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모든 순간, 내가 곁에 있을게 - 나의 미라클, 나의 보리
최보람 지음 / 샘터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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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것에도 감탄하는 너의 마음과

언제나 느긋하고 여유로운 너의 태도는

세상과 나를 더 많은 곡선으로 이어줄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단지 오늘의 공기가 좋아서 신나게 뛰고 있는

너는 온전히 지금을 살고 있구나.

 

내가 현관문을 나서고 나면 보리는 뒤돌아서서

몸을 따뜻하게 해줄 이불을 찾아 아무도 없는 안방에 들어와

내가, 혹은 가족 중 누군가 올 때까지

깜깜한 집에서 잠을 잤다.

보리의 하루는 계속

같은 시간이었을 것이다.

온 집 안에 불을 켜고 티브이 볼륨을 높게 틀었다.

샤워를 하고 나와 소파에 앉으니

다시 초롱초롱해진 두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는 보리.

‘어디 나갔다 왔어? 언제?’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해맑은 눈으로.

나는 보리를 안아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미안하다. 사랑한다.

많이.

 

나는 오늘도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한 가지는 분명히 알겠다.

너 역시도 방해받고 싶지 않는,

혼자이고 싶은 날이 있는 거다.

혹시나 어디 아픈 건 아닐까 걱정했지만,

잘 먹고 잘 자고 똥고 잘 싸고

먼저 내 곁에 다가와 무릎을 베고 있는 것 보면

아픈 건 아닌 거 같다.

다행이야.

 

 

 

“나를 기다리던 너의 두 눈은 마치 내가 달이 된 듯한 기분이 들게 해. 깊은 밤, 뜻밖의 달맞이처럼 말이야.” 2019년 브런치 연재 화제작 ‘나의 보리’, 반려견 ‘보리’와 함께한 일상을 담은 <너의 모든 순간, 내가 곁에 있을게>. 이 책은 저자가 반려견 보리와 함께한 지난 십 년의 시간들을 그림으로 그려낸 이야기로, 마치 오래된 앨범을 들여다보듯이 때로는 다정하게, 때로는 가슴 뭉클하게 눈물샘을 자극하며 반려견과 함께한 일상의 추억들을 따뜻하게 담아낸다.

 

첫 반려견 토니가 세상을 떠난 지 오 년이 되던 해. 집에 도둑이 들어 가져갈 것도 없는 집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고 나갔다. 토니의 흔적은 희미해져 갔고, 집에 혼자 있는 건 무서웠다. 토니가 죽고 난 후 강아지를 마주칠 만한 곳은 피해 다녔다. 집 앞 대형마트 지하 일 층에는 동물병원이 있었는데, 에스컬레이터 바로 옆에 쇼윈도가 있어 쉽게 강아지들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나는 항상 그곳을 도망치다시피 지나가곤 했다. 하지만 그날은 왜인지 동물병원 안으로 들어갔다. 동물병원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왔을 때 로비 한쪽 구석에 쳐 있던 철장이 눈에 띄었다. 구석에 앉아 있던 어린 코카스파니엘. 철장 앞에는 ‘SALE’이라고 적힌 종이가 무심하게 걸려 있었다. 그 아이는 병원에 온 지 육 개월이 지나도록 반려인을 만나지 못해 쇼윈도에서 밀려나고 밀려나 바닥으로 내려와 있었다. 개월 수에 맞지 않게 작은 몸, 푸슬푸슬한 털, 힘없는 사지···. “아 아이, 제가 데려갈게요.” 이것이 우리의 첫 만남. 작은 결정 하나도 쉽게 내리지 못하는 내가 그 짧은 순간, 보리를 데려오기로 결정했던 건 지금 생각해도 꽤나 ‘신묘’한 일이었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묶인 이들의 결속력은 강하다. 함께한 세월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언제나 묵묵히 서로의 곁을 지키며 믿음과 사랑을 차곡차곡 쌓아나간다. 함께 먹고 놀고 울고 웃으며 행복으로 채워나가는 우리들의 하루하루. 반려견 보리와 저자의 따뜻한 일상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 안는다. 서로에게 위안이 되고, 힐링이 되고, 기쁨이 되고, 어느 하루에 일어난 일들은 지극히 평범해서 더없이 소중하고 아름답다. 이 순간을 영원히 함께하면 좋을 텐데 안타깝게도 반려견의 삶은 인간보다 짧다. 그런 이유로 우리는 언제나 무지개다리로 떠나 보낼 그들을 걱정하고 불안해한다. 함께하는 삶에서 홀로 남은 시간은 늘 그렇듯 불시에 찾아온다. 작고 어린 나의 동반자에게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 그저 내 곁에서 조금만 더 행복하기를, 지금 이 순간을 열심히 살아가기를. 무지개다리를 건너는 그 순간까지 함께이기를 우리는 가족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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