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도키오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89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문승준 옮김 / 비채 / 202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발을 멈추지 않을 수 없었다. 다쿠미는 그를 돌아보았다.

“내 이름을 어떻게 알지?”

“말했잖아. 나는 당신을 잘 안다고. 그래서 찾았어.”

“너, 정체가 뭐야?”

“도키오. 미야모토 도키오.” 그렇게 말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미야모토? 장난치는 거냐?”

“장난 아냐.” 그의 눈은 진지했다. (p.41)

 

 

인간은 어떤 때라도 미래를 느낄 수 있어. 아무리 짧은 인생이어도, 설령 한 순간이라 해도 살아 있다는 실감만 있으면 미래는 있어. 잘 들어. 내일만이 미래가 아냐. 그건 마음속에 있어. 그것만 있으면 사람은 행복해질 수 있어. 그걸 알았기에 당신 어머니는 당신을 낳은 거야. 그런데 당신은 뭐야. 불평만 하고, 스스로 무엇 하나 쟁취하려 하지도 않아. 당신이 미래를 느끼지 못하는 건 누구의 탓도 아냐. 당신 탓이야. 당신이 바보라서. (p.396)

 

 

 

 

크게 한 방 터트려 일확천금을 벌겠다는 생각으로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한 채 제멋대로 살아가는 미야모토 다쿠미. 그가 또다시 홧김에 일을 그만둬버린 어느 날, 별안간 그의 앞으로 도키오라는 청년이 나타난다. 누구지 이 녀석은? 분명 오늘 처음 보는 얼굴인데 왠지 낯설지가 않다. 자신의 이름과 출생의 비밀, 음식 취향까지 다쿠미에 대해서 모르는 게 없어 보이는 도키오. 게다가 다쿠미와 비슷한 처지에 놓여있기까지 하다. 뭔가를 물어보면 대부분 두리뭉실하게 넘어가며 제대로 된 설명을 하지 않은 채 어느샌가 자연스럽게 다쿠미의 삶 속으로 들어와 버린 도키오. 도대체 이 녀석의 정체는 뭘까?

 

실망? 그게 뭔가요~ 별다른 수식어가 필요가 없다. 오늘의 일본을 대표하는 소설가이자,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 믿고 보는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 이쯤 되면 그의 전매특허나 다름없다. 지금 소개하고자 하는 이 책은 이별을 앞둔 아버지와 아들의 기적 같은 시간 여행을 담은 <아들 도키오>. 현재에서 타임슬립하여 과거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는 눈을 떼는 시간조차 아쉬울 정도로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목표는 대박! 하지만 현실은 무직. 하루하루 건성으로 살아가는 다쿠미. 그리고 별안간 그의 앞에 나타난 수수께끼투성이 청년 도키오. “나는 미야모토 다쿠미 씨, 당신 아들이야. 미래에서 왔어.” 그래서일까? 어딘지 모르게 다른 듯 닮아 보이는 이 두 사람. 23살의 아버지와 19살 아들. 만약 내가 과거로 돌아가 아버지와 마주하면 이런 기분일까? 서로 티격태격하며 싸우는 두 부자의 모습에 가슴이 뭉클! 일 분 일 초가, 야속하게 흘러가는 시간이 아쉬울 따름이다. 이번에도 역시 이 작가는 능수능란한 글솜씨로 여지없이 가슴 한구석을 따뜻하게 물들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