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꽃같이 돌아오면 좋겠다 - 7년간 100여 명의 치매 환자를 떠나보내며 생의 끝에서 배운 것들
고재욱 지음, 박정은 그림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누구에게나 죽음은 낯설고 무섭다. 하지만 죽음을 생각하며 지레 겁먹고 떨거나 애써 외면할 필요는 없다. 전 인류 중 누구도 죽음을 피할 수 없다는 명백한 사실은 우리에게 큰 위로를 준다. 우리만 죽는 것이 아니니까. 삶이라는 이야기의 마지막은 죽음이다. 결코 피할 수 없다면 당당히 마주하는 편을 택하고 싶다. 나 역시 다른 사람의 죽음을 보면서도 나는 아직 아니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타인의 죽음에는 관대하고 나의 죽음에는 반쯤 눈을 감고 있었다. 이제 나는 눈을 뜨고 미래의 죽음을 살펴보려고 한다. 현재의 삶을 위해, 오늘을 위해서. (p.21)

 

요양원에도 일상이 있다. 바깥세상과 다르지 않다. 조금 느리고 조금 단순할 뿐이다. 거창한 희망과 열정으로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이든, 자세히 보아야만 보일 정도로 작은 희망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이든, 결국 모두 오늘을 살아간다. 건강하면 건강한대로, 아프면 아픈 대로 같은 하루를 살아간다. 이곳에서 지내다 보면 알게 된다. 지나버린 어제나 아직 오지 않은 내일보다 오늘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 그리고 오늘이라는 희망은 모든 이에게 가장 공평하게 주어지는 희망이라는 것을. 요양원에도 오늘이라는 희망이 있다. 요양원의 밤이 아침을 기다린다. (p.54)

 

하루하루 사라지는 기억이지만 내가 분명히 알고 있는 한 가지가 있다. 치매에 걸렸어도, 말하는 법을 잊었어도, 내 손으로 혼자 밥도 못 먹고 화장실도 못 가는 처지일지라도 나는 알고 있다. 나, 아직 살아있음을. (p.98)

 

 

 

<당신이 꽃같이 돌아오면 좋겠다> // 가족 또는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아련하게 느껴지는 이 책은 실제로 지난 7년간 치매 노인의 곁에서 머무르며 그들을 돌보고 결국은 떠나보내야 했던 현직 요양보호사의 이야기다. 요양원에서 인생의 마지막 시간을 살아가고 있는 치매 환자들의 일상을 돌보며 그들이 보여주는 삶의 모습을 글로써 솔직 담백하게 담아낸 저자의 경험담이다.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한 뇌손상에 의해 기억력을 위시한 여러 인지기능의 장애가 생겨 예전 수준의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상태를 의미하는 치매. 이를 겪게 되면 정상적이던 뇌가 손상 또는 파괴되어 전반적으로 지능, 학습, 언어 등의 인지기능과 정신 기능이 눈에 띄게 감퇴하여 혼자서는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하다. 예전과는 달리 지금은 너무나 흔해진, 언제 어느 때고 충분히 어느 누군가에게 일어날 수 있는 치매라는 병.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읽다 보면 애처로운 정경에 눈시울이 금세 뜨거워진다. 먹먹함에, 애틋함에 기어코 눈물이 터져 버리고 만다. 행복했던 그 시절을 추억하며 행복을 향해 한 걸음 또 한 걸음 내딛으며 앞으로 나아가는 이들에게 치매라는 병은 고통스러운 벌 그 자체. 소중한 이가 기억 속에서 서서히 사라져간다는 것. 사랑하는 사람들을 알아보지도 못하고 결국 어느 순간에 이르러서는 기억을 다 잊어버린다는 건 어쩜 죽음보다 더 고통스러울지도 모르는 일. 이렇게 보면 슬픔만이 우리를 맞이할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몸이 자유롭지 않거나 마음이 흉터투성이인 노인들, 이제는 다 커버린 자식을 알아보지 못하지만 여전히 어린 내 새끼 배고플까 온통 자식 걱정뿐인 노인들, 숨이 꺼지는 고통의 순간에도 오히려 남은 사람들을 위로하는 노인들······. 그들의 보잘것없어 보이는 하루를, 조각난 기억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내 마음이 치유받는 듯한 느낌이랄까. 사랑했던 사람에 대한 그리움, 절망적인 후회, 끝까지 놓지 못하는 열망 등이 고된 삶의 끝에서야 고삐가 풀린 듯 튀어나온 진심 어린 마음에 지금 이 순간 내게 더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진정한 행복을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저절로 깨닫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