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은 순례길이다 - 지친 영혼의 위로, 대성당에서 대성당까지
김희곤 지음 / 오브제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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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길 위에 줄줄이 서 있는 신의 궁전은 산티아고 신화 속 신의 칼처럼 이슬람 세력에 맞섰다. 아두침침한 대성당 속으로 들어갈 때마다 알 수 없는 느낌과 감정이 온몸을 휘감는다. 고딕 양식의 웅장한 돔에서 흘러내리는 빛은 영원히 채울 수 없는 절대 사랑이자 불굴의 정신을 신비스럽게 품고 있다. 인간은 여러 이유로 건축을 했지만, 그 인간을 보듬고 성장시킨 것은 건축이라는 생각이 든다. 신의 이름으로 수 세기 동안 쌓아올린 성벽과 대성당, 수도원이 살아 있는 증거다. (p.7)

 

 

프랑스어로 노트르담은 성모 마리아를 뜻한다. 노트르담 성당은 성모 마리아의 환송을 받으며 산티아고 대성당으로 떠나는 프랑스의 마지막 문이다. 길에 면해 서 있는 성당은 박공지붕 아래 둥근 창을 뚫고, 그 아래 여러 겹 들여쌓은 아치 장식의 출입문을 세웠다. 성당 내부로 들어서자 뾰족아치 반원 돔 아래 제단이 서쪽 출입구를 바라보고 있고, 벽면에 박힌 스테인드글라스 창은 아름다웠다. 노트르담 성당의 매력 포인트는 이베강가에 우뚝 서 있는 종탑이다. 성모 마리아가 왼손으로 길을 막고서 길 떠나는 순례자를 한 사람 한 사람 품어주는 듯했다. 알랭 드 보통은 『행복의 건축』에서 “건축에는 도덕적 메시지가 담겨 있을 수도 있다. 다만 그것을 강요할 힘이 없을 뿐이다.”라고 했다. 건축은 그 시대의 문화를 담고 있는 그릇이다. 중세 노트르담 성당은 니베강에서 길 떠나는 순례자들을 품어줬다. (p.57)

 

 

부르고스 대성당에서 레온 대성당으로 걸어가는 길은 스페인에서 가장 황량한 메세타 고원 길이다. 스페인의 등짝으로 불리는 메세타 고원 길. 황량한 대지가 뿜어내는 열기와 건조함은 중세 순례자에게 고독의 훈장을 깊이 새겨주었다. 황량한 들판에 간간이 나타나는 성당들이 여행자들이 놓쳐버린 마음의 주인을 다시 불러주었다. 메세타 고원 길은 천국으로 열린 회랑이자 우리를 시험하는 인내와 용기의 길이었다. (p.149)

 

 

오브라도이로 광장에서 세계인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서로를 축복해주고 있었다. 어떤 이들은 모여서 합창을 하고, 어떤 이들은 서로 어깨를 마주하고 깡충깡충 뛰며 환호성을 질렀다. 신화의 세례를 받은 신전을 기웃거리며 역사의 나이테가 새겨진 길을 따라 산티아고 대성당까지 걸어온 발걸음에 감사하고 있었다. 오브라도이로 광장의 0㎞ 기점 위에 무릎을 꿇었다. 40여 일 동안 배낭을 메고 묵묵히 걸어온 걸음을 멈췄다. 두 발이 미치도록 그리워한 곳, 가슴 터지도록 품고 싶었던 산티아고 대성당을 올려다봤다. 갈리시아 화강석으로 지어진 대성당의 전면에 바로크 양식의 종탑이 74m 높이로 우뚝 솟아 있었다. 기단 위에 대성당이 다이아몬드 형상의 계단을 벌리고 당당하게 서 있었다. 십자가로 장식된 중앙의 아치문 위로 이중의 아치장을 세우고, 그 위로 우뚝한 아치 속에 산티아고 동상이 굽어보고 있었다. (p.284)

 

 

<스페인은 순례길이다>는 3만 이상의 독자가 선택한 《스페인은 건축이다》, 《스페인은 가우디다》에 이은 김희곤 작가 스페인 3부작의 완결판으로 마드리드 건축대학에서 건축학을 전공한 스페인 건축 전문가 김희곤이 직접 걸으며 조망한 산티아고 순례길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저자가 직접 보고 느끼고 체험하며 정리한 글들과 직접 그린 건축 스케치들 그리고 직접 찍은 사진들은 읽는 이들로 하여금 산티아고 순례길을 더욱 깊고 정연하게 사색할 기회를 제공한다.

 

tvN <스페인 하숙>이 선택한 그곳! 산티아고 순례길! 사도 야고보의 무덤이 있는 산티아고 대성당으로 걸어가는 길을 스페인어로 ‘카미노 데 산티아고’라 부르는데 이는 ‘산티아고의 길’이라는 뜻이지만 우리들에게는 흔히 ‘산티아고 순례길’로 알려져 있다. 산티아고는 사도 야고보를 스페인어로 부르는 이름으로 예수의 열두제자 중 최초로 신앙을 위해 순교한 사람인 산티아고는 산티아고 대성당에 묻혀 있다. 15세기 이후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졌던 산티아고 순례길이 세계인의 관심을 받게 된 것은 20세기 후반이었다. 오늘날 산티아고의 무덤을 찾는 도보 여행자들의 70퍼센트는 프랑스 길의 대문인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에 방문하고 생장피드포르로 이동해 산티아고 대성당으로 걸어간다. 이 순례길은 중세 기독교 세력과 이슬람 세력이 서로 대치하며 치열하게 싸웠던 피의 전선이었다. 중세 프랑스 길의 북쪽은 기독교 세력이, 남쪽은 이슬람 세력이 차지하고 있었다. 흔히 세계 최대의 박물관을 베드로의 무덤 위에 올라타고 있는 로마의 바티칸이라 한다. 그러나 길을 따라 줄지어 있는 요새와 대성당, 수도원을 품고 있는 프랑스 길이야말로 세계 최대의 박물관이라 할 수 있다. 728㎞라는 기나긴 여정 위에 놓여 있는 각각의 중세 건물들은 하나같이 신비한 조각과 성화, 신화와 역사를 세기고 있다. 요새로 둘러싸인 중세도시의 중심에는 어김없이 대성당이 자리하고, 대성당과 대성당 사이에는 작은 마을과 성당이 징검다리처럼 놓여 있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단순히 멋진 풍광을 배경으로 한 여행지가 아니다. 그곳에는 ‘길’만 놓여 있지 않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역사를 온몸으로 품고 있는 대성당과 대성당들, 인류가 영혼으로 구축한 건축과 건축들을 연결하는 장소다. 그러므로 산티아고 순례길은 그 자체로 하나의 문화이자 문명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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