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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나라의 헬리콥터 맘 마순영 씨
김옥숙 지음 / 새움 / 2019년 12월
평점 :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던가? 고영웅을 서울대에 보내고 말리라! 마순영 씨는 어쩌자고, 그런 단순하고 무식한 결심을 했던 것 일까? 마순영 씨는 영웅이가 세 살이었던 때부터 아들을 서울대에 보내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세웠다. 미래의 서울대생이 되어야 할 당사자, 99년생 고영웅의 의사도 묻지 않고 허락도 받지 않고, 엄마 마음대로 정해버린 거였다. 당연히 고영웅은 서울대의 ‘서’ 자도 모르고 관심도 없었다. 세 살짜리 아기답게 순진무구하고 천진난만하게 먹는 것과 노는 데만 정신이 팔려 있었을 뿐이다. 마순영 씨는 왜 분수에도 안 맞는, 그 거창하고 위대하신 목표를 세웠을까? 대체 뒷감당을 어쩌려고? (p.16)
뭐니 뭐니 해도 머니가, 그놈의 돈이 문제였다. 돈이 없으면 꿈을 꿀 자유도 미래도 없었다. 마순영 씨의 오랜 꿈은 국어교사였다. 마순영 씨가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그놈의 가난이란 불치병 때문이었다. 집안 형편만 나쁘지 않았다면 서울대는 아니어도 인 서울대는 충분히 갈 수 있었을 터였다. 등록금이 없어 대학을 중간에 포기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돈 걱정 안 하고 사는 사람들이 가장 부러웠다. 가난하면 꿈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p.32)
“엄마들이 불안하기 때문에 아이도 엄마 자신도 힘들게 만드는 거지.엄마들이 사교육에 목매고 스카이에 목매는 건, 니 말대로 내 애만 뒤처질지 모른다는 것, 불안감 때문이야. 어디에 내놓아도 안 빠지는 번듯한 상품을 만들고 싶은 건지도 몰라. 실패해도, 넘어져도 괜찮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으니까, 그래서 무조건 미친 듯 달리는 거야. 불안해서.” (p.105)
“영웅아! 제발 이 문 열어!”
마순영 씨는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방문 고리를 붙잡고 매달렸다. 문이 부서져라 몸을 부딪쳐보았지만, 방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안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10분 전으로, 아니, 5분 전으로만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원수의 신발 밑창이라도 핥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악마에게 영혼이라도 팔고 목숨도 내놓을 수 있었다. 영웅아, 엄마가 너무 심했어. 밥도 안 차려주고, 라면 먹는다고 혼이나 내고. 엄마가 미안해. 하며 다정하게 말을 건넸을 텐데. 미안해. 이 말 한마디를 건넸을 텐데. 아들과의 사이에 수천 길이나 되는 낭떠러지가 가로 놓여 있었다. 그 낭떠러지를 건너갈 수 있는 길은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아들을 낭떠러지 저편에 위태롭게 세운 이는 바로 그 누구도 아닌 엄마였으니까. (p.204)
어릴 때 공부를 잘했지만 너무 가난해 대학을 그만둬야 했던 마순영 씨. 그녀는 이루지 못한 꿈을 아들을 통해 대신 이루고 싶었다. 학벌욕과 명예욕을 고영웅을 통해 풀고 싶었다. 누가 속물이라고 비웃어도 좋았다. 내가 못 갔으니 아들을 나 대신 보내면 되는 거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라고 하지 않았던가. 경험상 ‘흙수저’가 살아남기 위한 유일한 생존수단은 공부밖에 없다고 믿는 그녀는 아들 서울대 보내기, 개천의 용 만들기에 자신의 인생을 건다. 이름하여, 고영웅 서울대 보내기 프로젝트! 오직 1등과 돈만이 전부라 믿는 엄마 마순영 씨는 ‘우주 최강 꼴통’ 고영웅을 서울대에 보낼 수 있을까? 마순영 씨의 초대형 프로젝트의 막이 올랐다.
이 소설은 실제 아들을 서울대에 보낸 작가의 경험이 담긴 자전적인 소설이다. 못나고 나쁜 엄마 이력서를 부끄럽지만 있는 그대로 드러냈다. 입시전쟁 한가운데 뛰어들어 바라본 아이들과 학부모의 고통.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말에 서슴없이 공감했다. 누가 보면 너무 하다고 왜 그렇게까지 해야 하냐고 그녀를 원망할지도 모르겠지만 나도 자식을 키우는 입장이라 그런지 이런 상황이 마음이 너무 이해가 간다. 아이를 향한 부모의 욕심은 끝이 없다. 나는 알고 있는데 아이는 모르니까 가르쳐주고 싶은 마음, 이끌고 싶은 마음, 나보다 더 잘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하나둘 더해져 눈덩이처럼 커지다 보니 결국 엄마의 욕심이 아이를 그르친다. 어찌보면 그녀의 삶도 크게 한몫 하지 않았을까. 그녀를 그렇게 만든 삶이 안타깝고 또 못내 아쉽다. 자신의 아이가 같은 일은 겪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지독하게 애쓰는 그녀의 모습이 애처롭기까지 하다. 스카이대? 소위 대한민국의 일류대라 불리는 서울대학교, 고려대학교, 연세대학교의 첫 이니셜을 합성하여 만든 단어. 네** 어학사전에 버젓이 등재되어있을 만큼 부모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다. 흙수저, 금수저. 그깟 게 중요한가. 내 아이만 행복하면 됐지. SKY대? 그게 뭐가 중요해! 하지만···. 미안하지만 엄마 마음이 그렇게 너그럽지 못하다. 조금이라도 더 잘했으면 싶고 남들만큼만 했으면 싶다. 입시 실패가 마치 인생의 실패자인 것처럼 치부되는 우리 사회. 우리 어른들이 그렇게 만들었고 또 지금도 그렇게 만들어지고 있는 중이다. 태어날 때는 모두가 집안의 자랑이었고 그때만 하더라도 그들은 무엇이든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일등? 그런 게 뭐가 중요해. 우리 모두가 승리자가 되는 사회, 모두가 행복한 사회가 되길 염원해본다. 고영웅, 넌 정말 멋져! 누가 뭐래도 기죽지 마. 너의 앞날을 내가 응원한다! 그냥 네 속도로 살아. 그거면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