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형은 제시카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15
존 보인 지음, 정회성 옮김 / 비룡소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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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남자야, 그렇지?’ 나는 속으로 중얼거리고는 내 볼과 턱을 쓸어내렸다. 수염이 날 기미가 있는지 윗입술 위쪽을 더듬어 보았다. 내 바람대로 머지않아 수염이 날 것 같았다. 뒤이어 잠옷 바지 안쪽도 들여다보았다. 역시 난 남자였다! 제이슨 형이 하루아침에 남자에서 여자로 바뀐거라면, 나도 그럴 수 있을까? 난 그렇게 되고 싶지 않았다. (p.109)

 

 

난독증을 앓고 있는 데다 주목받는 것을 가장 싫어하는 샘에게 있어서 형은 어릴 적부터 우상이자 친구이자 자신을 가장 아껴 주는 보호자였다. 왜냐하면 엄마와 아빠는 늘 매우 중요한 일을 하는 분들이라(국회의원에서 이제 장관이 된 엄마와 엄마의 보좌관인 아빠) 늘 바빴기 때문에 아이들의 성장을 곁에서 지켜봐 줄 여유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아이들은 잘 자라주었다. 특히 제이슨의 형은 그런 상황 속에서도 흠잡을 데 없이 자신의 길을 걸어나갔다. 하지만 어느 순간 형이 달라졌다. 한없이 친절하고 살갑던 형이 뭔가를 숨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비밀을 알게 된 순간 샘의 삶은 겉잡을 수 없는 혼란의 소용돌이에 빠져들었다. 하나뿐인 우리 형이 누나라고?!

 

형이 이제 누...나? 하나뿐인 우리 형이 누나라고? 하루아침에 남자에서 여자로 바뀐 형이라니, 참 아이러니하지만 이게 바로 이 책의 핵심 내용이다. 자신을 이해해주길 바라는 아들과 사람들의 시선이 무서워, 사회에서 자신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 자식의 생각을 이해해줄 수 없는 부모의 팽팽한 줄다리기 한 판 승부! 열일곱 살의 어느 날 성 정체성을 고백한 제이슨과 이를 향한 가족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담아낸 소설 <우리 형은 제시카>. 책은 아이들 입장에서도 어른들의 입장에서도 다양한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우선 서로가 다름을 인정하고 그 의견을 존중한다면 좀 더 멋진 가족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입장을 바꿔 내가 만약 저 입장에 선다면 선뜻 그 의견을 지지해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머리로는 충분히 이해가 되는데 마음으로는 쉬이 그러지 못할 것 같다. 사회적 잣대와 더불어 그 시선들을 고스란히 받으면서 이겨내야 하는 자식 걱정에 불안해서 잠이나 잘 수 있을까. 아마 이런저런 이유로 부모와 자식 간의 의견을 추출하기가 상당히 어려울 듯하다. 트렌스젠더, 동성애자, 성전환자, 성적 소수자 등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고정관념,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방법과 성별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일깨워주는 책. 많이 무겁고 낯선 민감한 부분의 이야기를 유쾌하게 잘 풀어냈다. 자녀와 꼭 함께 읽어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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