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난생신화 조작 사건 ㅣ 상상도서관 (다림)
김종렬 지음, 김숙경 그림 / 다림 / 2019년 4월
평점 :






민들에 시장은 곰곰이 생각했다. 여론은 여론으로 잠재울 수 있다. 스포츠 대회나 축제를 유치하면 한쪽에 쏠려 있는 여론을 흩어 놓을 수도 있다. 하지만 시기가 좋지 않았다. 누가 봐도 의혹을 덮으려 한다고 생각할 게 뻔했다. 그런 생각조차 단숨에 집어삼킬 만큼 놀라운 사건이 아니라면 아무 의미가 없었다. 누구도 생각지 못한 것이어야만 했다. (p.13)
바닥에 떨어진 달걀을 힐끔거리던 민들레 시장의 눈동자가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바닥에 떨어진 삶은 달걀은 신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가 탁자 위에 세웠다던 그 달걀처럼 똑바로 서 있었다. 민들레 시장의 머릿속으로 번쩍하고 섬광이 스쳐 지나간 것은 바로 그때였다. 엉뚱하면서도 기발하고, 황당하면서도 어마어마한 생각이 번개처럼 떠오른 것이었다. 민들레 시장이 무릎을 탁 치며 회전의자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래, 바로 그거야!” 민들레 시장은 마치 정신 나간 사람처럼 배를 움켜쥐고 웃어댔다. (p.16)
인터넷 세상의 열기는 더없이 뜨거웠다. 각종 포털 사이트는 물론이고 개인 에스엔에스와 블로그도 온통 알 이야기로 도배가 되어 있었다. 특히 난생신화 연구회나 알사모(알을 사랑하는 모임)를 비롯해 ‘아이 러브 알’ ‘옹알옹알’ 같은 정체 모를 모임들이 마구마구 생겨나 수많은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한편에서는 알조작 음모론이나 외계인 출몰 같은 황당한 이야기도 터져 나왔다. 심지어 누군가 가짜 알을 만들어 민들레 시장이 저지른 비리를 덮으려 한다는 주장을 펼치는 단체도 생겨났다. 민들레 시장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주장이었지만 다행스럽게도 무수하게 쏟아지는 이야기와 온갖 추측 속에서 큰 주목을 끌지는 못했다. 이렇듯 난생신화 이야기는 풍선처럼 거대하게 부풀어 갔다. 그리고 누구도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거침없이 치달아 가고 있었다. (p.46)
민들레시의 시장은 각종 비리 의혹으로 자신이 궁지에 몰리자 대중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사람이 알을 낳았다는 ‘난생신화’를 꾸며 낸다. 이 얼토당토않은 이야기는 언론을 통해 민들레 시민들에게 전해지고, 가짜 알이 TV 화면으로 공개되자 대부분의 시민들이 한 치의 의심도 없이 난생신화를 믿어 버린다. 역사상 유례없는 난생이 사람들의 입과 입을 거쳐 새로운 역사가 되어 가고, 두 눈으로 난생의 역사를 생생하게 목격할 기쁨으로 민들레 시장과 관련된 비리 의혹에 대한 여론의 관심은 점점 사그라지는데 과연 민들레 시장은 가짜 뉴스로 시민들의 눈과 귀를 막을 수 있을까?
매일 폭우같이 쏟아져 내리는 정보들 사이에서 가짜 정보와 진짜 정보를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가짜가 진짜가 되고, 진짜가 가짜가 되는 건 정말 한순간! 사실 여부를 따지기도 전에 자극적인 내용을 실은 기사들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퍼져 나가고 어느새 가짜는 진실인냥 포장되어 진짜가 되어 버린다. 이러한 사실을 우리 아이들이 알고 있을까? 아니오! 날이 갈수록 취재 열기는 뜨거워지고 아이들은 진실인지 거짓인지 구분하기 보다는 이슈에 열을 올린다. 인터넷이 보편화되어 접하는 미디어는 많은데 학교에서든 어디에서든 딱히 이런 걸 알려주는 곳은 없다. 누군가는 분명히 가르쳐줘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저자가 나섰다. 거짓된 정보에 무방비하게 노출되어 속지 않도록, 아이들의 눈높이 맞추어 이를 그대로 믿었을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그 위험성을 깨닫고, 어떻게 하면 좋을지 스스로 방법을 생각해보며 대처할 수 있도록 도움의 손길을 건넨다. 방송과 미디어를 통해 사람들의 마음과 여론을 얼마든지 조작할 수 있는 요즘 그 심각성을 깨닫기 위해서라도 우리 아이들이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