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의 커피 - 음악, 커피를 블렌딩하다
조희창 지음 / 살림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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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주문한 커피를 맛보고는 “어? 이 맛이 아닌데?” 하며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손님이 가끔 있다. 지금 마시고 있는 커피가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맛과 다르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커피는 생각보다 여러 가지 맛을 지니고 있다. 쓴맛이기도 하고 단맛이기도 하고 신맛이기도 하다. 초콜릿 맛이기도 하고, 아몬드 맛이기도 하고, 감귤 맛이기도 하다. 커피나무가 자란 지역과 종자에 따라 생두가 품은 원초적 맛이 다르다. 더하여 생두를 얼마나 볶았는지? 볶은 원두는 다시 몇 도의 물 온도로 내렸는지? 내리는 도구는 무엇을 사용했는지? 어느 정도의 시간으로 추출했는지에 따라서 강조되는 맛도 달라진다. (p.95)

 

클래식은 ‘기다림의 미학’이 있다. 기다릴 줄 알아야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듯이 클래식도 기다릴 줄 알아야 들린다. 그런데 한 번 기다렸다고 내 것이 되는 것도 아니다. 어떤 곡은 몇 번이고 들어봐야 진가를 알 수 있다. (p147)

 

음악은 어쩌면 고정관념과의 투쟁사라 할 수 있다. 바흐의 「마태 수난곡」이나 「무반주 첼로 모음곡」, 베토벤의 「교향곡 5번 ‘운명’」이나 「바이올린 협주곡」, 슈베르트의 「교향곡 8번 ‘미완성’」,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 등 지금은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유명한 작품들도 당대엔 인정받지 못하고 무시당하던 작품이었다. 당시 사람들에게는 너무 길거나 혹은 어렵거나, 직설적이라는 이유로 외면당했다. 위대한 작곡가들은 대부분 그러한 시대적 고정관념과 몰이해와 냉대를 넘어가며 자신의 세계를 그려냈다. (p.201)

 

한 발 더 나가서, 그러한 커피의 느낌을 음악적 기분으로 연결시켜본다면 어떨까? 커피로스터이자 음악평론가가 손님에게 줄 수 있는 최상의 선물은 “이 커피에는 이 음악이 좋아요!” 뭐 이런 것이 아닐까, 라는 것이 기획 전문가인 아내의 생각이었고 별로 반박할 여지를 찾지 못한 나는 그 생각을 글로 옮기기 시작했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커피 맛과 음악의 기쁨도 배가되었다. ‘오늘의 커피’를 놓고 ‘오늘의 음악’을 고르면서 우리는 수많은 얘기를 나눴다. “신이시여, 이것이 정녕 제가 볶은 커피입니까?”라고 자화자찬하며 웃기도 했고, 음악이 어쩌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냐며 울먹거리기도 했다. 나에겐 한 잔의 커피와 한 곡의 음악이 오늘을 살아낼 수 있는 하루치의 정서적 양식이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행복은 내일이 아니라 오늘에 있고, 행복은 ‘빅피처’가 아니라 디테일에 있다고. 아마 남은 삶도 이런 식으로 살아갈 것 같다. 좀 더 욕심을 부린다면 음악과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그 기쁨을 나눌 수 있으면 더욱 좋겠다. (p.259)

 

 

 

 

 

책은 음악평론가이자 커피로스터인 조희창이 카페 베토벤의 커피를 경영하면서 쓴 커피와 클래식 음악에 대한 크로스오버 인문학 에세이로 일상의 행복을 위한 키워드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커피와 클래식의 세계에 대해 쉽고 편안하게 안내해 나간다. 제 1장 꿈꾸다 / 제 2장 채우다 / 제 3장 나누다 / 를 통해 이어지는 농익은 그의 해설을 따라가다 보면 어디선가 그윽한 커피 향기가 풍겨오고 클래식 선율이 들려오는 것 같다. 커피 한 잔이 주는 위로과 음악 한 곡이 주는 행복을 어디에다 비교할 수 있을까. 커피에 대해 전혀 모르는 나도 그 정도는 알아챌 정도로 커피와 음악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은 상당히 크다. 항상 붙어다니는 커피와 음악. 둘은 이제 뗄려야 뗄 수 없는 사이?! 가까운 카페만 하더라도 아니 대부분의 카페에서 음악 소리가 들려온다. 가요? 클래식? 때에 따라, 손님들의 취향에 따라 다르기는 하겠지만 생기발랄하게 분위기를 돋우기에는 단연 가요가 제격일 것이고, 생각을 정리하고 잠시 조용한 휴식 시간을 가지기에는 클래식만한게 없다. 저자는 책에서 이제 우리의 일상 생활속에서 빼놓을 수 없을 정도로 깊숙히 자리 잡은 커피와 이름만 대면 누구나 바로 알만한 위대한 음악가들이 남긴 명곡들을 차례로 늘어놓는다. 브라질 원두에서 비발디의 사계를, 예멘 모카에서 쇼팽의 발라드를, 에티오피아 예가체프를 떠올리며 바흐를, 사향고양이의 눈물을 뜻하는 코피 루왁을 통해 베토벤 교향곡을, 핸드 드립을 내리며 슈베르트 현악 5중주를, 카페라테를 마시며 말러 교향곡 등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낸다. 각 주제가 끝날 때마다 <놓칠 수 없는 음반>과 <유튜브에서 보고 듣기> 코너를 통해 자세한 음악 소개는 물론 QR코드를 통해 오케스트라의 명연주를 감상할 수 있도록 배려해 놓아 클래식의 클자도 모르는 문외한이라도 저자의 뒤를 따라가다보면 자연스럽게 커피와 클래식에 같이 녹아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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