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사의 여왕 백 번째 여왕 시리즈 4
에밀리 킹 지음, 윤동준 옮김 / 에이치 / 2019년 4월
평점 :
절판


 

 

 

 

 

 

 

 

 

 

 

나는 그에게 이마를 기댔다. “아스윈과 나는 정답을 찾아가고 있어요. 곧 당신을 그곳에서 구해 낼 거예요. 계속 찾아오겠다고 약속해 줘요.” 그를 다시 못 본다면 나는 견딜 수 없을 것이다. “당신을 위해서라면.” 데븐이 말했다. 내 몸을 감싼 그의 근육에서 긴장이 풀렸다. 어슴푸레 하늘이 밝아왔다. 잠든 반히와 궁전의 황금빛 돔 지붕에 머지않아 햇빛이 드리울 것이다. 시간이 임박해 오는 것을 두려워하며 데븐이 내게 매달렸다. 나는 데븐을 끌어안고 눈을 감았다. 제발, 아누여 그를 이곳에 머물게 하소서. 나를 안고 있던 단단한 그의 형체가 서서히 스러졌다. 눈을 뜨자 남은 것은 그의 온기를 머금은 침대 시트뿐이었다. (p.13)

 

그런가? 나는 자야와 함께 살던 사미야를 떠난 이후부터 내 집이 어디인지 알 수가 없었다. 왕좌에서 물러난 이후부터 나는 신이 내가 어디에 머물기를 원하는지 확실하게 알고 싶었다. 내 지위를 내려놓고 물러서기로 한 결정은 올바른 선택이었다. 하지만 어디로 물러선단 말인가? 내가 원한 것은 데븐과의 평화로운 삶이었다. 왕좌의 그림자에 가려 이곳에 사는 대신에 말이다. 이제 나는 제국을 맡겨 놓고 떠나도 된다. 나는 모든 일에는 신의 섭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데븐을 빼앗긴 뒤부터는 내 인생에서 신의 의지가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더는 내가 따라야 할 길을 신들이 알려 주기를 기다릴 수 없다. 내 운명은 스스로 헤쳐 나가야 한다. (p.64)

 

마음속 가장 깊은 곳에 자리한 걱정이 흘러나왔다. “데븐을 구해야 하는데 신들이 도와주지 않으면 어쩌죠? 내가 왕좌를 내려놓은 벌로 내게서 데븐을 빼앗아가는 형벌을 내린 거라면 어떻게 하죠?” 데븐을 사랑하면서 아스윈의 킨드레드로 남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하지만 만약 이누가 내가 왕좌를 버리고 데븐을 선택함으로써 그에게 반항한 것으라고 생각한다면? 내가 무슨 짓을 하더라도 돌이킬 수 없을 것이다. 데븐을 위해서라면 나는 모든 것을 내려놓을 수 있지만 신들은 여전히 그를 지하세계에 남겨 둘 수 있다. 아니면 우리의 운명이 서로 묶여 있는 것일까? 나는 우리의 삶이 얼마나 운명에 사로잡혀 있는지 알지 못한다. 아니, 어느 정도까지 스스로의 의지로 바꿔 나갈 수 있는지 알지 못한다. 나는 내가 사미야든, 터쿼이스 궁전이든, 알파나의 산자락이든, 신의 길을 따를 때 평화가 찾아온다는 것을 알고 있다. 데븐을 찾는 것은 내게 주어진 신의 사명일까, 아니면 나만의 사명일까. 뭐 어떤 경우든 내게는 같은 의미다. 나는 그를 영원한 죽음에 고통 받게 버려둘 수 없다. 설혹 신이 나를 버린다 할지라도. (p.98)

 

위대한 신이시여, 저는 키샨 자카리아스의 딸 칼린다 자카리 아스입니다. 아버지는 남쪽 섬의 부타 특사였고, 어머니 킨드레드 야스민은 타란칸드 제국의 라니였습니다. 천한 신분인 제가 그대의 도움을 기원합니다.” 마지막 말이 너무 간절해 목에 걸려 잘 나오지 않았다. 간신히 희미하게 발음했다. “저는-, 저는 그대가 필요합니다.”

오직 침묵만이 공간을 지배했다. 시간과 장소는 모든 의미를 잃었다. 무릎과 등이 아팠다. 그리고 비어 있는 왕좌가 창끝처럼 나를 아프게 했다. 하지만 이난나가 자신의 약혼자를 구해 낼 수 있다고 믿었듯이 나도 데븐을 해방시킬 수 있다고 믿었다. 내 기도가 응답을 받을 때까지 나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p.178)

 

 

내 앞에서 함부로 불을 다루지 마라! <백 번째 여왕 시리즈> 완결판 <전사의 여왕>

 

 

제어되지 않는 불꽃, 믿을 수 없는 자들과의 협상, 가장 가까운 동료들을 잃으면서 위기와 긴장이 쉴 틈 없이 몰아친다. 차가운 불과 뜨거운 불의 피할 수 없는 격돌! 칼린다는 악마를 물리치고 타라칸드 제국에 평화를 선물한다. 살아남은 반란군들은 추방되고, 아스윈 왕자는 라자로 등극할 준비를 갖춘다. 그러나 왕좌마저 내려놓은 칼린다에게는 상실의 아픔만 남았다. 어린 시절을 보냈던 고향은 사라졌다. 소중한 친구 자야는 라자 타렉의 증오에 희생됐고, 그녀가 자란 수도원은 화재로 파괴됐다. 상실감은 잔인하게 그녀를 괴롭혔다. 쿠르가 지하세계로 그를 끌고 간 후 그녀는 데본을 잃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는 살아 있었고 매일 밤 지하세계에서 그녀의 혼불을 등대 삼아 어둠의 그림자 사이로 길을 찾았다. 비록 그가 밝은 빛이 지배하는 낮에는 저승에 묶여 있다 하더라도 밤에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건 신의 지극한 자비였다. 벌써 석 달 가까이 되어 간다. 오늘도 역시 동이 트면 그는 어김없이 저승으로 돌아가야 한다. 인간은 저승에서 오랫동안 생존할 수 없는 법. 점점 그의 체취가 사라져간다. 저승의 사향 냄새가 백단향이 나는 그의 체취를 감췄다. 이를 안타깝게 지켜보던 칼린다는 결국 사랑하는 연인을 구하기 위해 모든 위험을 무릅쓰고 직접 저승을 찾아 나서기로 한다. 인간이 저승을 여행했던 유일한 기록은 저승을 찾아간 이난나의 전설, 구전으로 전해오는 이야기에서 힌트를 얻은 그녀는 저승문을 찾아 떠나고 갖은 고난 끝에 불의 신 엔릴과 동행하게 되지만 지하세계에서는 무시무시한 시련이 그녀를 기다린다. 골이 쌓여 있는 길, 흉측한 괴물들, 참을 수 없는 악취 등 죽음의 기운이 가득한 지하세계에서 데븐을 구하기 위한 칼린다의 고군분투가 시작된다.

 

아마존에서 베스트셀러를 차지하며 무려 만 점에 가까운 별점과 함께 2,000여 건이 훌쩍 넘는 독자들의 리뷰를 받은 <백 번째 여왕> 그 마지막 이야기, <전사의 여왕>. 파란만장한 여정 끝에 백 번째 여왕이 되어 왕좌의 무게를 감내하고 책임감을 발휘하는 강인한 정신으로 폭군과의 결혼, 목숨을 건 토너먼트, 불을 지배하는 악마와의 사투 등 끊임없이 역경을 헤쳐 왔지만 여전히 그녀의 운명은 위태롭고, 사랑 또한 마찬가지다. 죽은 자의 도시를 다스리는 이르칼라, 수많은 악마들과 대적하면서도 결코 뒤로 물러서지 않는 칼린다. 그녀는 과연 사랑하는 연인 데븐을 다시 되찾을 수 있을까? 시간이 흐를수록 사랑하는 연인은 점차 과거는 물론 칼린다의 이름마저 기억을 잃어가지만 생을 거듭한 데븐과의 운명적 만남과 진정한 사랑은 신조차도 갈라놓을 수 없다. “운명을 결정하는 것은 우리 자신이에요.” 어떤 시련에도 결코 좌절하거나 뒤로 물러남이 없는 칼린다. 화려한 마법과 판타지의 세계에서 펼쳐지는 사랑 이야기, 생생하게 느껴지는 현장감과 그 속에서 벌어지는 음모, 반전, 액션, 사랑 등은 순식간에 우리들을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그야말로 시간순삭! 물 흐르듯 쉼없이 이어지는 이야기에 속절없이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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