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 웨이 다운
제이슨 레이놀즈 지음, 황석희 옮김 / 밝은세상 / 2019년 12월
평점 :
절판


 

 

 

 

 

 

 

 

 

 

 

 

 

 

그때 총성이 들렸다. 모두가 도망치고, 숙이고, 숨고, 몸을 꼭꼭 숨겼다. 모두 훈련받은 그대로 움직였다. 우린 입술을 아스팔트 바닥에 붙이고 기도했다. 총성 후 이어질 총알 박히는 소리가 우리에게 닿지 않기를. (p.10)

 

난 총을 쥐어본 적 없다. 심지어 만져본 적도 없다. 예상한 것보다 무거웠다. 신생아를 안아 든 것처럼. 하지만 난 알고 있었다. 그 울음소리는 훨씬 훨씬 훨씬 크리란 것을. (p.59)

 

위장이 뛰어올라 가슴까지 올라온 건지 가슴이 내려앉아 위장 속으로 떨어진 건지. 혹은 둘 다인지. 내가 아는 사람이었다. 벅? 난 뒷걸음을 쳤다. 진짜일 리 없어. 진짜일 리 없어. 적혀있는 거 보면 몰라? 날 쳐다보며 그가 말했다. 진짜일 리 없어. 진짜일 리 없어. 그치만 나는······ 난 말을 더듬었다. 나는······ 나는······. 내가 죽을 줄 알았지? 그가 말했다. 직설적으로. 직설적으로. (p.80)

 

 

 

주인공 윌은 열다섯 살이다. 어젯밤 윌의 형 숀이 총을 맞고 죽었다. 윌은 너무 슬픈 나머지 자기감정을 설명할 수도 없다. 하지만 윌의 동네엔 룰이 있다. NO. 1: 우는 것 - 하지 마라. 무슨 일이 있어도. 하지 마라. / NO. 2: 밀고하는 것 - 하지 마라. 무슨 일이 있어도. 하지 마라. / NO. 3: 복수하는 것 - 사랑하는 사람이 살해당했다면 그들을 죽인 사람을 찾아내어 죽여라. 하지만 총알은 종종 빗나간다. 엉뚱한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 그리고 세상에는 언제나 같은 규칙을 지키는 또 다른 누군가가 있기 마련이다. 윌은 허리춤에 꽂아 넣은 총을 확인하고, 엘리베이터에 탄다. 1층까지 내려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고작 60초. 소년이 살인자가 되기까지 남은 시간 고작 60초. 그리고 층마다 멈춘 엘리베이터에 올라타는 구멍 난 사람들.

 

상당히 독특하다. 페이지를 빼곡히 채우고 있는 건 글이 아닌 하얀 여백. 책은 운문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어 정말 빨리 읽혀진다. 단어 하나하나가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있다. 작가의 연출력이 굉장히 뛰어나다. 책이 표현하는 것이라고는 단어와 문장의 배치, 폰트, 기울기, 굵기가 전부. 어떻게 보면 별 것 아닌 것으로 비춰질 수도 있겠지만 작가는 이것으로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거리낌없이 연출해냈다. 제멋대로 일련의 상황들이 마치 영화속의 한 장면처럼 머릿속으로 그려지고 사건의 긴박함에 호흡이 가빠지기 시작한다. 그야말로 시간순삭! 정말 색다른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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