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 대재앙, 정보권력 -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새로운 신호들
데이비드 런시먼 지음, 최이현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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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에 대한 신뢰가 확고한 사회에서 정치적 실패는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 21세기의 문제는 우리가 신뢰하는 제도들이 얼마나 유지될지, 그 제도들이 언제 작동을 멈출지 등을 우리가 더 이상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이런 제도에는 정기적으로 치러지는 선거가 포함되며, 이는 여전히 민주정치의 근간을 이룬다. 또한 민주적 정당성을 갖는 입법부, 독립적인 사법부, 자유로운 언론도 민주적 제도에 포함된다. 이런 제도들은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도 계속 기능할 수는 있다. 이런 식으로 속이 빈 민주주의는 우리에게 잘못된 안도감을 느끼게 한다. 민주주의가 반응하지 않아서 짜증이 나고 화가 나더라도 우리는 계속 신뢰를 보내고 도움을 요청한다. 그래서 민주주의는 손상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너질 수 있다. (p.8)

 

취약한 민주주의 내부의 제도적 장치들은 정면 공격을 처리할 수 없으므로 쿠데타에 약하다. 강력한 민주주의는 제도적 장치들의 회복력이 뛰어나므로 정면 공격을 비교적 잘 견딘다. 결과적으로 안정된 민주주의는 측면에서 공격을 받는다. 어떤 공격은 쓸데없는 잡담으로 주의를 흩트린다. 어떤 공격은 은밀하게 숨어서 진행되므로 오직 관계자들만 실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확실히 알 수 있지만, 그들조차도 의견의 일치를 보지 못한다. 이런 현상들은 서로서로 도움을 주고받는다.민주주의의 종말에 관한 쓸데없는 잡담은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 확대되는 상황을 효과적으로 숨겨 준다. 그 사이에 점점 커진 공격 덕분에 확인되지 않은 실패에 관한 이야기가 양산된다. (p.82)

 

무심함은 환경 파괴와 핵전쟁, 집단 학살에 대한 망각으로 이어진다. 무심함은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마치 오락 활동처럼 기능해서 우리는 정신없이 즐기는 동안 우리의 미래를 좌우하는 주거지가 파괴되어 가는 현상을 알아채지 못하기도 한다. 혹은 과민반응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핵 억지력을 보복성 기술 경쟁으로 변질시켜, 자칫 상황이 잘못될 때 무릅써야 할 위험을 보지 못하게 할지도 모른다.아니면 다들 그렇게 하고 있기 때문에 아무 생각 없이 비참해지는 길을 따라 움직일 수도 있다. 어떤 경우든 미몽에서 깨어나려면 무언가가 필요하다. 민주주의는 미몽에서 깨어나기 위해 필요한 그 무엇일까? 아니면 이미 미몽이 되었을까? (p.120)

 

 

 

민주주의는 전 세계에서 이미 여러 번 사망했다. 우리는 그 모습이 어떤지 잘 알고 있다. 이런 현상이 자주 나타나지는 않겠지만, 그런 날이 온다면 아마 다음과 같은 모습일 것이다. 혼란이 발생하고 사회는 기능 부전에 빠진다. 결국, 질서를 회복하기 위해 군대가 개입한 후에야 사람들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것이다. 세계 곳곳에서 발생한 민주주의의 사망은 이와 같았다. 하지만 과연 미래에도 같은 모습일까? 어쩌면 우리는 잘못된 위협에 집중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책의 저자 케임브리지대학 정치학 교수 데이비드 런시먼은 쿠데타와 같은 정치적 실패만이 아니라 예측할 수 없는 대재앙, 혹은 정보 기술의 독점에 의해서도 민주주의가 무너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현재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위협처럼 통제할 수 없는 대재앙에 직면하면 사회 전체가 붕괴하면서 민주주의도 함께 무너져 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대재앙이 민주정치를 끝장낼 수 있겠지만 그런 사건 자체는 그리 큰 걱정거리가 아니다. 정말로 끔찍한 일은 남은 사람들이 생존 투쟁에만 몰두하느라 상황을 변화시키려면 투표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가 이런 위협에 직면해 무력해졌을 때, 민주주의가 무너질 위험은 얼마나 클 것인가?"

 

민주주의 이대로 괜찮은가.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는 언제든지 우리들에게 충분히 일어날 수도 있는 일. 쿠데타, 대재앙, 정보권력! 급작스럽게 예기치 못한 상황에 당면했을 때 우리는, 그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스스로 침착하게 또는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까. 이쯤 되니까 정말 궁금해진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판데믹 위기에 처한 우리 인류, 앞으로 민주주의는 어떻게 흘러갈까? 만약 민주주의가 무너진다면 과연 그 사태를 막을 방법이나 대안은 있을까? 아직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관련한 정보가 너무나 부족한 상황이라 세계 경제가 어디까지 충격을 받았는지 또 앞으로 더 얼마나 버텨낼 수 있을 것인지 정확히 예측하기란 어렵다. 하지만 지금까지 일어난 일들만 따져보아도 그 충격이 어느 정도인지는 누구라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아마 차차 가면 갈수록 이보다 더한 극한의 상황과 맞닥뜨릴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 우리는 앞으로 이런 상황들을 잘 이겨낼 수 있을까. 혹여나 지나온 과거를 또 다시 되풀이 하는 것은 아닌지 심히 염려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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