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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도 괜찮지만 오늘은 너와 같이 - 잠든 연애세포를 깨울 우리 사랑의 기록
나승현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0월
평점 :





10대에 가졌던 노래방 목록,
20대에 가졌던 노래방 목적,
30대에 세운 노래방 기준.
노래방이라는 단어 대신,
연애라는 글자를 대입해보니 좀 그럴싸하다.
이상형의 목록을 세웠던 10대,
목적 의식이 뚜렷했던 20대,
남이 아닌 나를 돌아보는 30대의 연애 방식.
40대 50대에는 또 어떤 모습으로
사랑을 찾아갈까? (p.54)
70억 인구 중에 고작 한 명을 얻었을 뿐인데,
마치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벅찬 황홀감에 빠져들었다.
이 사람 도대체 뭐지? 당신 누구야?
우리가 만난 게 기적이 아니면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여기가 런던도 파리도 아닌데,
당신 하나로 삶의 배경이 바뀐 기분이었다. (p.68)
떠나 보면 기대했던 여행이 별것 아닐 때가 있다. 어느 순간이 되면 모든 풍경이 다 비슷비슷해 보인다. 삶도 그렇지 않나. 하지만 이 아무것도 아닌 여행을 함께해주는 이가 있다. 여행을 해보면 안다. 이 사람과 내가 맞는지 안 맞는지. 여행은 끊임없이 인내심을 실험하고 체력을 테스트한다. 고된 여행을 함께 버틸 수 있는 사람이라면, 아니 기꺼이 즐기는 경지에까지 이를 수 있는 사람이라면 만남을 넘어 일상생활을 공유해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반복되는 생활이 결코 지루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틈틈이 일깨워주는 사람과 아무 것도 아닌 일에 시간을 할애하며 살고 싶다. (p.150)
KBS 라디오 <사랑하기 좋은 날 이금희입니다>의 메인 작가로서 라디오 속 코너 ‘연애일기, 만약에 우리’를 통해 수많은 사람들의 사랑 이야기를 가장 먼저 읽어보는 나승현 작가. 그의 말을 빌려 말하자면 A4 열 장이 훌쩍 넘는 긴 분량의 사연부터 세 문장이 전부인 짧은 문자 사연까지, 청취자들이 보내온 사연 속에는 그들이 살아온 삶과 사랑의 역사가 담겨 있다. 드라마나 소설처럼 특별한 사건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날 것 그대로의 연애 이야기에는 그보다 더 깊은 진솔함이 있었다. 그래서 전하고 싶었다. 방송에서 미처 다 담지 못한 그 이야기들을.
“16부작 드라마처럼 금요일과 토요일에 사랑이란 녀석이 성큼 찾아와주면 얼마나 좋을까? 1년 365일 중 300일은 혼자여도 괜찮지만 한 계절만큼은 누군가 옆에 있어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이 텁텁한 세상에 조금 더 친절하고 경쾌하게 살아갈 수도 있을 것도 같다.” 사랑? 그래, 사랑! 없으면 죽을 것 같은 그런 불같은 사랑, 유유히 흐르는 강처럼 늘 변함없는 사랑, 이랬다가 저랬다가 종잡을 수 없는 사랑, 아낌없이 주는 플라토닉 사랑 등 세상에는 참 다양한 색깔의 사랑이 존재한다. 우리가 과연 사랑 없이 살아갈 수 있을까?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조용히 귀를 기울이다 보면 이따금 불쑥불쑥 고개를 들이밀던 연애세포가 놀라서 콩콩콩 움직이기 시작한다. 분명 남의 이야기인데 읽다 보니 나의 사랑 이야기가 되고 우리들의 이야기가 되어버리는 아이러니한 상황. 일상에서 마주하는 평범한 사랑 이야기가 드라마나 소설보다도 더 애틋하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