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다,,, 또 쓴다 - 문학은 문학이다
박상률 지음 / 특별한서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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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를 골라 다듬다 보면 시인의 생각이 언어에 실린다. 시인은 생각만으로 세계를 구성하는 게 아니라 언어로 세계를 구성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언어를 사랑한다는 건 은유의 힘을 믿는 것이며, 언어로써 세계를 되찾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언어가 기존의 질서에 변화를 준다는 얘기. 이게 시가 지닌 은유의 힘이다. (p.31)

 

‘쓴다,,, 또 쓴다~.’

이 말은 누구보다도 내 스스로에게 다짐을 두는 말이지만, 작가는 오로지 쓰는 사람이고, 자기만의 독자가 있는 사람이지 여기 기웃 저기 기웃하며 호객행위를 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런 까닭에 문학은 문학이다! 자본주의가 극에 이르러 모든 것에 신자유주의를 내세우지만 문학은 문학 고유의 영역을 지켜야 할 터이다. 나만의 독자가 있으면 절대 굶어죽지는 않는다는 각오로 작가는 작품에 힘을 더 써야지 글 이외의 것에 눈을 돌릴 필요는 없을 터이다. (p.47)

 

사는 일도 원고 마감과 같다고 생각한다. 마냥 천년만년, 아니, 영원히 산다면 우리 삶이 절실할까? 죽음이라는 생의 마감이 있기에 살아 있는 동안 다 아등바등하는 것 아닐까? 단지 죽음은 삶의 등에 얹혀서 숨어 있다. 아니, 그림자이다. 좀체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러다 딱 한 번 모습을 드러낸다. 누구나 그걸 알고 있다. 그러나 평소엔 죽음을 의심하지 않기에 남의 일이다. 죽음이 자신의 일이 되었을 땐 이미 그는 죽음을 어쩌지 못한다. 삶과 한통속인 죽음! 영원히 살 것처럼 굴지 말 일이다. 그래서 모든 종교에선 삶 이후의 삶인 죽음을 언급한다. 그렇다면 죽음은 삶만큼이나 중요하다. 오늘도 원고 몇 개를 ‘절박하게’ 써서 마감한다. 아니, 내 삶의 ‘절박한’ 하루를 마감한다. (p.122)

 

 

삶과 세상을 읽다, 박상률의 솔직하고 담대한 고백! “언어를 사랑한다는 건, 언어로써 세계를 되찾는 것이다.” 무심하지만 다정하게 우아하지만 날카롭게. 언제고, 어디에서고, 어디에라도 쓰고 또 쓴다. 누구의 것도 아닌 오롯이 나만의 방식으로! 이 책은 수필과 글쓰기, 삶과 세상, 그리고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박상률의 수필집으로 수십 년간 독자들을 대상으로 강연한 내용과 더불어 지난 몇 년간 신문, 잡지, 웹진, 페이스북 등에 쓴 글을 한데 엮어서 책으로 만들었다.

 

 

“가장 좋은 문학은 기존의 형식에 붙들리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쓰는 일일 것이다. 문학은 쓰는 사람에 따라 다 다른 방식으로 쓰여질 수밖에 없다. 작가는 언제고 어디에서고 어디에라도 쓰는 사람일 테다. 그런데 독자를 따라다니고, 글을 쓰기 위해 어딘가로 가야 하고, 어떤 시간에만 글을 쓰고, 도구는 어째야 한다면? 그런 작가는 볼썽사납다. 작가란 어떤 경우에도 독자를 의식하지 않고 그냥 쓸 뿐이다.” 제목처럼 쓰고 또 쓴다. 글로써 세상과 소통하는 박상률 작가. 그가 풀어내는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들. 잔잔하게 때론 날카롭게 촌철살인! 이때다 싶으면 과감하게 뼈를 때리듯 묵직하게 펀치를 뻗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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