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
루이스 알베르토 우레아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2월
평점 :





‘어머니, 아직 돌아가시면 안 되는 거였어요 .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요. 아시잖아요. 이미 너무 힘들다고요.’ 하지만 어머니는 대답하지 않았다. ‘이것도 정말 어머니답네.’ 그는 생각했다. 무언의 대응이랄까. 어머니는 빅 엔젤의 과거에 의혹을 품고 결코 용서하지 않았다. 불이 났을 때 무엇을 했는지, 그 죽음에 얼마나 일조했는지. 그는 누구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을 참이었다. 영원히. (p.13)
“하필이면 오늘 같은 날에!”
그가 자녀들에게 분명히 선언한 메시지가 두 가지 있었다. 시간을 잘 지켜라. 그리고 변명을 하지 마라. 그런데 지금 그는 늦어서 무슨 알리바이를 댈지 수십 가지 변명을 만들어내고 있지 않은가. 자기 생일 전날 엄마를 묻으러 가게 되다니. 그의 마지막 생일이 될 터였지만, 아무도 그 사실을 몰랐다. 그는 명령을 선포하여 전국에 흩어져 있는 가족을 불러들였다. 이 생일은 아무도 잊지 못할 완벽한 파티가 되리라. (p.43)
죽음 네까짓 게 뭐란 말이냐. 벌레와 병아리나 죽는 거지, 천사는 죽지 않는다고. 골수암? 지난번에 약초와 미네랄을 발견했다고. 그걸 복용하면 산호초처럼 뼈가 다시 자란난다고! 비타민 C, 비타민 D, 비타민 A도 있어. 차가버섯 차를 마시면 돼. 장내 종양? 강황을 먹으면 돼! 셀레늄도 있고. 저런, 저런. 나는 천하무적이야. 그는 혼잣말을 했다. 나는 천하무적이 아니야. 빅 엔젤은 비록 휠체어에 앉아 있어도 자신에게 닥쳐오는 그 어떤 것도 무찌를 수 있다 믿었고, 다른 사람들도 역시 그렇게 믿었다. 그들에겐 그게 진실이어야 했다. 비록 자녀들은 무시무시하게 저질러댄 범죄행위와 도덕적 부패에 대해 빅 엔젤을 속이고 있다 생각했지만, 그래도 그들은 내심 빅 엔젤에게 아무런 오점이 없다고 믿으며 마음을 놓았다. 빅 엔젤은 언제나 그들을 잡아내겠지만, 그래도 용서해주리라. (p.91)
"어머니, 왜 하필 지금 돌아가신 거예요?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요!" 암 선고를 받은 한 집안의 가장, 70세 빅 엔젤. 그에게 남은 시간은 한 달뿐. 이에 그는 인생의 마지막을 앞두고 가문에 길이 남을 생일 파티를 열기로 결심하고, 미국 전역에 있는 대가족을 불러 모은다. 한데 이게 무슨 청천벽력 같은 소리야?! 생일 일주일 전, 빅 엔젤의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말았다! 인생에서 가장 성대해야 할 생일 파티는 시작부터 삐걱삐걱. 결국 빅 엔젤은 크나큰 결단을 내리는데 과연 그는 인생의 마지막 생일 파티를 무사히 끝낼 수 있을까?
아무도 말릴 수 없는 시한폭탄 같은 가족이 온다. 전세계를 웃기고 울린 가족소설 <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 커밍아웃하고 집을 나가버린 큰 아들, 배 다른 동생, 이혼을 세 번이나 한 동생, 미군에 속아 불법체류자가 되어버린 아들, 남편은 모르겠는데 어쨌든 애는 셋인 딸, 데드메탈에 빠져 삐죽삐죽 머리를 하고 다니는 손자, 입만 열면 욕을 하는 동생의 아내까지 서로 한 마디도 지지 않고 모이면 온갖 사건 사고를 일으키는 대책없는 가족! 장례식 다음 날 생일 파티?? 상식적으로 이게 가능해? 한껏 기대해도 좋다. 어떻게 죽음을 이렇게 유머러스하게 표현해낼 수 있을까. 웃음 속에 깃든 슬픔, 죽음을 웃음으로 녹여내는 유쾌함에 가슴이 저민다. 입은 웃고 있지만 마음은 따끔따끔 웃프다.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 죽음에는 나이 불문하고 때가 없다. 빅 엔젤도 그의 어머니도 마찬가지. 어느새 몸도 마음도 작아져버린 그들의 모습에 가슴이 찡하다. 누군가는 이미 겪었고 누군가는 앞으로 겪을 영원한 이별. 이를 받아들이는 가족들, 남겨진 이들의 슬픔이 웃음 속에서 표정에서 행동에서 고스란히 전해져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