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리버 여행기 (무삭제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27
조너선 스위프트 지음,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 2019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가 이제 앞으로 말하려는 것은, 이 두 강대한 제국이 지난 36개월 동안에 아주 끈덕지게 서로 전쟁을 해왔다는 것이다. 그 전쟁의 발단은 이러하다. 우리가 달걀을 먹기 전에 그것을 깨트리는 방식으로 위쪽의 넓은 부분을 깨서 먹는 방식이 널리 인정되어 왔다. 그런데 현 폐하의 할아버지가 소년 시절에 계란을 먹으려고 오래된 방식으로 그것을 깨다가 그만 손가락 하나를 베고 말았다. 그러자 황자의 아버지인 황제가 모든 신민들은 달걀의 밑부분, 즉 갸름한 부분을 깨어서 먹어야 한다는 칙령을 내렸고 이에 불응할 경우 엄벌을 내리겠다고 위협했다. 우리의 역사서가 전하는 바에 의하면, 사람들은 이 칙령에 크게 분개했고 그리하여 이 문제로 여섯 건의 반란이 발생했다. 그 결과, 한 황제가 목숨을 잃었고 또다른 황제는 황위를 잃었다. (p.55)

 

 

자네가 해 준 말로 미루어볼 때, 자네 나라에서는 공직을 얻기 위해 완벽한 자질은 필요 없는 것 같아. 사람들은 미덕의 힘으로 귀족 작위를 얻는 게 아니고, 사제는 종교적 경건이나 학문으로 승진하는 게 아니야. 군인들은 행동과 용기, 법관들은 성실성, 상원의원은 애국심, 고문관은 지혜로 인해 그 자리에 보임되는 것 같지 않아. 자네가 생애의 많은 부분을 여행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기에, 지금껏 자네 나라의 수많은 악덕을 피해 왔으리라 생각하고 싶네. 그러나 자네가 내게 해 준 이야기와 내가 어렵사리 자네로부터 뽑아낸 대답들을 종합해 볼 때, 나는 이런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네. 자네 나라의 국민들 대부분은 가장 해로운 자그마한 벌레 같은 족속일세. 자연이 일찍이 땅 위에 기어 다니도록 허용한 벌레들 중에서 말이야. (p.162)

 

 

유쾌하고 기발한 모험담으로 유명한 <걸리버 여행기>. 하지만 <걸리버 여행기>는 초판부터 논란에 휘말렸다. 영국의 아일랜드 착취를 비판하고, 정치에 대한 독설과 풍자가 가득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책은 금서로 지정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그러던 중 한 출판업자가 묘안을 냈다. 원작의 거친 표현과 풍자를 삭제하기로 한 것이다. 그는 <걸리버 여행기>를 아동문학으로 탈바꿈하여 출간했다. 난쟁이와 거인들이 등장하는 환상적인 모험담은 어린이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 이로 인해 출간된 지 3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걸리버 여행기>는 아동문학으로 흔히 알려져 있다. 하지만 원전 <걸리버 여행기>에는 신랄한 인간 혐오와 사회 비판이 가득하다.

 

<걸리버 여행기>?? ‘당연히 알지! 모르는 사람이 어딨어?’ ‘아니, 이건 모를 껄?’ 이 책은 어렸을 때 아동문학으로 읽으며 자란 터라 모를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 원작을 처음 접하고 많이 놀랐다. ‘이게 이런 내용이었다고??’ “어서 와~ 원작은 처음이지?” 이건 뭐지?! 내가 기억하는 <걸리버 여행기>하고는 아주 거리가 먼데?? 내가 기억하는 <걸리버 여행기>는 난쟁이와 거인들이 등장하는 아기자기하고 흥미진진한 모험담이었는데, 원작은 정치사회와 인간 문명, 그러니까 당대의 부패한 사회와 짐승보다도 못한 인간의 행태를 거리낌없이 꼬집으며 신랄하게 독설을 퍼붓는다. 출간 당시부터 엄청난 인기와 논란을 동시에 불러일으킨 작품이라는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질 정도. 놀라지 마시라,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던 <걸리버 여행기>는 그게 끝이 아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