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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디자인은 내일을 바꾼다 -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디자인의 멋진 질문들 ㅣ 아우름 41
김지원 지음 / 샘터사 / 2019년 11월
평점 :





디자인의 지속력은 기능적 탁월함이나 환경적 유익함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제품과 사용자의 교감을 통해서도 가능합니다. 지속 가능한 디자인의 권위자인 조너선 채프먼은 사람의 마음을 계속 머무르게 하려면 ‘물건도 사용자와 함께 진화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합니다. 강력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사용자를 압도하지는 않더라도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사물들은, 우리가 끊임없이 삶의 이야기를 이어가며 잃어버린 가능성의 세계를 꿈꾸도록 돕습니다. ‘행복한 일은 매일 있다’고 말하는 작은 테디 베어, 위니 더 푸우의 위로에 힘입어서 말이죠. (p.21)
좋은 디자인은 좋은 삶을 만든다고 하지요. 좋은 디자인은 어떤 것일까요? 그가 쓴 《좋은 삶》이라는 책에는 유명 디자이너의 멋진 디자인과는 거리가 먼 사사로운 물건들이 담겨 있습니다. 길가의 부서진 화분이나 손 글씨로 쓴 목재상의 나무 간판, 어느 도시 작은 상점의 독특한 진열대, 주변의 재활용 물품들을 모아 궁여지책으로 쌓아 올린 서랍장들이 그것입니다. 이 사진들 속에는 일상의 문제들을 쉽고 간단하게 풀어가는 사람들의 작은 지혜가 담겨 있습니다. 사진 한 장 한 장은 다 짜 맞춘 퍼즐 한 판과도 같습니다. 퍼즐 조각 하나는 아무런 의미를 가질 수 업지만, 또 다른 조각과 연결하면 삶의 풍경을 만드는 하나의 이야기가 됩니다. (p.33)
대중문화는 특정 지역의 독특한 정서가 일상의 경험과 혼합되어 발현됩니다. 디자인은 그런 대중이 만들어내는 문화와 언제나 함께합니다. 시대를 앞선 전문적인 기교를 뽐내는 멋진 디자인도 필요하지만, 대중들의 생활과 정서를 이해하고 반영한 디자인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고 오랜 쓰임을 창출합니다. 하늘 우산이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것도 언제나 우리 주변, 생활 가까운 곳을 살피려 한 디자인의 시선 때문이지 않을까요? 티보 칼멘은 디자인은 단지 언어일 뿐이라고 말합니다. 정말 중요한 건 그 언어를 어떻게 사용하느냐 입니다. 그는 천국이 무엇인지 답을 주진 않았지만, 각자의 마음 속 천국을 상상하고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소통의 도구를 주었습니다. 디자인이라는 언어를 통해서 세상과 소통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건 언어를 구사하는 우리, 각자의 몫이니까요. (p.92)
디자인을 통해 세상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은 개인이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토마스 헤더윅은 “세상을 바꾸는 발상의 원천은 소통”이라고 말합니다. 개인의 독창성만으로는 오래된 이층 버스를 사용자와 환경을 고려한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개조하지는 못했을 겁니다. 사회가 요구하는 것들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없었다면 버스 승객들이 어떤 불편을 겪을지, 환경에는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했을 테니까요. 디자인적 사고를 하는 사람들을 창의적이라고 여길 수 있지만 그들이 특별히 남다른 것은 아닙니다. 단지 사용자를 위해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다양한 시각을 공유하고, 모으고, 결합하면서 개인과 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열린 사고를 할 뿐입니다. (p.112)
각계 명사에게 ‘다음 세대에 꼭 전하고 싶은 한 가지’가 무엇인지 묻고 그 답을 담는 인문 교양 시리즈 아우름의 마흔한 번째 주제는 창의적인 삶을 위한 디자인의 질문. 저자는 이 책에서 디자인에 대한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특징적인 사례나 디자인 그루의 철학적 사고를 엿보며 디자인의 발전 과정이 우리 일상에 어떤 의미를 주었는지 살펴본다. 그리고 여기서 나아가 독자들로 하여금 저마다 자신만의 디자인에 대한 정의를 스스로 찾을 수 있도록 돕는다. 누구나 사용하고 누구나 만들어낼 수 있는 일상 속의 디자인을 통해 디자인은 스스로의 방식으로 삶을 디자인하는 모든 사람들의 도구임을 역설하며 더 좋은 삶을 위해서 어떤 사고방식이 필요한지 생각해보는 기회를 나누고자 한다.
여러 가지 물건이 지니고 있는 디자인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 “디자인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언제나 존재하면서 세상이 잘 굴러가도록 기름칠도 하고, 청소도 하고, 고치기도 하면서 살아 숨 쉬게 한다.” 저자는 그런 측면에서 디자인을 ‘공기’와 같다고 말한다. 평소에는 눈에 띄지 않지만, 작동이 안 되거나 어딘가 흠집이 났다든지 해야 비로소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일상 그 자체. 어떤 때는 부담 없이 있는 듯 없는 듯 자연스럽게 우리의 삶 속에 스며들기도 하고 어떤 때는 ‘저건 뭐지?’ 확실한 존재감을 뽐내며 흥미를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각양각색, 천차만별. 그중에서 몇몇은 수년이 지난 지금에도 그 이미지를 또렷하게 떠올릴 수 있을 정도로 기억 속에 선명하게 각인되어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모나미 153볼펜. 이 볼펜이 태어난 것은 1963년 5월, 6·25 전쟁으로 황폐해진 삶 속에서도 기록을 통해서 삶을 다시 희망할 수 있는 매개물이었던 모나미 153볼펜은 당시 시내버스 요금과 신문 한 부의 값과 동일한 15원이었다. 살아가면서 최소한으로 누릴 수 있었던 최저 가격이었던 샘. 153볼펜의 현재 가격은 시내버스 요금보다 낮은 300원에 불과하고, 군더더기 하나 없는 예전의 모양 그대로 여전히 일상의 필수품으로 자리하고 있다. 이처럼 일상의 풍경을 만드는 디자인 사물들은 세상에 넘쳐난다. 아침에 일어난 순간부터 잠자리에 들기까지 우리는 수도 없이 많은 사물들을 선택하고 연결하며 저마다 삶의 의미를 만들어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