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다 부른 명량의 노래
정찬주 지음 / 반딧불이(한결미디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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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억추는 이이의 말을 되새기면서 집으로 향했다. ‘화살로 나라에 충성하는 장수’라는 이이의 말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김억추는 이이의 말을 말뚝처럼 가슴에 박았다. (p.64)

 

김억추는 그날 밤 해시쯤 벼루에 먹을 갈았다. 오랜만에 묵향이 동헌방 안에 번졌다. 칼과 활만 잡고 살아왔던 무장이 시를 쓴다는 것은 특별한 일이었다. 김억추는 이 통제사가 순절했다는 공문을 받고 오열했던 그날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이순신은 함경도 시전부락에서, 명량 바다에서 목숨을 걸고 함께 싸웠던 그의 상관이자 동지였으므로 더욱 한스러웠던 것이다. 김억추는 머릿속에서 맴도는 시상을 글로 풀었다. 이순신을 추모하는 시였다. (p.365)

 

 

이순신을 중심으로 한 임진왜란 이야기와 달리 그동안 우리가 이야기 밖에 두었던 장수들 중 하나인 김억추의 이야기를 그린 장편 소설 <못다 부른 명량의 노래>. 사실 김억추 장수를 두고 강단사학자들이나 영화 <명량>의 관계자들은 《난중일기》의 두어 구절 때문에 김억추 장수를 고민 없이 무능하고 비겁한 장수로 해석해버렸다. 이에 저자는 정반대의 의견을 내어놓았다. 나는 김억추 장수의 위상을 한마디로 평가하라고 한다면 다음과 같이 말하겠다. 전라우수사 김억추 장수는 명량해전에서 이순신 통제사와 함께 눈부신 전공을 세우고도 역사의 뒤안길에 묻혔던 용장이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특명으로 보낸 해적 출신 왜군 선봉장 구루시마 미치후사를 화살 1발로 죽임으로써 전선 13 대 133이라는 전력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단번에 전세를 뒤집어 버렸던 것이다. 누구의 말이 옳고 그른지는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만이 알겠지. 정찬주 작가의 장편 소설 속에서의 명궁수 김억추는 여러 사료와 관점을 종합하여 무능하고 비겁한 장수가 아닌 늠름하고 용감한 장수로 다시 태어났다. 역사는 정말 그것을 수용하는 작가의 입장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되는 듯하다. 이 또한 마찬가지. 충과 효를 다했던 장수, 임진왜란을 종식 시킨 장수, 이순신이 아닌 다른 장수의 시점으로 본 임진왜란은 또 다르게 다가온다. 익히 알고 있는 역사와 재미가 적절히 뒤섞여 독자 입장에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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