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세 번째 배심원 스토리콜렉터 72
스티브 캐버나 지음, 서효령 옮김 / 북로드 / 2019년 3월
평점 :
절판


 

 

 

 

 

 

 

 

 

살을 에는 12월의 오후 5시 10분, 조슈아 케인은 맨해튼의 형사 법원 밖에서 골판지 침대에 누워 한 사람을 죽이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 그냥 아무나가 아니었다. 특정한 누군가를 생각하고 있었다. 케인이 이따금 지하철 승객이나 행인들을 보면서 우연히 시야에 걸려든 이름 모를 뉴요커를 죽이는 상상을 하는 건 사실이었다. 뉴욕의 지하철에서 로맨스 소설을 읽고 있는 금발의 비서가 될 수도 있고, 한 푼 달라는 그의 간청을 우산을 휘두르며 무시하는 월스트리트 은행가가 될 수도 있고, 심지어 엄마 손을 잡고 길을 건너는 아이가 될 수도 있었다. 그들을 죽이면 어떤 느낌일까? 숨이 끊어지는 마지막 순간에 그들은 무슨 말을 할까? 이 세상을 떠나가는 순간 눈빛이 바뀔까? 그런 탐색을 하다 보면 케인은 기쁨이 퍼져나가며 온몸이 후끈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p.9)

 

케인은 흔적을 남기지 않고 시체를 처리하는 온갖 방법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 방법이 특히 효과적이라는 것도 알았다. 알칼리 가수분해에 기초한 처리 방법이었다. 친환경 화장은 피부, 근육, 조직을 세포 수준으로 분해했다. 물과 적절한 비율로 섞은 가성소다 가루는 16시간 이내에 인간을 녹였다. 그러면 욕조에는 녹색과 갈색 액체가 남게 될 것이고, 케인은 욕조의 마개를 빼내 물을 흘려보낼 것이다. 뒤에 남겨진 치아와 뼈들은 표백되고 부서지기 쉬워서 신발 뒤축으로 짓이겨 쉽게 먼지처럼 만들 수 있었다. 케인은 뼛가루를 완벽하게 처리할 수 있는 장소는 커다란 세제 상자라는 것을 알았다. 뼛가루와 세제는 섞기 쉽고 아무도 그곳을 볼 생각을 하지 못할 것이다. 더 작업해야 할 것은 욕조에 남은 총알뿐이고, 강에 던져버리면 그만이었다. 더할 나위 없이 깔끔할 것이다. 딱 그가 좋아하는 방식이었다. 지금까지의 일에 만족한 케인은 고개를 끄덕이고 아파트의 짧은 복도로 나갔다. 닫힌 현관 옆에 작은 탁자가 놓여 있었다. 탁자 위에는 개봉된 우편물 더미가 쌓여 있었다. 그 더미의 맨 위에, 하얀색 종이에 요란스러운 빨간 띠를 자랑스럽게 두른 그것. 케인이 몇 주 전에 사진 찍었던 그 봉투였다. 배심원 의무 소환장. (p.38)

 

“로버트가 죽이지 않았다면, 누가 죽였을까요?” 내가 말했다. 차는 센터가로 진입해서 법원 밖에서 속도를 늦췄다. 루디는 자리에서 발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말했다. “우리는 누가 죽이지 않았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이건 경찰의 조작 사건이에요. 그게 우리 교과서죠. 이봐요. 큰 결정이라는 것 알아요. 그리고 당신의 도덕적 관점도 인정하지요. 오늘 밤 동안 생각해봐요. 당신이 참여하겠다고 결정한다면 내게 전화하세요. 어떤 결정을 하든, 반가웠어요.” 루디가 명함을 내밀며 말했다. 차가 멈춰서자, 나는 루디와 악수를 했고 운전기사는 차에서 내려 내 쪽 문을 열어주었다. 보도에 서서 리무진이 떠나는 모습을 보았다. 파일을 보지 않아도, 경찰이 로버트를 살인범으로 간주하고 그가 유죄 판결을 받도록 함정을 만들었을지 모른다고 짐작할 수 있었다. 대부분 경찰은 나쁜 사람들을 교도소에 집어넣기만을 원했다. 범죄가 끔찍할수록 경찰들이 범인에 불리한 증거들을 왜곡할 공산이 컸다. 하지만 그것은 합법이 아니었다. 도덕적으로 변호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경찰은 증거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 다음번엔 무고한 사람에게 똑같은 일을 저지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p.53)

 

무고한 사람들이 범죄로 기소되는 것은 슬픈 사실이다. 우리의 사법 시스템은 그것에 기초하고 있다. 빌어먹게도 그런 일은 매일 일어난다. 나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다치게 했다는 혐의로 고발당한 무고한 사람들을 많이 봐왔기에 사람들이 진실을 말할 때와 거짓을 말할 때를 알아 볼 수 있었다. 거짓말쟁이들은 갖지 못하는 표정이 있다. 설명하긴 어렵지만. 상실과 고통이 있다. 하지만 다른 것도 있다. 의심할 여지 없이 분노와 두려움. 그리고 마지막으로, 극도로 부당하다는 느낌. 나는 이런 사건들을 아주 많이 겪어봤기에 그것이 눈 한구석에 드러난 불꽃처럼 춤추는 것을 거의 알아볼 수 있었다. 누군가 당신의 가족이나 연인, 친구를 살해하였고 그 살인자가 자유로운 데 반해 당신은 재판을 받고 있는 것이다. 지구상에 그와 비슷한 일은 없다. 그리고 그 표정은 전 세계적으로 똑같다. 나이지리아, 아일랜드, 아이슬란드, 그 밖에 어떤 나라든 잘못 기소된 무고한 사람의 표정은 같다. 그것을 본 적이 있다면 절대로 잊지 못한다. 그런 표정을 보는 것은 드문 일이다. 그 표정은 이마에 새긴 결백 문신보다도 잘 지워지지 않는다. 루디 역시 그것을 본 적이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내가 바비를 만나기를 원했다. (p.63)

 

 

 

원래 LA 뒷골목을 떠돌던 사기꾼이었으나 개과천선하여 변호사가 된 에디 플린. 그런 그에게 어느날 스타들의 공식 소송자로 불리는 루디 카프만이 찾아와 사건을 의뢰한다. 자신의 팀에 들어와 차석변호인이 되어 영화배우 로버트 솔로몬을 함께 변호하자고 말이다. 하지만 세간의 이목을 받기 싫었던 에디는 단번에 그 제안을 거절한다. 거액을 준다해도 죄인을 위해 일하고 싶지 않았다. 경험상 그런 일은 돈으로 살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대가가 비쌌으니까. 그런데 그가 결백하단다. 자신은 무고하다고 절실하게 외치는 그의 얼굴. 또한 그의 본능이 말한다. 그는 결백하다고 그래서 에디는 그를 돕기로 한다. 모두의 이목이 집중되어있는 세기의 형사 재판! 할리우드에서 막 떠오른 배드 보이가 살인 혐의로 체포되자 언론들은 광분했다. 이 사건에서 희생자는 둘이었다. 로버트 솔로몬의 아내 아리엘라 블룸과 그의 경호 책임자 칼 토저. 그들은 둘 다 죽은 상태로 침대에 알몸으로 누워 있었고 로버트의 몸에는 아내의 피가 묻어 있었다. 불륜을 목격한 로버트가 이성을 잃고 살인을 저지른 것이라고 본 경찰 당국은 곧바로 사건 용의자로 로버트 솔로몬을 지목하고, 관련 기사가 연일 신문과 방송에 대문짝만하게 보도되며 재판에 대한 관심도 고조된다. 범인이 남긴 흉기와 표식에서도 로버트의 지문과 DNA가 발견되면서 그가 유죄 판결을 받으리라는 것은 거의 기정사실화되는데, 사실 진짜 살인범은 로버트의 법정 배심원석에 앉아 있었다. 바로 조슈아 케인. 그는 태연하게 재판이 진행되는 전 과정을 지켜보며 로버트의 유죄 선고를 끌어내기 위해 천재적인 두뇌를 이용하여 계획을 하나둘 실행에 옮겨나간다. 그러던 중 에디는 관련 자료를 훑어보다 이상한 점 하나를 발견하고 그것으로 이 사건이 분노에 의한 충동적 살인이 아닌 연쇄살인범의 기괴한 살인 행각이라 확신한 그는 로버트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고군분투하기 시작한다. 살인을 저지른 것으로도 모자라 엉뚱한 사람을 죄인으로 몰기 위해 법정에 모습을 드러낸 기괴한 살인마와 남다른 추리 감각을 소유한 사기꾼 출신 변호사의 숨 막히는 두뇌 대결에서 과연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전 세계 스릴러 거장들이 먼저 읽고 추천한 화제의 걸작! <열세 번째 배심원>. 이 책은 영미 스릴러의 거장 존 그리샴, 마이클 코넬리의 뒤를 잇는 법정 스릴러계의 다크호스로 주목받고 있는 베스트셀러 작가 스티브 캐버나의 작품으로,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물이 유유히 흘러가듯 어디 흠잡을 때 하나 없이 참 깔끔하다. 기대치의 몇 배를 만족시키는 책! 그 명성 그대로 믿고 볼 만하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 급박하게 이어지는 이야기와 심장이 두근거릴 정도로 흥미진진한 전개에서 도저히 눈을 뗄 수가 없다. 놀라울 정도로 치밀하고 영리한 연쇄살인마 조슈아 케인의 철두철미한 범행 준비 과정과 다른 배심원들을 선동하는 과정이 거듭되며 긴장감이 한층 고조되는 가운데, 개인적으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살인마를 잡기 위해 온몸을 불사르는 변호사 에디 플린의 활약은 감탄을 자아낼 정도! 이 두 사람에게서 풍겨져 나오는 아우라가 장난이 아니다. 범인을 처음부터 알고 있는 상황임에도 너무 재밌다.법정 안팎에서 펼쳐지는 살인범과 변호사의 불꽃 튀는 진검승부! 놓치면 후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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