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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사랑이 남았으니까 - 처음과 끝의 계절이 모두 지나도
동그라미(김동현)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11월
평점 :





맞닿은 이 손 이제는 놓지 말자 무슨 예쁜 말로 표현하려 해도 입도 떼기 어려울 만큼 예쁜 당신이라서. 지구에서 올려다볼 땐 달이 작게 느껴지지만 가까워질수록 커지는 것처럼 우리도 가까워지자 내가 생각하는 당신은 달보다 더 크고 지구보다 더 소중한 사람이니까. (p.15)
나는 아파도 좋으니 너의 하루는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의 하루를 결정짓는 당신이 아픈 게 나에겐 더 아픈 일이니까.
네가 아프지 않을 수만 있다면, 그 일이 넓은 우주에서 먼지보다 작은 무언가를 찾는 것이라고 해도 기꺼이 하겠다고, 할 수 있다고 약속한다.
네가 아플 생각에 뒤척이며 매일 밤을 보내는 것보다는 네가 미소 짓는 날을 상상하며 넓은 우주 어딘가에 있는 무언가를 찾는 일이 더 좋을 테니까 더 행복할 테니까. (p.23)
우리의 이야기는 우리만 안다
너무 힘들고 지칠 땐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지만 그것고 한계가 있음을 곧 깨닫는다 아무리 슬픈 영화를 보고, 슬픈 노래를 듣더라도 우리의 이야기는 우리만 알 수 있으니까 그 무엇도 나를 그리고 당신을 대신할 수는 없으니까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우리만의 이야기가 내일의 나를 살아가게, 내일의 나를 더 아프게 만들 것이다
가장 슬픈 건 시원해진 날씨가 이제 곧 차가워진다는 것과 차가운 바람이 불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뜨거운 계절이 온다는 것, 그리고 그 계절에 다시 한 번 속으리라는 것. (p.65)
시간을 되돌릴 방법만 있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되돌리고 싶었다 이렇게나 아픈 이별을 할 바에는 차라리 당신이라는 존재를 알기 전으로 돌아가게 해달라고 당신을 사랑하기 전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확실하게 말하자면 당신을 내 기억 속에서 지워버리고 싶었다 서로의 기억 속에서 서로가 사라졌으면 좋겠다 그럼 우리는 서로의 이름조차 모르게 되거나 다시 사랑할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서로의 기억 속에 서로가 없으니 우리가 정말 사랑이라면 기필코 다시 사랑할 수 있을테니까. (p.128)
사랑에도 준비가 필요하듯
이별에도 준비가 필요하다
이렇게 힘들 줄 알았다면 구질구질하게 붙잡아볼걸
헤어질 때 헤어지더라도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할걸
나는 사랑한다는 말밖에 할 수 없는데
너는 사랑했다고 말할 수 있게 됐을 때
나는 사랑을 물었고
너는 이별을 답했다 (p.204)
책은 작가가 자신의 경험을 담은 글이라 그런지 공감이 가는 것은 물론이요, 적잖히 위로가 된다. 설레임, 기쁨, 슬픔, 아픔, 눈물, 그리움 등 사랑을 하며 생겨나는 모든 감정을 담아 한 장 한 장 정성스레 써내려간 동그라미의 <아직 사랑이 남았으니까>. 나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당신의 이야기이기도 한 그의 편지에서 사랑에 빠져 이리저리 하우적거리던 그 시절의 나와 마주한다. 차곡차곡 정성을 담아 써내려간 편지에는 나의 마음, 그의 마음, 우리들의 마음이 한데 어우러져 가슴을 쿡쿡 찔러온다. 사랑에 빠져봤으면 안다 그것이 어떤 마음인지를 그때는 어떤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보면 자연스레 지나온 사랑이 떠올라 기쁘기도 했다가 슬프기도 했다가 사랑에 빠져 들뜬 감정에 오르락 내리락 거리던 나와 마주한다. 그래 그땐 그랬었지. 마음 한구석에 잠자고 있던 사랑이 눈을 뜬다. 흔적이 남아 있지 않을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때 그 감정들은 그대로 마음속에 남아 있었나 보다. 지금 이 사람을 만나려고 그렇게 무던히 아프고 힘들어 했던 걸까. 양 볼을 빨갛게 물들이며 사랑을 시작하고 눈물을 뚝뚝 흘리며 이별을 경험하고 다시 쓸쓸히 혼자가 되기까지 많이 기뻐하고 많이 방황하고 많이 슬퍼하고 많이 행복했더랬다. 책을 잠자코 읽고 있으니 자꾸만 그 시절이 생각나 코 끝이 찡해진다. 사람을 어루만지는 저자의 손길에 저절로 톡톡히 옛추억에 젖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