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과학 - 복잡한 세상의 연결고리를 읽는 통계물리학의 경이로움
김범준 지음 / 동아시아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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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가 부분의 단순한 합보다 크다는 말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아주 오래전에 이미 한 말이다. 네트워크의 구조로 서로 연결된 사람들은 놀라운 힘을 발휘한다. 혼자서는 단 1cm도 옆으로 밀 수 없는 커다란 바위가 있다. 한 사람이 두 사람이 되고 둘이 열이 되면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결국 여럿이 함께 힘을 모으면 바위가 움직인다. 이처럼 바위를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의 숫자에는 문턱값이 있다. 바위를 함께 미는 사람들의 수가 문턱값이 미치지 못할 때는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는다. 사람들이 제아무리 끙끙 힘쓰며 밀어도 바위는 꼼짝하지 않는다. 사람 수가 늘어나 문턱값을 넘어야 새로운 일이 벌어진다. 우라가 함께 사는 사회도 그렇다. 소통하며 연결된 다수는 세상을 바꾼다. 민주주의의 동력은 연결이다. (p.77)

 

서로 연결되어 정보를 주고받는 다수로 구성된 사회는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에 비해 엄청난 성과를 만들어낸다. 연결되지 않은 한 개인은,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다 해도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 아무리 힘이 세도 청동기 시대 고인돌을 혼자 세울 수는 없고, 우주의 기원을 연구하는 현대의 물리학자도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이론물리학자는 종이와 연필만 가지고도 연구를 할 수 있다고 하지만, 연구에 필요한 종이와 연필을 직접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면 이론물리학도 불가능하다. 아침식사로 먹은 토스트를 생각해보라. 밀을 키운 농부, 식빵을 구운 사람, 소를 키워 젖을 짜 버터를 만든 사람, 중간의 유통업자, 토스트기의 금속재료를 채굴한 광부, 토스트기를 만든 회사 등등, 정말로 길고 복잡한 관계의 사슬을 거쳐 눈앞의 식탁 위에 떡하니 토스트가 도달한 거다. 각자가 밀을 키우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면 어느 누구도 토스트를 먹기 어렵다.사회를 구성하는 한 사람이 하는 일은 단순할 수 있지만, 사회 전체는 복잡한 행동을 창발한다. (p.123)

 

베토벤이라고 그림에서 아름다움을 못 느낄 리 없고, 현대 유명 화가도 오페라 아리아를 들으며 눈물을 흘린다. 물리학자도 마찬가지다. 다른 모든 이와 마찬가지로 온갖 것에서 아름다움을 느끼고 감동을 한다. 물리학자로서의 장점도 있다. 붉은 노을과 쪽빛 가을 하늘, 전혀 다른 하늘의 이 두 색을, 공기 중에서의 빛의 산란으로 동시에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깨달음은 이전에 느꼈던 자연의 아름다움을 조금도 해치지 않는다. 거꾸로다. 오히려 아름다움을 훨씬 더 경이롭게 만든다. 한쪽 눈으로만 보는 아름다움보다, 두 눈으로 보는 아름다움이 더 풍성하듯이 말이다. 과학은 세상의 여전한 아름다움의 다른 면도 보여주는, 또 하나의 눈이다. (p.153)

 

온갖 주장이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를 현혹한다. 들어서 재밌고 감동적이라 해서 진실인 것은 아니다. 비록 아름답지는 않더라도, 진실의 맨 얼굴을 쳐다볼 용기가 바로 과학이다. 과학은, 인간의 이성이라는 나약한 무기만을 들고서 거대한 무의미의 풍차에 맞서온 용감한 돈키호테다. 구름 위에서 번개를 내리치는 멋진 수염을 지닌 상상의 존재가 아니라, 두려운 진실의 맨얼굴을 용감하게 이성의 눈으로 마주한 사람들이 세상을 바꿔왔다. 차갑고 냉정한 과학이 없다면, 지금보다 나은 아름다운 미래는 이룰 수 없는 꿈이다. (p.216)

 

 

 

 

 

 

복잡다단 세상의 회로를 독해하는 복잡계 물리학자의 유쾌한 과학 이야기. 무엇으로 전체를 읽을 것인가? 복잡계 물리학자는 부분과 전체의 연결로 세상을 읽는다! <책 읽어 드립니다>의 통계물리학자 김범준의 전체를 읽는 법. 물리학? 학창시절부터 쭉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고 멀리했던 학문이 바로 물리학이었는데, 여기서 이렇게 딱 마주할 줄 누가 알았을까(부들부들). 책은 우리의 일상과 친구 관계에서부터 사회 현상과 재해 등 자연현상까지 어떻게 작은 부분들이 전체로서의 사건이 되고 현상이 되는지 통계물리학의 방법으로 조명한다. 복잡한 세상의 숨은 규칙과 패턴을 연결망을 만들어 살펴보고, 연결고리를 찾아 전체의 의미를 읽는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통계물리학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

 

관계의 과학이란? 저자가 관계라는 단어를 가지고 생각했던 개념들. 연결, 소통, 상호작용 등 관계를 일컫는 것들을 자신이 연구하고 있는 통계물리학이라는 학문을 통해 보면 굉장히 많은 구성요소들이 다른 구성요소와 강하게 서로 관계를 맺고 있을 때, 전체가 보여주는 특성이 구성요소 하나가 보여주는 특성과는 다른 새로운 현상이 드러나는 그런 현상들이 많이 있는데, 저자는 이것을 두고 통계물리학 자체가 관계의 과학과 같다고 이야기한다. 이는 전통적인 통계물리학뿐만 아니라 우리의 사회도 마찬가지.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이 서로 관계를 맺고 살아가면서 우리 사회에서 뭔가 새롭고 흥미롭고 커다란 변화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의미도 함께 담고 있다.

 

변화는 언제 일어나는가, 귀가 얇은 지도자를 선택하면 생기는 좋은 일, 과학적으로 절친 찾는 법, 우정의 개수를 측정하는 방법, 광장의 촛불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니다, 사라진 만취자를 찾는 과학적 방법, 과학책 vs 소설책, 베스트셀러 수명의 비밀, 미래에 우리는 어디에 있을까, 아직 우리가 가보지 못한 가능성 등 복잡한 세상의 연결고리를 읽는 통계물리학은 경이롭다 못해 새롭다. 뭐랄까, 흥미진진하면서도 은근히 재미있다. 복잡하고 어렵다며 거부 반응을 일으켜 책을 펼쳐보지 않았더라면 몰랐을 것들을 하나씩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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