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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재석이가 결심했다 (양장) ㅣ 까칠한 재석이
고정욱 지음, 마노 그림 / 애플북스 / 2019년 3월
평점 :
절판





민성은 옆에서 자고 있는 녀석들을 가리켰다. 팬터마임을 하듯이 이 녀석 저 녀석을 손가락으로 찍더니 특별히 재현이는 양손을 들어 강조하며 가리켰다. 재현이는 학교에 오면 잠만 자는 녀석이었다. 학교가 끝나면 눈에 불을 켜고 어딘가로 달려가는 애라 특별히 대화를 나누거나 관심을 가진 적이 없었다.
‘박재현? 재현이가 왜?’
재석이 소리 나지 않게 입모양으로 물었다. 그러자 민성이 키보드를 두드리며 마우스를 움직이는 동작을 했다.
‘게임?’
고개를 끄덕일 때 칠판에 풀이를 적던 미친개가 뒤돌아보았다.
“야! 민성이, 재석이! 너희들 수업에 집중 안 해?”
“죄송합니다.”
턱을 괴고 칠판을 바라보며 재석은 생각했다. 미치도록 재미있지만 한번 빠지면 시간과 정신과 성적을 잃고 마는 게임. 요즘 아이들의 고민이 게임이라는 사실이 전구라도 하나 켜진 것같이 반짝, 머릿속에 들어왔다. 게임, 바로 그거였다. (P.32)
단발머리에 수수한 차림의 은미는 고개를 푹 숙이고 휴게실 의자에 앉아 있었다. 고개를 들어 보담을 보자 큰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두려움과 공포에 사로잡힌 얼굴이었다. 자신이 저지른 일이 무엇인지를 알고는 있는 것 같았다. 보담은 옆자리에 앉아 은미의 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괜찮아, 울지 마. 이미 벌어진 일을 어쩌겠니? 은미, 네 잘못이 아니야.”
재석은 그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잘못이 아니라니. 게임에 빠져서 거액의 돈을 다 써 버린 것이 어떻게 잘못이 아니라는 것인가. (P.57)
재석은 작가를 꿈꾸는 자신의 진로를 생각해 보았다. 글 쓰는 직업은 돈을 못 벌고 가난하게 산다는 게 일반적인 개념이었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재석은 짜증이 났다. 성실히 글을 쓰고, 책을 읽고 관심 있는 분야를 깊이 생각해 독자들에게 감동을 주는 일이 왜 경제적인 기준으로 판단되어 기피하는 직업이 되었나 싶어 속상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부유하게 살 수는 없단 말인가. 돈 많이 벌려면 장사나 사업을 해야 한다고 말하는 친구도 있었다.
그때 희망을 주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어느 오디션 프로그램에서였다. 평생 노래만 하겠다며 통기타를 메고 온 가수 지망생에게 유명한 프로듀서가 물었다.
“곡을 쓰고 노래하는 일은 돈이 되지 않는데 괜찮아요?”
“네. 저는 죽을 때까지 이렇게 노래 만들고 부르는 일을 할거예요.”
“가난하게 살아도 좋다는 거죠?”
“네. 저는 돈 벌려고 노래하는 게 아니고, 사람의 마음을 벌려고 해요.”
그때 재석은 그 말에 큰 깨우침을 얻었다. 글을 쓰는 건 돈을 벌려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알리기 위한 것이고, 좋아하는 것을 위해서는 대가를 지불할 각오를 해야 한다는 거였다. (p.85)
말보다 주먹이 앞서고 가진 거라곤 큰 덩치와 의리뿐인 황재석. 어린 시절 겪은 가난과 아버지의 부재로 인한 결핍감으로 삐딱한 문제아가 되었으나 부라퀴 할아버지와 김태호 선생님의 도움으로 문제아에서 작가 지망생으로 그야말로 환골탈퇴한 재석은 열심히 책을 읽고 글쓰기 연습을 하며 바쁘게 보낸다. 하지만 글쓰기는 하면 할수록 더 어렵게만 느껴지는데 그때 청소년 소설을 많이 쓴 유명한 고청강 작가가 재석이네 학교로 강연을 오고 재석은 용기를 내어 고청강 작가에게 자신이 쓴 작품을 건네며 지도를 부탁한다. 얼마 후 되돌아온 재석의 작품은 온통 빨간 펜 투성이. 고청강 작가는 원고를 첨삭해 주고 재석에게 제일 잘 아는 주제, 요즘 청소년들의 문제를 다뤄보라는 조언을 한다. 그리하여 재석은 고청강 작가의 조언에 따라 요즘 청소년들에게 큰 문제가 되고 있는 게임에 대해 글을 쓰기로 하고 청소년들의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학교에서 소문난 게임천재 재현을 인터뷰한다. 그리고 재현이 그냥 게임에 빠져 밤을 새는 게 아니라 게임 해설가가 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게임 회사에서 인턴도 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놀라워하는데…. 하지만 그때 보담의 사촌동생 은미가 게임에서 8천만 원이 넘는 돈을 쓴 것을 알게 되고 정의 앞에서는 물불을 안 가리는 재석과 친구들, 게임 천재 재현은 힘을 모아 은미가 게임중독에서 빠져나오도록 돕고 미성년자의 무분별한 게임머니 결제를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게임 회사를 상대로 한판 승부를 벌인다. 까칠한 재석이, 게임중독 친구를 구하라!
청소년들 사이에서 폭발적으로 인기를 끈 까칠한 재석이 시리즈 그 여섯 번째 이야기 <까칠한 재석이가 결심했다>. 이번에는 게임이다. 어른들이 걱정하는 청소년 게임, 과연 나쁘기만 한 것일까? 책은 요즘 학생들 사이에서 큰 이슈가 되고 있는 게임문제를 주제로 하여 청소년의 다양한 이야기와 꿈을 심도있게 다뤄낸다.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게임이 무조건 나쁘다고 하기보다는 게임에 빠진 실제 청소년들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여 위화감을 조성하고 친구가 게임 중독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돕는 것은 물론 미성년자의 무분별한 게임머니 결제를 막기 위해 게임 회사를 상대로 특단의 조취를 취하며 정면으로 맞선다. 이번 책을 위해 고정욱 작가는 게임을 좋아하는 학생들과 만나 이야기하고 1세대 프로게이머 오세윤, <무한도전>에도 나왔던 게임 해설가 정준 등을 직접 취재하면서 게임과 게임업계의 현황을 청소년들에게 정확히 전해주기 위해 한층 더 노력을 기울였다고 하는데 그 덕분인지 마치 실제로 있었던 일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킬 정도로 각각의 상황들이 주도면밀하게 그려진다. 아이들에게 재미와 교훈, 꿈과 우정, 게임중독의 위험성에 대한 깊은 깨달음까지 선사하는 환상적인 콜라보! 이러니 사랑받을 수밖에. 엄마 입장에서 너무나 고마운 책이 아닐 수 없다. 게임을 좋아하는 자녀가 있다면 강력하게 추천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