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인지 아닌지 생각하는 고기오 샘터어린이문고 55
임고을 지음, 김효연 그림 / 샘터사 / 201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쟤네들, 나랑 똑같은 걸 머리에 달고 있네. 나는 닭이었구나. 나처럼 다리가 두 개, 발가락도 닯았네. 나는 닭이야! 나처럼 날개가 있네. 쟤들도 날 수 있겠지? 근데 왜 아무도 날지 않는 걸까? 아! 날 필요가 없어서일까? 날고 싶지 않거나. 나는 닭이 틀림없어. 눈이 두 개, 윤기 나는 뾰족한 부리······ 무엇보다 웃음소리와 울음소리, 화내는 소리가 똑같잖아. 나는 닭이야. 확실해!’ (p.9)

 

닭들이 울자 산이 깨어났습니다. 나무들이 뒤척뒤척, 돌들이 들썩들썩, 물이 뭉그적거리며 아침을 맞았습니다. 고기오는 한 번 더 “고기오!” 라고 외치다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이상하게도 고기오는 해가 뜨면 제 이름을 목청껏 외치고 싶었습니다. 그동안 자신이 괴상해서 그런 줄로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게 다 닭이기 때문에 그랬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다 함께 외칠 수 있다니! 나와 닮은 닭이 이리도 많다니!’ 고기오는 감격에 닭살이 돋았습니다. (p.22)

 

꼬꼬꼬는 기가 막혔습니다. 전에 고기오 얘기를 들으며 말은 안 했지만, 두더지야말로 고기오를 이용했다고 생각했으니까요. 하지만 여기까지 힘들게 찾아온 걸 보면 두더지들은 진심으로 고기오를 아끼는 듯 보였습니다. 닭들처럼 말입니다.

“우리 두더지를 내놔!”

두더지는 흙을 한 움큼 뿌리며 말했습니다.

“고기오는 우리 닭이야. 내줄 수 없어!”

두더지와 닭들은 고기오를 두고 다투기 시작했습니다. 소식이 닿은 건지, 다른 두더지들도 속속 모습을 드러내었습니다. 숲은 한바탕 떠들썩해졌습니다. 정작 당사자인 고기오는 어찌할 바를 몰라 입을 꾹 다물었습니다. (p.77)

 

타조도, 펭귄도, 사슴도 아니라면 ‘나’는 누구지?

고기오는 자신이 누구인지 알 수 없어 긴 여행을 떠난다. 타조가 되었다가, 펭귄이 되었다가, 두더지, 사슴, 기러기 등 여러 동물을 만났지만 좀처럼 자신의 정체를 알 수가 없다. 그러던 중 닭들과 마주하고 그들과 비슷한 생김새에 자신을 닭이라 확신하는데 어째 닭들의 생각은 달라보인다. 고기오는 몸집도 크고, 목소리도 크고, 힘도 무지 세 자신들과 사뭇 달라 보인다며 순순히 닭으로 인정해주지 않는다. 결국 닭들은 고기오에게 나흘 안에 닭임을 증명하라고 요구하고 고기오는 이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다. 닭들은 날지 않는데 고기오는 하늘을 날 수 있다는 것! 이제야 비로소 자신이 누구인지 알았다고 생각했는데, 혹시 닭이 아닐까 걱정이 된 고기오는 어린 꼬꼬꼬의 의견에 따라 이 마을에 있는 동안에는 날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하지만 독수리에게 붙들려 가는 꼬꼬댁을 본 고기오는 위험에 처한 닭을 구하기 위해 하늘로 날아오르고 이 때문에 숨겨왔던 비밀이 들통나버리고 만다. 게다가 어느 틈에 등장한 두더지들은 고기오를 두더지라 주장하고 이로 인해 상황은 점점 더 복잡해진다. 고기오는 두더지일까? 닭일까? 그도 아니면 호랑이일까?

 

책은 자신의 정체를 찾아나서는 주인공 고기오의 여정을 담은 이야기다. 부모도 없고, 형제도 없고, 머리를 다쳐 어린 시절의 기억조차 없는 고기오는 자신이 누구인지 모른다. 그래서 두더지, 타조, 펭귄 등 여러 집단을 떠돌며 각각의 동물이 되어 생활해보지만, 구성원이 되는 데는 번번이 실패한다. 그러다 자신과 닮아 보이는 닭의 무리까지 흘러 들어와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닭일까?’ 혼자 있는 게 싫어서 자신을 닮은 종족을 찾아 여행을 떠난 고기오가 과연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낼 수 있을까? 이 책은 <구렁이 족보>를 통해 이름을 알린 임고을 작가가 선보이는 두 번째 동화이다. 전작을 통해 사라져 가는 소중한 생명들에게 우리가 어떤 일을 해 줄 수 있을지를 물었던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정체불명의 동물 고기오를 통해 존재와 다양성에 대해 질문한다. 닭? 두더지? 고기오가 누구인지 정체를 두고 펼쳐지는 이야기는 궁금증을 유발하는 결말을 통해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극의 몰입감을 높이 끌어올린다. 재미는 물론 잣대를 가지고 외모만으로 사람을 판단하면 안된다는 교훈까지 1석2조의 효과를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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