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저녁의 가장자리에는
양태종 지음 / 윌북 / 2019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퇴근길,

나의 마음은 잔잔한 강물처럼 고요하다.

사람들은 저마다 몰래

오늘을 버틴 한숨들을

열차 아래 강물 속으로 던진다. (p.32)

 

도시의 그물에 걸린 차들의 속력이 느리다.

붉은 후미등이 물고기의 눈동자처럼 깜빡이는 저녁,

다행히 나는 그물 속에 들어 있지 않다.

저녁의 가장자리,

나는 힘겹게 그물을 뚫고 나가려는

우리들의 일상을 애써 외면하며,

빵빵거리는 경적 소리를 지나쳐

가까스로 도시의 그물을 빠져나온다. (p.43)

 

정제된 아침의 도시는 거대한 연못 같다.

무성한 수초처럼 길게 뻗어 있는 빌딩과

시름시름 앓는 물고기처럼 고여 있는 자동차들.

그 사이를 이리저리 헤엄치는 나는

작은 치어가 된 것만 같다. (p.67)

 

모두의 삶에는 각자의 방향이 있다.

강과 도로에도,

철교를 달리는 열차에도,

그리고 무심코 페달을 밟는 그대에게도. (p.75)

 

 

 

자전거에서 보는 세상은 때론 더 뚜렷하다. 오가며 만난 사람과 거리의 풍경을 보이는 대로 그림에 담으니 모두 이야기가 되었다. 초고속으로 움직이는 아침과 달리 저녁의 도시에서는 잘 보이지 않던 것들이 문득 눈앞에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그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 속도보다 방향에 마음을 두고 싶지만 방향보다 속도에 집중하는 하루, 그 끝자락에서 보고 느낀 것들을 이 책에 차곡차곡 모았다. 서울, 저녁의 가장자리에 있을 누군가를 위해.

 

이 책은 자전거 여행자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양태종이 서울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그림 에세이다. 수채화 특유의 따뜻한 터치로 빛과 어둠을 표현하는 양태종 작가의 작품을 곳곳에서 만날 볼 수 있다. 사람이 만든 것들 가운데 자전거만큼 정직하고 평화로운 게 또 있을까. 그 자전거가 작가의 그림 안에서 놀라운 마법을 부린다. 화가의 감성으로 포착한 어느 계절의 풍경들은 고요하고 아늑하다. 평소라면 그냥 지나쳤을 풍경들을 조용히 눈에 담아본다. 남들보다 조금 느린 속도로 골목 구석구석, 막힌 도로 사이사이를 막힘없이 달려 나간다. 귓가를 스쳐가는 바람을 손에 담아 보기도하고 하루종일 나를 괴롭히던 마음을 하나둘 바람에 날려보내기도 하면서 지친 이들에게도, 꿈꾸는 이들에게도 조용하고 다정한 위로와 격려를 선물한다. 마치 속 깊은 친구처럼 지친 마음을 어루만진다. 거창한 의미 같은 것은 없다. 그저 자전거를 타고 동네 한 바퀴를 도는 심정으로 자전거와 함께 한 삶을 이야기하려 했을 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