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클로이
마르크 레비 지음, 이원희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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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사람에게 무슨 큰일이 일어나면 왜 죄책감을 느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걸까? 결코 똑같지 않은 삶을 각자 살다가 맞이하는 죽음도 각자 다 다른 것인데. 사고 전과 사고 후. 사고 후를 생각하면서 나는 줄리어스를 뚫어져라 쳐다보다 자책할 필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머리 감는 것에 동의하는 것이냐, 매기의 감독 하에 자기가 내 머리 감겨주는 걸 허락하는 거냐고 물었다. 내 머리에 ‘14시 50분’의 냄새가 배어 있는 모양이다. 내게 일어난 일을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내 시계가 멈춘 14시 50분……, 그 순간을 ‘14시 50분’이라고 명명했다. (p.74)

 

5번가 12번지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산지는 고모부를 도와주기로 결심하게 된 진짜 이유를 생각했다. 속내를 들키지 않고 둘러댈 만한 그럴듯한 이유는 없을까? 이 미친 짓을 받아들인 이유가 클로이에게 다가가기 위함이라는 걸 알게 되면 그녀는 어떻게 나올까? 겁을 먹고 달아날까? (p.164)

 

 

뉴욕 맨해튼 5번가 12번지, 붉은 벽돌로 된 9층 아파트에는 특별한 점이 하나 있다. 뉴욕 전체에 53대밖에 남아 있지 않은 수동식 엘리베이터가 있다는 것. 엘리베이터 작동을 담당하는 인도인 승무원 디팍은 입주민의 성향과 습관을 모조리 꿰뚫고 그들의 요구에 성실히 답하며 일한다. 종종 주민들은 그를 하인 부리듯 대하기도 하지만 단 두 사람, 휠체어를 탄 여성 클로이와 그녀의 아버지만은 예외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야간조 승무원 동료가 계단에서 추락하는 사고를 겪게 되고, 때마침 젊고 천재적인 인도의 청년 사업가로 네트워크 개발을 위해 미국에 온 산지가 고모부 디팍의 설득 끝에 추락 사고를 당한 동료를 대신하여 야간 엘리베이터 일을 맡게 되면서 평화롭던 이들 공동체의 삶을 뒤흔드는 변화가 찾아온다.

 

맨하튼 5번가 12번지 아파트의 주민들과 사고 이후 홀로서기를 준비 중인 9층 여자, 클로이. 박물관에나 등장할 법한 수동 엘리베이터를 운전하는 승무원 디팍과 리베라. 그리고 스타트업 기업 대표이자 뭄바이 최고 갑부, 하지만 지금은? 갑자기 일어난 일로 인하여 뉴욕에서 심하게 고생 중인 엘리베이터맨 산지까지! 저자는 다채로운 인물들을 중심으로 모든 편견과 문화, 계급과 인종의 차이 등 지금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편견에 대해 이야기를 이어 나간다. 한마디로 현실의 축소판. 이렇게만 놓고 보면 이야기가 제법 무거워 보이지만 딱히 그렇지만은 않다. 오히려 그보다는 더 유머러스하고 곳곳에서 감동이 묻어나와 재미있고 따뜻하게 읽힌다. 그건 바로 모든 편견과 문화, 계급과 인종의 차이를 초월하는 사랑의 힘 때문! 지금도 끊임없이 거론되고 있는 인종 차별. 피부색이 어때서? 뭐가 그렇게 잘난 걸까.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태어났다. 무엇이든 선입견이라는 색안경을 벗고 보아야 참모습을 알 수 있다. 색안경을 벗고 있는 그대로 사람을 대하라! 관계의 시작은 오직 눈앞에 보이는 모습 그대로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이를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걸 위트있게 전달해주는 책! 저마다 가지고 있는 다양한 편견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자는 의미에서 모두가 함께 읽어보면 참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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