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팔이 의사
포프 브록 지음, 조은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9년 6월
평점 :
절판


 

 

 

 

 

 

 

 

 

 

 

 

 

 

그는 큰 야망을 가진 외과의였다. 그러나 당시 암 발병률이 실망스럽게도 너무 낮았기에, 이를 대체할만한 사업이 하늘에 떠 있는 태양만큼이나 필수적이란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간판을 내걸기에 이보다 더 나은 곳이 있을까? 적어도 당시에는 두 사람 모두 이 일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래서 이틀 후, 스티츠워스는 모두가 잠든 밤에 슬그머니 병원으로 왔다. 그는 옷을 벗고 수술대 위에 누웠다. 흰색 가운을 입고 마스크와 수술 장갑을 착용한 브링클리가 조그마한 은색 쟁반을 마치 성체처럼 두 손에 들고 들어왔다. 쟁반 속 거즈 위에는 염소의 고환 두 개가 놓여 있었다. 브링클리가 쟁반을 내려놓은 후, 마취제를 주사했고······. 수술은 15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누군가가 다른 누군가에게 돈을 주었고, 농부는 집으로 돌아갔다. 며칠이 흘렀다. 브링클리의 마음속에서 탐욕과 두려움이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그리고 2주 후, 농부는 희색이 가득한 얼굴로 다시 나타났다. 이렇게 해서 염소가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되었다. (p.51)

 

시카고의 상황은 브링클리의 예상과 비슷하게 흘러갔다. AMA의 지도부는 브링클리가 눈앞에서 사라지자 기쁜 마음으로 그를 잊었다. 그러나 한 사람만은 그러지 못했다. 모리스 피시바인은 2년 전 시카고에서 열린 염소 고환 이식수술 시연회에서 봤던 브링클리를 뚜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떠들썩한 소란에 들볶이던 이 편집자는 로스앤젤레스에서 나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러 갔다. 그 일은 단계별로 점점 커져서 그의 인생에서 가장 엄청난 경력이 되었다. 바로 의학박사 존 브링클리를 업계에서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었다. (p.99)

 

남들이 발을 질질 끌며 나아갈 때에도 브링클리는 현재에 충실했다. 그는 상품을 천막과 마을 광장에서 꺼내어 전국 방송에 내보낸 최초의 인물이었다. 그렇게 그의 상품은 환각에 빠지게 하는 마케팅의 힘과 결합했고, 몇 년간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1924년에는 전국에 개인과 기업을 합쳐 약 750곳에서 고환 회춘술을 홍보했다. 그중 가장 강력한 신호 중 하나가 캔자스에서 흘러나왔다. 브링클리는 그곳에서 염소 고환과 함께 브링클리 연구병원의 완벽한 보건 프로그램을 홍보하여 모든 경쟁자들을 압도했다. (p.157)

 

브링클리는 갑판을 샅샅이 뒤지다 가슴에 책을 얹어놓은 채, 대합실 의자에 앉아 햇볕을 쬐며 졸고 있던 피시바인을 찾아냈다. 그는 피시바인에게 다가가다 몇 미터 앞에서 멈추었다. 잠에서 깬 피시바인이 눈을 깜빡이더니 다시 책을 읽기 시작했다. 브링클리는 몇 걸음 더 다가가다 다시 멈추어 섰다. 입을 뗄 수 없을 것 같았다. 그가 여러 각도에서 자신의 분노를 보여주려는 듯 주변을 잠시 서성거렸지만, 피시바인은 그를 못 본 척했다. 기묘한 무언극이 잠시 이어졌고, 브링클리가 가쁜 숨소리를 내고는 돌아서서 성큼성큼 걸어가버렸다.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얼마나 실망스러운 결말인가? 둘 중 한 사람은 이렇게 생각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돌팔이 의사를 실제로 마주하자, 피시바인의 내면에 있던 무언가가 깨어났다. 그것은 무뎌진 목표의식을 자극했다. 그는 뉴욕 땅에 발을 내딛으며, 비열한 악당을 완전히 몰락시키기로 결심했다. (p.322)

 

1917년, 미국의 가장 뻔뻔한 사기꾼이라 불리는 존 R. 브링클리는 시들어가는 정력을 회복시켜주겠다며 남성들에게 기이한 외과 수술법을 소개한다. 그의 치료법은 단순했다. 염소의 고환을 제거해 사람의 음낭에 넣는 것이었다. 그는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염소 고환 이식술을 통해 발기부전 치료법의 돌파구를 찾게 되는데 터무니없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수천 명의 열성적인 고객들 덕분에, 브링클리 박사는 순식간에 미국 최상위 부자이자 전국구 스타가 된다. 돌팔이 사냥꾼 모리스 피시바인이 이 대담하고 위험한 사기꾼을 업계에서 몰아내려고 애쓰지만, 브링클리는 한발 앞서는 기발함으로 매번 피시바인을 따돌리며 광고계와 방송계, 정치계 모두 섭렵하며, 끝 모를 사기행각이 뿌리내리기 좋은 비옥한 토지임을 증명해낸다. 결국 두 사람은 법정에 서게 되고, 그들의 대결은 극적인 상황까지 치닫게 되는데······ 속임수가 난무하던 시대, 미 전역을 돌며 끝이 보이지 않는 대담함으로 활개치던 범죄자의 여정은 과연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까?

 

면허 없는 살인자, 천재 악마, 연쇄살인마로 불리는 최고의 돌팔이 의사 ‘존 R. 브링클리’의 실화 이야기 <돌팔이 의사>. 이 책은 뉴욕 타임스 선정 베스트셀러로, 저자의 책으로는 최초로 국내 출간을 하였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이야기는 20세기 미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 당시는 무면허, 가짜 면허를 가진 소위 돌팔이 의사들이 횡행했던 시기로, 탁월한 재능을 가진 자들의 천국이었다고도 할 수 있다. 그 중에서 존 R. 블랑클리는 단순히 의학적인 돌팔이 그 이상이었다. 상상력과 창의력이 뛰어난 재능 있는 사기꾼이었던 그는 수술법 이외에도 광고를 위해 라디오 방송국과 송전탑을 짓고, 비행기로 선거운동을 하며, 컨트리 뮤직을 처음으로 라디오에 도입하기도 했다. 그리하여 그는 라디오 방송을 통해 의학적인 조언을 함으로써 수많은 가정을 병들게 했고, 염소 고환 이식술을 통해 수많은 남자들을 죽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그의 인기는 식을 줄 몰랐고 사람들의 맹목적인 믿음이 더해져 주지사 출마까지 하게 된다. 이게 실화라니?! 책은 개인의 욕망 때문에 파멸되어 가는 한 인간의 모습을 아주 세밀하게 그려낸다. 자식을 번식시키고자 하는 욕망은 동물적인 것이면서도 동시에 인간의 본능이기도 하다지만 그런 개인의 욕망을 이용하여 제 사리사욕을 채우는 의사라니 이건 도가 지나치지 않은가. 너무 불쾌하여 절로 눈살이 찌푸려진다. 그가 가진 재능을 좀 더 정직하게 사용했더라면 모두에게 칭송받는 의사가 될수도 있었을텐데 정말이지 끔찍하게도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는 걸 다시금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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