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살짝 기운다
나태주 지음, 로아 그림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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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내가

사랑한다는 걸

모르지 않는다

그걸 빌미로

너는 때로 나를

흔들기도 한다

어지럽다

어지러워

아이야

흔들어도 너무

흔들지는 말아다오. (바람에게/p.47)

 

세상을 살다 보면

세상 이편에서

세상을 구경하면서 살 때가 있고

세상 그것이 되어 살 때가 있다

세상을 구경하며 살 때는

건너다보는 세상이 부럽고

세상이 되어 살 때는

세상을 구경하며 살 때가 그립다

그러나 두 가지 세상 모두가

아름다운 것이고 좋은 것이란 것을

우리는 잠시 잊고 살 뿐이다. (이편과 저편/p.120)

 

풍경이 너무 맘에 들어도

풍경이 되려고 하지는 말아라

풍경이 되는 순간

그리움을 잃고 사랑을 잃고

그대 자신마저도 잃을 것이다

다만 멀리서 지금처럼

그리워하기만 하라. (여행자에게/p.164)

 

 

많은 이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풀꽃 시인 나태주의 신작 <마음이 살짝 기운다>. 이 책은 그의 미공개 신작 시 100편을 모아 놓은 것으로 그림을 그리고 글씨를 쓸 때가 가장 행복한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캘리그라퍼인 로아의 다정한 그림이 함께 더해져 시를 차근차근 읽다보면 공감과 위로의 손길에 마음에 따뜻함이 번져간다. 책은 총 4장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1장 ‘너를 생각하고 너를 사랑하는 일’에서는 언제나 보고 싶은 연인의 이야기를, 2장 ‘많이 예쁘거라 오래오래 웃고 있거라’에서는 생각만 해도 가슴이 뭉클해지는 부모님을 비롯해 모든 걸 주어도 아깝지 않을 가족들을 향한 애정을, 3장 ‘바람 한 점 나누어 먹고 햇살 한입 받아서 먹다가’에는 당연하게 여겨져 쉽게 지나쳤을 자연과 일상에 대한 감탄과 고마움을 담았다. 마지막으로 4장 ‘바람 부는 날이면 전화를 걸고 싶다’에서는 삶에서 마주했던 인연들에게 전하는 진심을 들을 수 있다. 설렘 가득한 사랑 그리고 이별, 그를 향한 그리움, 자연에 대한 감사한 마음, 내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온기 등 책은 쓸쓸하지만 따뜻하고 아프지만 포근하며 따스한 시선으로 세상과 사람을 바라본다.

 

 

 

 

언제나 봄은 봄이 아니었다. 언제나 가을도 가을이 아니었다.

그러나 언제나 봄은 봄이었고 가을은 또 가을.

봄을 가슴에 품고 가을 생각을 잊지 않으면 봄이 아니어도 봄이었고

가을이 아니어도 가을이었다.

사랑도 그러하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시간이었다 해도 그것을 사랑으로 기꺼이 용납하지 않았다면 그것은 사랑이 아니다.

이별도 또한 이별이 아니다.

사랑은 떠났다. 사랑은 멀리 있다.

그래도 우리가 사랑을 떠나보내지 않으면 사랑은 결코 떠나지 않은 사랑이고

이별도 굳이 비극일 까닭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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