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노보노, 오늘 하루는 어땠어?
이가라시 미키오 지음, 고주영 옮김 / 놀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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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노보노: 포로리야, 부서질 수는 있어도 진짜로 사라진 건 아니지 않을까? 점점 작아질지 몰라도, 그래도 남아 있지 않을까? 십 년이 지나도, 그래도 있지 않을까?

포로리: 백 년이 지나도?

보노보노: 백 년이 지나도, 그래도 있을 것 같아.

포로리: 천 년이 지나도?

보노보노: 그래도 어딘가에 있을 것 같아. 그냥 어디에 있는지 우리가 모르는 것뿐일지도 몰라. 그렇구나. 있었던 것은 작아지긴 하지만 사라지지는 않는구나. 그럼 이 흙 속에도 뭔가 있겠지. 누군가의 추억이라든가···. 그렇다면··· 이 세상은 모두의 메모투성이네.

(옛날에 내가 갖고 있던 것 _)

 

 

너부리: 난 도대체 모르겠단 말이야. 어제 뭐 했고, 오늘은 날씨가 어떻고 하는 얘기를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 거야?

포로리: 너부리야, 그렇지 않아. 다들 그렇게 재미있는 일만 있진 않은걸. 만약 재미있는 이야기만 해야 한다면 다들 놀러 왔다가도 금방 가버릴 거야.

보노보노: 그건 너무 쓸쓸하다, 포로리.

포로리: 그래, 보노보노. 모두가 외로운 거야. 모두 쓸쓸하니까 시시한 얘기라도 하고 싶은 거야. 너부리도 쓸쓸해지면 시시한 얘기라도 하고 싶을걸!

너부리: 뭐, 각자 다르겠지. 쓸쓸하다고 모두가 시시한 얘길 하고 싶어 하진 않아.

보노보노: 하지만 난 쓸쓸해서 얘기하는 게 아닌 것 같아.

너부리: 그럼 왜 하는 거야?

보노보노: 혼자 있다는 건 이렇게 그냥 걷는 거야. 하지만 누군가와 이야기를 한다는 건 이렇게 풍경을 보는 게 아닐까?

(누군가 얘기하고 _)

 

<보노보노>는 1986년 출간되어 1988년 고단샤 만화상 수상 후 30년 넘게 연재를 이어가고 있는 네 컷 만화로 2019년 현재 43권까지 출간되는 동안 전 세계 독자들의 사랑을 받으며 1천만 부 이상 판매되었다. 우리나라에는 1995년 소개된 이후로 한동안 절판되었다가 2017년에 이르러서야 복간되었는데, 그 후 2017년 에세이스트 김신회가 쓴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와 2018년 원작자 이가라시 미키오의 『보노보노의 인생상담』이 베스트셀러 에세이로 자리매김하면서 <보노보노>는 제2의 전성기를 맞게 되었다. <보노보노, 오늘 하루는 어땠어?>는 만화 <보노보노> 1권부터 30권 원작자 이가라시 미키오가 특별히 고른 18개 작품만을 모은 베스트 컬렉션으로 수백 편의 에피소드 중 원작자가 가장 사랑하는 이야기, 독자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작품을 한데 모았기에 가장 <보노보노>다운 이야기를 담은 책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보노보노를 포함하여 등장하는 친구들이 모두 각자의 이야기를 가지고 등장하기 때문에 <보노보노>를 처음 접하는 독자들이 입문용으로 읽기에도 부담이 없다.

 

어렸을 때는 마냥 귀여워 보였던 보노보노와 친구들. 그땐 몰랐다. 이게 이렇게나 철학적인 만화인지. 그저 동글동글 귀여운 보노보노를 사이에 두고 만나기만 하면 울그락불그락, 티격태격 싸우는 포로리와 너부리가 너무 귀엽고 재미있어 빠져 살았는데 지금에 와서 보니 그 내용이 결코 가볍지가 않다. 겁 많고 궁금한 것도 많고 생각도 많은 아기 해달 보노보노, 몸집이 작고 괴롭힘을 많이 당하지만 씩씩한 포로리, 화도 많고 짜증도 많지만 알고 보면 속 깊은 너부리 이 세 단짝 친구는 순수하고 투명한 시선으로 숲속을 누비며 우리들에게 유쾌한 웃음과 새로운 깨달음을 전한다. 명대사는 또 어찌나 많은지 일일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 때로는 바보 같고 때로는 시시하게 느껴지는 질문과 대화 속에는 우리가 놓치고 살았던 사소한 것의 소중함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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