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에 다리가 하나여도 웃을 수 있다면 - 왜 이리 되는 일이 없나 싶은 당신에게 오스카 와일드의 말 40
박사 지음 / 허밍버드 / 2019년 1월
평점 :
품절


 

 

 

 

 

 

 

 

 

 

 

삶은 이상하다. 그토록 몰아붙이면서도 나아갈 길을 마련해놓는다. 극소수를 제외한 이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이해한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속담을 이해한다. 아무리 끔찍한 일이 벌어져도 다음 날 아침에는 어김없이 해가 뜨고, 어김없이 배가 고프고, 어김없이 납작한 하루가 펼쳐진다. 단 한 걸음도 떼어놓을 수 없을 것 같은데 온 만큼 가야 한다. 무슨 힘으로? 비극을 조롱하면서, 그 힘으로. 고통을 비웃으면서, 그 힘으로. 그 미약하지만 꾸준히 밀고 나가는 힘으로, 우리는 비극에서 점차 멀어져 간다. 다음 비극을 만날 때까지. (p.20)

 

자기 자리를 지키는 것은 안전하지만 어떤 형태로든 변화는 오지 않는다. 대놓고 괴짜건 열정이 조금 넘쳤을 뿐이건 어쨌든 성공한 이들이 자신의 넘치는 에너지가 민폐가 될지도 모른다며 누르고 건사했다면, 그들은 수많은 벽돌 중의 하나처럼 자신이 만든 담에 단단히 박혀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민폐를 무릅쓰고라도 절제의 담을 넘어 달려 나가야 하느냐고? 그에 대한 정답은 없다. 성공이나 실패와 거리가 먼 인생도 제법 살 만하니까. (p.50)

 

행복하면 착해지고 착하면 행복해지는 선순환이 계속된다면 세상은 얼마나 살기 좋아질까. 행복과 착함은 서로서로를 밀고 당겨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다. 그러나 그 어딘가에 반드시 마가 끼기 마련이니, 착하다는 것이 불러오는 불행은 이 선순환을 가차 없이 끊는다. 행복하지 않은 착한 사람은 나날이 더 불행해지고 불행은 스스로의 착함을 갉아먹으니, 이 세계는 그 아슬아슬한 경지를 조금씩 타고 오르고 내리다 결국은 파국을 향해 머리를 돌린다. 그러니 착한 것보다는 행복한 것에 마음을 기울여야 한다. 착해지기보다 행복해지기에 더 많이 관심을 보여야 한다. 행복하면 착해지지만, 착하다고 행복해지는 건 아니니까. (p.80)

 

내 발에 티눈이 났다는 것이 남의 발을 밟아도 된다는 자격을 주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그저 우리는 자기 몫의 고통을 견딜 권리와 의무만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연민과 동정은 일종의 선물이다. 공감은 우리 모두가 함께 살아간다는 증거다. 각자의 고통은 비교 불가다. 내 고통이 내게 가장 크고 명확한 것처럼, 남에게는 그 자신만의 뚜렷하고 존재감 있는 고통이 있다는 것. 그것만 서로 인정한다면, 세상살이가 지금보다는 수월하지 않을까. (p.178)

 

 

영어권에서는 셰익스피어 다음으로 많이 읽히는 작가, 오스카 와일드. 그는 화려한 언변과 천재적 재능으로 어딜 가나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특히 주류 사회가 가진 위선을 재치 있게 비틀고 조롱하며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삶의 고통과 불행마저 웃음으로 승화시켰던 오스카 와일드. 그가 삶을 대했던 태도와 그가 남긴 수많은 문장은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시원하게 가려운 곳을 박박 긁어주며 위로와 즐거움을 안겨다 주는 동시에 곱씹을수록 등골을 서늘하게 만드는 그런 비범한 힘이 있다. 그냥 단순한 우스갯소리가 아닌 짧고 간단한 글이지만 그 안에 담긴 뜻은 결코 가볍지 않다. 그래서 뜻대로 되는 일이 없어 답답하거나 우울하다고 느낄 때 읽으면 위로가 될 뿐만 아니라 힘을 북돋아 준다. 그까짓 인생, 언제 내 마음대로 된 적이 있었나. 아무리 괴롭혀봐라 내가 당하나, 하하하 웃고 말지. 지금 힘들다고 한들 달라지는 것도 없는데 그냥 웃어버리지 뭐. 계속 흔들어대며 괴롭혀도 눈 하나 끔뻑 안 한다. 이게 바로 저자가 말하는 웃음의 힘! 웃음은 힘이 세다. 나를 짓누르는 비극을 들어 올리고, 구겨진 마음과 일상을 조금씩 펴낸다. 저자의 말처럼 그리고 그의 말처럼 계속 웃을 수만 있다면, 벗어날 길은 있다. 유일한 방편을 쥐고 있다면 견딜 수 있다고, 그는 수많은 문장들로 증언한다. 그의 신랄함과 냉소는 차갑고 가볍지만 웃게 함과 동시에 생각하게 하고, 생각하면서 잊게 한다. 날 개의하게 하는 것들이 사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우리 삶은 좀 더 가볍고 경쾌해도 된다는 것을, 그는 우아한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아름답지 못한 것들을 손끝으로 튕겨낸다. 인생 그까짓 거 뭐?! 실제로 나아지진 않겠지 하지만 그 속에서 함께 어울려 무거웠던 마음을 탈탈 털어내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것 같다. 인생이 조금 더 흥미로워지기를 바라는가? 그렇다면 오스카 와일드의 조언에 귀 기울여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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