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초록 양 ㅣ 샘터어린이문고 54
다이애나 킴튼 지음, 홍선주 그림, 이재원 옮김 / 샘터사 / 2019년 3월
평점 :




방금 뭘 본 것인지 믿기 어려웠다. 들판의 양 떼는 아무것도 보지 못한 듯했다.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줄곧 풀만 뜯었다. 아무 일도 없는 게 맞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내가 깜박 잠이 들어 이 모든 걸 꿈을 꾼 것일지도 모른다. SF 드라마를 너무 많이 보다 보니 우주선이나 순간 이동 광선 같은 걸 상상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니까. 하지만 그때 뭔가 눈에 들어왔다. 조금 전까지 보이지 않던 것이다. 풀밭 한가운데, 빛줄기가 내리비친 바로 그 자리에, 밝은 초록색 양 한 마리가 서 있었다. 나는 가까이 다가가서 보고 싶어 서둘러 움직였다. 갑자기 나타난 것인 만큼 순식간에 사라질지도 모르니까. (p.15)
나는 외계 손님의 존재를 아는 유일한 사람으로서 그의 안전은 나에게 달렸다. 초록 양이 여기를 탈출할 때까지 세상에 발견되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 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할지 알아내기 전에, 일단 외계 손님에 대해 더 알아야 한다. 나는 엄마가 TV 앞에 자리 잡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살금살금 아래층으로 내려가 부엌 냉장고를 습격했다. 양이 먹을 만한 게 별로 없었지만 양배추 반쪽과 당근 세 개, 셀러리 한 개를 찾아냈다. 냉장고에서 약탈한 채소를 가지고 헛간으로 갔다. 고요했다. “애매.” 하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조심스레 문을 두드렸다. “나야.” 하고 속삭이며 안으로 들어선 난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
“애매.” 하며 나를 맞이하는 초록 양 바로 옆에는······. “애매, 애매.” 하고 우는 똑같이 생긴 초록 양 한 마리가 또 서 있었다. (p.30)
나는 어떤 것에도 흥미가 없었고 수업 시간에도 집중할 수 없었다. 초록 양들에 대한 걱정으로 머릿속이 너무 복잡했다. 지금 늘어나는 속도로 봐서는 더 이상 양들을 숨겨 주는 게 불가능했다. 어떻게든 우주선과 연락할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해결해야 할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어제저녁부터 양들은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냉장고에서 웬만한 것들은 다 꺼내 썼는데, 그렇다고 밖으로 데리고 나가 풀을 뜯게 하는 위험을 감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마지막 쉅 종이 울렸다. 나는 곧장 집으로 가지 않도 동네 채소 가게로 향했다. (p.66)
톰은 요즘 너무 속상하다. 아빠가 직장을 새로 옮기면서 자신과 함께 하는 시간이 현저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같이 자연을 관찰하고 사진을 찍으며 늘 함께했었는데 요즘 아빠는 집에 있는 일도 거의 없고 우리가 같이 무얼 해 보려고 할 때마다 그놈의 회사가 끼어들었다. 하도 그런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다 보니 이제 그러려니 했는데 이번 일요일 여행 계획을 취소한 것에 대해서는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다. 이날을 톰이 얼마나 기다려 왔는지 아빠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면서 이제 와 취소라니 톰은 아빠가 자신보다 일이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 너무 화가 난다. 분노에 휩싸여 혼자 있고 싶어진 톰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은신처 헛간으로 몸을 옮기고 그곳에 홀로 앉아 끓어오르는 화를 가라앉히고 있는데 그 순간 어디선가 난데없이 초록색 양 한 마리가 나타난다. 그러더니 자신은 지구 정찰을 나온 외계인이며 원래는 눈에 띄지 않게 지구인들을 관찰해야 하는데 변형 기계가 고장 나는 바람에 지금 이 모습으로 나타났단다. 이를 어쩌나 이대로라면 들키는 건 시간문제인데, 겁에 질린 초록 양은 지구인은 위험하지만 어린 아이는 괜찮다며 톰에게 의지하고 공포에 질려 온몸을 덜덜 떠는 초록 양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던 톰은 결국 초록 양을 숨겨 주기로 한다. 과연 톰은 초록 양을 무사히 집으로 돌려보낼 수 있을까?
2015년 루베리 북 어워드 아동 부문 수상작 <초록 양>. 책은 빠른 전개와 정신없이 웃기는 줄거리로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배꼽을 잡게 만든다. 하얀 양? 아니 초록 양! 외계인! 과연 이 웃음의 끝은 어디인가?! 너무 재미있다! 톰은 양을 헛간에 숨기고 도울 방법을 찾아 헤매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자고 일어났더니 양이 두 마리가 되고, 네 마리가 되고, 여덞 마리가 되고, 열여섯 마리가 되고, 게다가 이 양들이 요즘 지구인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TV 드라마 미스터리 마을의 열혈 팬이라며 정체를 숨겨야 하는 상황에도 드라마에 푹 빠져 톰의 속을 태운다. 아주 그냥 요절복통 난리가 났다. 양들이 지구를 떠날 때까지 절대 잠을 재워서는 안 된다. 커피 대접부터 TV 시청까지 각자 개성을 뽐내며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양들을 보호하는 톰의 수난기! 안 보면 후회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