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타워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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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4시, 이제 곧 시후미한테서 전화가 걸려온다. 토오루는 생각한다. 언제부터였을까. 언제부터 나는 그 사람의 전화를, 이렇듯 기다리게 되었을까. (p.10)

 

사랑은 하는 것이 아니라, 빠져드는 거야. 토오루는 그것을, 시후미에게 배웠다. 일단 빠져들고 나면, 다시 나오기가 어렵다는 것도. (p.57)

 

“나는 내 인생이 마음에 들어.” 언젠가 시후미는 그런 말을 했다. “내세울 만큼 행복하다는 건 아니지만, 사실, 행복하고 안 하고는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니니까.”라고. 행복하고 안하고는 중요하지 않다.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그때의 토오루는 알 수 없었지만, 지금은 알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시후미가 주는 불행이라면, 다른 행복보다 훨씬 가치가 있다. (p.73)

 

 

 

창밖으로 비에 젖은 도쿄 타워가 빛을 내는 곳, 스무 살 소년들은 연상의 연인과 위험한 사랑에 빠진다. 하루 종일 그녀를 생각하며 그녀의 전화를 기다리는 토오루. 또래 여자친구와 연상의 연인 사이를 줄타기하는 코우지. 각자 서툰 걸음으로 길 위에 선 소년들. 어지러운 시간 속에서 그들의 사랑은 어떤 모양을 하고 있을까. 스치듯 가벼운 관계이거나 주체할 수도 없이 쏟아지는 짙은 감정이거나. 사랑 앞에서 인간은 한없이 나약해지고 한없이 비참해진다.

 

"함께 살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행복해." 스무 살의 불안, 질투, 열정, 그리고 사랑을 담은 이야기 <도쿄 타워>. 과연 토오루는 함께 살지 않으면서도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을까? ‘버리는 건 내 쪽이다'라고 정해놓은 코우지는 과연 자신이 원하는 대로 키미코와 쿨하게 이별할 수 있을까? 정말 오랜만에 다시 읽어보는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 나는 토오루의 사랑에 자꾸만 마음이 기운다. 차라리 스치듯 가벼운 사이였으면 좋았을 텐데······. 오직 시후미만을 위해 살아가고, 시후미를 통해서 세상을 배우는 토오루의 사랑은 순수함 그 자체. 그래서 더 애틋하고 안타깝다. 순수하기 때문에 더 위험한 사랑. 불안하지만 또 한없이 평안해지는 사랑. 잘못된 사랑인 걸 알면서도 작가의 필력 때문인가? 어느새 이들의 사랑을 응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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