라 여념 없었다. 한 마디로 놓치지 않겠다는 결의에 찬 표정이었다 환자가 살기 위해 죽음과 싸웠듯, 그 역시 자신의 미숙함을 이기기 위해 싸웠다. 혹독한 수련 과정은 그를 강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렇게 새끼 의사는 성장하는 것이다. 환자의 죽음을 기리며 더 큰 의사가 되기 위해. (p.115)

 

희망은 없고 끔찍한 이야기들뿐이다. 지금으로써는 완전한 재앙이다. 이 싸움이 언젠가 끝나기나 하는 것인지, 의사들도 잘 알지 못한다. 다만 총 한 자루를 들고 연기가 자욱한 전장에 나설 뿐이다. 전염병의 최전선, 그곳은 환자의 호전과 악화를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곳이다. 그곳에서 지난날의 기쁨을 떠올려 본다. 모르는 사이 찾아와 코를 찌르는 꽃향기 같은 승리의 내음. 어두침침한 참호에 한참을 누워 있다 흘렸던 환희의 눈물. 그리고 썩어 버린 땅에 손을 대고 기도한다. 우리에게 행복이 더 이상 사치가 아니기를. 다시 눈부신 생명이 이 땅위에 만개하기를······. (p.127)

 

내과 의사로서 저자가 가장 힘들었던 건 죽음에 익숙해지는 일. 사실 의사가 이렇게나 많은 죽음을 볼 줄은 몰랐다. 마음이 힘든 사람,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으로 슬픔에 빠져 있는 사람, 어떻게든 살아가야 하는 사람, 그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의사로서 자신의 감정을 내보일 수는 없는 일. 내과 의사는 오늘 말을 나눴던 이가 다음 날 죽어도 일상처럼 받아들여야 한다. 인간의 95%가 죽음을 맞이하는 곳, 내과. 그 긴 시간 동안 그는 고통받고, 배우며, 강해졌다. 환자의 병과 죽음, 보호자가 겪는 극한의 감정, 나의 뼈아픈 노력을 엮은 경험. “이 세상 모든 의사의 마음은 하나다. 환자를 살리는 것.” 어떻게든 생명을 살리고자 하는 의사의 진심 어린 마음이다.

 

삶과 죽음, 이 두 가지가 공존하는 병원. 그중에서도 인간의 95%가 죽음을 맞이하는 곳, 바로 이곳 내과. 진짜 내과 의사 이야기!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병원 속 의사의 실생활이 적나라하게 내비친다. 위기를 넘기고 뒤돌아서면 또다시 위기의 순간. 매일 그렇게 정신없이 돌아가는 하루하루. 마치 한 편의 의학 드라마를 보는 듯하다. 급박하게 이어지는 응급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또 능숙하게 처리해내는 능력이 거의 울트라급! 책을 읽으면서 덩달아 긴장하고 안도하고 어느샌가 감동이 쓰나미처럼 몰려온다. 환자를 살리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나 때문에 누군가의 삶이 망가질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그 중압감을 떨쳐내기란 너무나 어려운 일. 소리 없이 다가온 이별 앞에, 그 절망에 어떻게 익숙해질 수 있을까. 정말 대단한 사람 같아 보이지만 그들도 우리와 똑같은 평범한 사람에 불과한데 말이다. 지금 이 순간 한 생명이라도 더 살리고자 애쓰는 사람들, 코로나19 치료를 위해 몸에 맞지도 않은 보호복을 입고 온몸으로 땀을 흘리며 환자들 앞에 선 의료종사자들에게 감사하고 또 감사한 마음뿐! 의료진 여러분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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