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남긴 증오
앤지 토머스 지음, 공민희 옮김 / 걷는나무 / 2018년 10월
평점 :
품절


 

 

 

 

 

 

 

 

 

탕!
한 발. 칼릴의 몸이 갑자기 홱 틀어졌다. 그의 등에서 피가 튀었다.
칼릴은 몸을 곧게 세우려고 문을 잡았다.
탕!
두 발. 칼릴이 ‘헉’하고 신음을 밷었다.
탕!
세 발. 칼릴이 놀란 표정으로 날 쳐다보았다.
그는 바닥으로 쓰러졌다. (P.30)

 

“안돼. 안돼.”
그 말 밖에 모르는 한 살짜리가 된 듯 내 입에서 다른 말이 나오지 않았다. 어떻게 그가 누워 있는 바닥 옆으로 오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엄마는 누가 총에 맞으면 지혈을 하라고 했지만 피가 너무 많이 났다.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안돼. 안돼.”
칼릴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날 쳐다보지도 않았다. 몸이 굳어지면서 그는 떠났다. 그가 하나님을 만났기를. 다른 누군가가 비명을 질렀다.
눈물이 앞을 가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1-15는 내 친구를 죽인 권총을 날 향해 겨눈 채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난 손을 들어올렸다. (P.31)

 

그의 입술이 떨렸다. 난 몸이 떨렸다. 그는 흐느낌을 감추려고 입을 막았다. 난 토하지 않으려고 입을 막았다.
“브라이언은 착한 아이 입니다.” 그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아들은 그저 가족이 있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데 사람들이 그를 괴물로 만들고 있어요.”
나와 칼릴이 바라는 게 그건데 당신이 우리를 괴물로 만들고 있다. 난 울지 않으려고 참다가 눈물에 질식된 것처럼 숨이 가빠졌다. 1-15와 그의 아버지에게 눈물을 보이진 않을 거다. 오늘 밤 그들은 내게도 총을 쏘았다. 그것도 한 번 이상. 그리고 내 일부를 죽였다. 불행하게도 그들이 죽인 건 잠자코 있어야겠다고 주저하던 나의 마음이다. (P.252)

 

잘못된 부분이 어디냐고? 너무 많다.
그렇지만 언젠가는 바뀔꺼라 생각한다. 어떻게? 나도 모르겠다. 언제? 정말로 모르겠다. 왜? 항상 누군가 싸울 테니까. 어쩌면 내 차례일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들도 싸우고 있다. 가든 하이츠에서도 가끔은 직접적으로 싸우지 않아도 될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사람들은 깨닫고 소리치고 행진하고 요구한다. 그들은 잊지 않는다. 난 그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난 절대 칼릴을 잊지 않을 것이다.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절대 침묵하지 않을 것이다.
약속한다. (P.450)

 

 

열두 살 때 부모님은 스타에게 두 가지를 가르쳐 주셨다. 하나는 평범한 성교육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경찰이 불러 세웠을 때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관한 것이다. “스타, 경찰이 시키는 대로 해야 한다.”, “ 손이 보이기 않게 하고 절대로 갑자기 움직여서는 안 돼. 경찰이 너에게 말을 시킬 때만 말하고.” 누군가가 이런 이야기를 카릴에게 해주었다면 지금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까. 16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친구의 죽음을 눈 앞에서 목격하게 된 스타. 가해자는 그들을 향해 총을 겨눈 경찰. 카릴은 경찰의 총에 맞아 사망하고 그 사건은 다음 날부터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상하다. 경찰은 평소 착하고 모범적인 인물로 묘사된 반면, 피해자인 칼릴은 마약 거래상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의혹이 일며 그들이 무기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는 사실을 밝히지 않는다. 오히려 죽은 게 그 애 탓인 것처럼 이야기 한다. 하지만 그들은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 반항도 무장도 하지 않은 그들에게 그저 흑인이라는 이유로 총격을 행한 경찰. 하지만 수사는 사실과는 다르게 점점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결국 가해자인 경찰은 무죄로 풀려난다. 진실을 알고 있는 건 그 날밤 유일하게 현장에 있었던 스타뿐. 현실과 맞서 싸울 것인가, 안전한 침묵을 선택할 것인가.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 스타.

 

이 책은 작가의 어린 시절 경험을 토대로 쓰여졌다. 소설 속 주인공 스타의 이야기는 토머스가 대학교 졸업반일 때 탄생했다. 2009년 무장하지 않은 22세 흑인 청년, 오스카 그랜트가 경찰에게 과잉진압으로 총을 맞고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그 사건은 토머스에게 깊숙이 각인됐다. “사람들은 그의 과거를 말하기 시작했어요. 그가 과거에 한 잘못 때문에, 그런 일을 당했을 거라는 식으로 말이죠. 너무나 많은 청소년들이 그 사건에 영향을 받았어요. 그들에게서 자신을 봤기 때문이죠. 누구나 오스카가 될 수 있죠.” 이 책이 출간되기 전 그녀는 문학 에이전시에서 60번의 거절을 당했다. 그때 비영리 단체인 ‘위 니드 다이버스 북스’와 만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그 단체의 첫 번째 상을 받게 되면서 작가로서의 삶이 시작됐다. 이 작품은 <해리포터>와 <트와일라잇>을 잇는 영어덜트 장르의 신화가 됐고, 2018년 가을 21세기 폭스에서 제작한 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어쩌면 뻔한 결말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아직까지도 이런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기 때문이다. 비록 우리 주위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일이긴 하나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세계 어딘가에서 여전히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인종차별, 누가 만들어 낸 것인가. 왜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는가. 다름 아닌 우리들 인간이다. 자신이 우월하다는 생각으로 타인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않고 편견과 무관심으로 똘똘 뭉쳐 차별하고 혐오하며 그 행동이 지나친 나머지 사람을 죽음에까지 이르게 만들었는데도 불구하고 전혀 꺼리낌이 없다. 사람이 죽었는데도 반성의 기미는 커녕 자신을 옹호하고 변명하기에 바쁘다. 법은 정당함을 가장하여 그들을 옹호하고 언론도 왜곡되어 이 사건의 진실을 바라보지 않는다. 인종차별. 더 이상은 모두가 침묵해서는 안 될 일이다. 절대 이 폭력이 정당화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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