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은 자들이 경험하는 방식 - 김솔 짧은 소설
김솔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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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온함이란 권태나 허무처럼 불완전한 상태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그녀는 잘 알고 있다. 거기서 전쟁과 살인과 증오와 죽음이 태어나는 것이다. (P.12)

 

 

머리 위에 끝없이 펼쳐져 있는 우주의 역사에 대해 고작 1퍼센트도 알지 못하는 인간이 망원경을 통해 우주 속에서 찾을 수 있는 건 무력한 개인과 광대무변한 신이 아닐까요? 인간이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암흑과 고요를 어떤 자는 부처라고 일컫고 어떤 자는 여호와, 어떤 자는 알라, 그리고 어떤 자는 시바라고 일컫는 게 분명합니다. 절대적인 것에 편의적으로나마 이름마저 붙이지 않는다면 인간은 자신의 삶을 설명할 수조차 없으니까요. 인간은 늘 대상을 통해서만 자신을 인식한다고 배웠습니다. (P.46)

 

인간이라면 누구나 공허감을 지니고 산다. 특히 자의식으로 무장한 예술가들에게 일상은 외줄타기와 같다. 인종차별적 분위기가 미국의 모든 흑인 재즈 음악가들에게 마약을 쥐여주었다고는 단정 지을 수 없다. 그렇다고 인종차별주의자들을 옹호하는 건 결코 아니다. 우리는 단지 나약한 인간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다. (P.174)

 

 

 

세상의 이면, 두려움이 자라나는 그곳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국적을 넘나드는 다양한 장소와 인물들이 등장하는 40편의 짧은 이야기들을 담은 김솔 작가의 <살아남은 자들이 경험하는 방식>. 이 책은 그야말로 혼란 그 자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국적도 나이도 성별도 모두 다르지만, 이들은 모두 작가가 포착한 아주 짧은 찰나의 순간, 삶의 균열에 붙들려 있다. 평범한 것 같으면서도 또 어찌 보면 난해하기도 하고, 겉보기에는 여느 작품들과 별다를 게 없어 보이지만 실상 그 속을 들여다보면 상당히 특이하다. 생뚱맞게 이게 무슨 소리야? 듣도 보도 못한 이야기에 거부감이 들면서도 무의식적으로 문득문득 그 장면들을 다시 돌아보게 되는 묘한 끌림이 있다. 한 편의 이야기는 길어봐야 여섯 장 남짓? 매일매일 불안정하고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소설 속 인물들. 저자는 이 짧은 시간 동안 농담 아닌 농담을 들먹이며 독단과 편견에 사로잡혀 그 생각을 쉬이 떨쳐 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다양한 시각을 제시한다. 짧지만 긴 여운이 남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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