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언제나 조금씩 어긋난다 - 삶이 흔들릴 때마다 꼭 한 번 듣고 싶었던 말
박애희 지음 / 수카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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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 생활만으로는 삶의 억울함이 가시지 않는다. 그래서 어른에겐 사소한 나쁜 짓이 필요하다. 은희경 작가의 말처럼, 그렇다고 ‘남을 끌어들이면 대가를 치러야’ 하니 대신 몸이 상할 걸 걱정하면서도 담배를 피우고, 숙취에 머리가 깨지는 고통을 알면서 위장에 쓴 소주를 들이붓는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이 삶을 견딜 수 있을 것 같아서.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삐뚤어진 반항처럼 그런 자잘한 일탈이라도 하지 않으면 어느 날은 정말 삶의 궤도를 이탈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p.37)

 

언제부터였을까. 삶의 부등호가 내가 아닌 누군가를 향해 바뀌게 된 것은. 다른 존재를 돌아보느라 나 자신을 돌아보지 않게 된 것은. 아이가 태어나던 순간부터였을까. 아이가 없던 이전은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로 내 존재의 이유가 마치 아이 때문인 듯 몸과 마음을 바치던 그때부터였을까. 연로해진 부모님을 보며 더 바쁘게 살아 성공해야겠다고 마음먹던 그 순간부터였을까. 묵묵히 출근하며 버티는 것만이 모두를 위한 길이라고 마음먹고 다른 것은 잊자고 다짐하던 그때부터였을까. 나이가 들수록 온전히 나 자신으로 사는 일이 힘들어진다. (p.52)

 

살다 보면 바닥까지 가는 슬픔들이 파도처럼 인생을 삼켜버리는 시간이 찾아온다. 슬픔은 사라지지 않지만 숨 쉬는 것조차 힘겨운 시간들은 어떻게든 지나간다. 그 시간을 통과하고 나면 우리는 조금 다른 사람이 된다. 어긋나버린 인생과 후회의 시간을 잘 애도하며 생을 버텨낼 때, 인생은 한 편의 예술처럼 내면의 정수를 일깨우고 말해준다. 삶이 계속되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p.86)

 

 

 

어설프고 서툰 실수투성이의 20대를 지나 이제 겨우 삶이란 것에 적응을 하려던 찰나, 인생은 그녀에게 연타를 날리며 뼈아프게 말해줬다. 인생은 원래 네 뜻대로 되는 게 아니야. 분노하고 방황하는 시간을 보낸 뒤에야 깨달았다. 인생이 자신에게 묻고 있다는 걸. 그래, 이제 인생이 이렇다는 걸 충분히 알았을 테지. 앞으로 너는 인생을 어떻게 살 테냐. 

 

“인생은 너무나 자주 내가 기대한 엔딩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처음엔 내가 주인공인 줄 알았는데, 나보다 잘난 사람이, 나보다 더 많이 가진 이가, 나보다 더 운이 좋은 누군가가 주인공이 되어버리는 현실. 나는 인생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 내가 꾸었던 꿈들 중 몇 가지나 이룰 수 있을까. 아니, 인생이라는 무대에 내 자리가 있기는 한 걸까.” 이는 기대와는 다르게 언제나 조금씩 어긋나는 삶 속에서 울고 방황하고 비틀대며 힘들어하는 바로 우리들의 이야기. 저자는 말한다. “삶은 여전히 기대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겠지만, 그때마다 생에 대해 질문하고 사랑하기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우리 모두 자신만의 길에서 삶의 의미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주눅 들지 말자. 누가 뭐래도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니까. 이 책에 담긴 대부분의 글은 책의 부제목처럼 우리가 삶에서 흔들릴 때마다 꼭 한번 듣고 싶었던 말. 그래서 책을 읽다 보면 여기도 밑줄, 저기도 밑줄, 밑줄투성이다. 저자가 들려주는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에 기운이 불끈, 마음이 움직이고 이어서 눈길이 또 한 번 머무르니 한 장 한 장 페이지 넘어가는 속도가 느려질 수밖에 없다. 책을 읽을수록 표시해두어야 할 부분들이, 그러니까 다시 읽고 싶은 글들이 차곡차곡 쌓여간다. 삶에 유익한 이야기가 너무나도 많다. 별 다섯 개 만점! 헛헛한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 안아주는 이 책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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