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오마가린 왕자 도난 사건
필립 스테드 지음, 에린 스테드 그림, 김경주 옮김, 마크 트웨인 원작 / arte(아르테)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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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금 조니는 성벽을 올려다보았고, 그때마다 자신의 추레한 모습과 마주했다. 구멍 난 옷, 신발 대신 두 발에 동여맨 닳아 해진 가죽 조각. 평생 단 한 번도 가져 본 적 없는 온갖 물건들의 무게가 어깨를 짓누르는 것처럼 느껴졌다. 배가 고프다는 사실은 무시하려고 애썼다. 맛있는 꽃이 만발한 들판에 서 있는 소라고 상상해 보려 했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그래서 조니는 흙바닥에 주저앉아 울기 시작했다. (p.53)

 

노파는 조니에게 설명했다. “이 씨앗은 엄청 힘든 상황이 왔을 때에만 심어야 해요. 심고 나서는 확신을 갖고 결과를 기다려요. 봄에 씨앗을 심고, 동이 틀 때와 밤 12시 정각에 물을 줘요. 항상 씨앗을 돌봐 주고 순수한 마음을 간직하고요. 불평하고 싶어도 참아야 합니다. 꽃이 피면, 그 꽃을 먹어요. 그 꽃이 당신을 배부르게 해 줄 거고, 당신은 두 번 다시 허기를 느끼지 않을 거예요.” (p.59)

 

마크 트웨인은 말했다. “때로 신들은 예정에 없던 휴가를 가기도 하고, 잠시 본분을 망각하기도 해. 그사이 비참한 사람들의 삶은 잠깐이나마 덜 비참해지지. 다음에 일어날 일은 이렇게밖에 설명할 수 없어.” (p.67)

 

봄의 첫날이었다. 조니는 매일 동이 틀 때와 밤 12시 정각에 물을 주었다. 잡초를 뽑고 돌을 고르며 열심히 돌보았다. 순수한 마음을 간직했다. 불평하고 싶어도 참았다. 한 달 동안 열심히 씨앗을 돌보자, 녹색 잎이 났다. 일주일 후에는 싹이 텄다. 또 일주일이 지나자 꽃이 활짝 피었다. 가장자리는 금빛이고 속잎은 담청색인 은은한 분홍색 꽃이었다. 예쁘지만 묘한 분위기의 꽃. 조니는 이제 더 이상 허기를 참을 수 없었고, 그 꽃을 뿌리째 잡아 뽑아서 먹어 버렸다. 하지만 꽃은 아무 맛도 없었고, 배 속이 텅 빈 듯한 기분만 더 심해질 뿐이었다. 조니의 마음은 무너져 내렸다. 눈물이 줄줄 흘렀다. (p.70)

 

세상은 아름답고도 위험해. 기쁘기도 슬프기도 해. 고마워할 줄 모으면서 베풀기도 하고 아주, 아주 많은 것들로 가득해. 세상은 새롭고도 낡았지. 크지만 작기도 하고 세상은 가혹하면서 친절해. 우리는, 우리 모두는 그 안에 살고 있지. (p.99)

 

 

 

 

1879년 어느 저녁, 파리의 한 호텔. 마크 트웨인의 딸들이 이야기를 들려 달라고 조르자 그는 옆에 놓인 잡지에서 아무 사진이나 골라, 떠오르는 대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조니라는 가여운 소년이 마법의 씨앗을 얻은 후 도난 당한 왕자를 구하러 가는 이 이야기는 5일 밤 동안 이어진다. 트웨인은 그 전에도 그 후에도 두 딸에게 수없이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지만 유일하게 ‘조니의 이야기’만 노트에 기록해 둔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오랫동안 미완성인 채로 남겨진다. 2011년, 이 노트는 캘리포니아 대학의 마크 트웨인 기록 보관소에서 구출된다. 그리고 칼데콧상을 받은 작가 필립 스테드와 삽화가 에린 스테드가 작품을 완성한다. 미국 문학의 전설적인 작가 마크 트웨인의 이야기가, 현대 아동문학을 대표하는 이들의 손길을 거쳐 아름다운 한 권의 책으로 탄생한 것이다.

 

 

우리의 주인공 조니의 하나뿐인 진정한 친구는 특이한 이름을 가진 우울한 닭이었다. 전염병과 기근. 그에게 남겨진 가족은 할아버지 밖에 없었는데 그는 정말 나쁜 사람이었다. 어느 날 할아버지는 어쩐 일인지 조니가 뛸 듯이 기뻐할 정도로 그에게 다정한 말을 건네더니 그의 유일한 친구 전염병과 기근을 팔아 먹을 것을 사오라고 해 조니를 슬프게 만든다. 어쩔 수 없이 닭을 팔기 위해 조니는 시장으로 향하고 그곳에서 상냥한 목소리로 구걸하는 한 노파에게 자신이 가진 거라곤 이 닭밖에 없다며 지금까지 이 녀석이 살아온 삶보다 더 나은 삶을 살게 해달라며 전염병과 기근을 내어준다. 그리고 노파는 친절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로 가방에 손을 넣어 담청색의 씨앗을 한 움큼 꺼내 조니에게 건넨다. 이 씨앗을 정성들여 키우면 두 번 다시 허기를 느끼지 않을 꽃이 필 거라고 하면서. 조니가 집으로 돌아오자, 아무것도 모르는 할아버지는 씨앗을 한입에 털어 넣어버리고 너무 쓰다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더니 그대로 자리에 누워 죽고 말았다. 봄의 첫날이었다. 조니는 심술 고약한 할아버지를 덮은 흙더미에 그 씨앗을 함께 묻고 정성스럽게 물을 주며 돌보았다. 그러자 마침내 꽃이 피었고 이제 더 이상 허기를 참을 수 없었던 조니는 그 꽃을 뿌리째 뽑아서 먹어 버렸다. 하지만 꽃은 아무 맛도 없었고, 배 속이 텅 빈듯한 기분만 더 심해질 뿐이었다. 조니의 마음은 무너져 내렸다. 그는 흐느껴 울면서 죽어 버리려고 황야로 걸어갔다. 그러자 그 순간 동물들의 말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조니에게 모든 동물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능력이 생긴 것이다. 숲 속으로 들어간 조니는 각종 동물들을 만나고, 동물들은 그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준다. 그러던 어느 날 조니는 숲속에서 올레오마가린 왕자가 납치됐으며 그를 구해줄 사람을 찾는다는 전단을 보게 되고 동물친구들과 다 함께 올레오 마가린 왕자를 구하러 길을 나선다.

 

 

미국의 셰익스피어 마크 트웨인이 남긴 마지막 이야기, 100년이라는 시간을 거슬러 우리 앞에 나타난 작품 < 올레오 마가린 왕자 도난 사건>. 이 책은 일반 책들과는 다르게 중간중간 원작자인 마크 트웨인과 그의 친구가 조니라는 이름의 소년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주고받는 대화를 바탕으로 이야기의 빈 여백을 차곡차곡 채워나간다. 보통의 책들과는 달라 신선하다랄까. 솔직히 처음에는 이게 무슨 이야긴가 싶었다. 내가 이해력이 떨어지나?? 처음 도입부 부분을 읽고 또 읽고 나서야 이해했다.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달리 동화라지만 동화같지 않아서 친구와 대화하듯 이어지는 이야기 형식이 낯설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후에는 그 상황 자체가 재밌게 느껴진다. 흥미진진한 이야기에 어느새 빠져들었다. 마법의 씨앗으로 동물과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을 얻은 조니. 성격이 포악한 할아버지가 죽고 난 후 이제 그의 삶에 햇살이 드리워지나 싶었더니 올레오 마가린 왕자 도난 사건으로 인해 또 다른 시련이 그를 찾아온다. 삶에 있어서 진정한 가치는 무엇일까. 돈만 있으면 필요한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는 세계, 그러나 그렇지 못한 이들에겐 한없이 비참한 세계. 아무리 돈이 많아도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한 가지는 가질 수 없다. 그것은 바로 진정한 친구. 서로에게 이유 없는 친절을 베풀고, 서로의 말을 진심으로 귀 기울여 들을 수 있는 친구. 폭정에 맞선 선량한 사람들과 조니와 친구들이 함께한 모험 이야기는 우리에게 주어지는 행복에 대해 중요한 기준을 부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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