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고양이는 줄무늬
무레 요코 지음, 스기타 히로미 그림, 김현화 옮김 / 양파(도서출판)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요 몇 년간, ‘시마짱’이라고 이름 붙인 고양이가 찾아오고 있다. 풍채는 요즘 흔히들 말하는 길고양이라기보다 도둑고양이라고 하는 편이 딱 들어맞는다. 몸은 땅딸막하고 짙은 갈색과 검은색의 줄무늬에, 얼굴이 호빵만한 데 비해서 눈은 단춧구멍만하다. 물론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랑이에는 방울이 달려 있다. 모습을 드러낼 때도 ‘안녕하세요?’가 아니라, ‘안녕들 하쇼?’라는 분위기를 풍긴다. (p.9)

 

 

 

 

 

 

집고양이가 고양이의 신분 제도에 있어서는 꼭대기일지도 모른다. 자유라는 점에서는 길고양이가 제일일지라도, 끼니 걱정이 없고 비를 피하고 싶을 때나 몸 상태가 안 좋을 때는 집 안에 들어올 수 있는 게 제일이지 않을까. 적어도 내가 고양이라면 이러한 삶을 선택하리라. 하지만 인간과 마찬가지로 고양이의 성격도 천차만별이다. 태어났더니 길고양이라는 입장이었을 때 그것을 받아들이는 고양이라면 상관없지만, 이런 생활은 지긋지긋하다고 생각한 고양이는 나름대로 노력을 해서 고양이 자신의 꿈을 실현시키면 된다. 회갈색 고양이는 참으로 영리해서 책략을 세운 것임이 틀림없다. 또한 그렇지 않으면 길고양이로 살기가 어렵지 않을까. 염원하는 곳을 손에 넣은 회갈색 고양이가 되도록 오래 살아서 가족의 일원이 되어준 부부와 다 같이 행복하게 살 수 있기를 바라며, 그 영악한 녀석의 모습이 떠올라 나는 또다시 웃음 짓고 말았다. (p.169)

 

 

우리 집과 옆집을 자기 집처럼 드나들던 시마짱. 길고양이로 살아가야 하는 힘든 나날 속에서 시마짱에게 조금이라도 편안한 시간을 제공해줄 수 있었다면 기쁠 따름이다. 베란다를 봐도 물론 시마짱의 모습을 찾을 수 없고 찌르레기 부부와 참새 부부는 모습은 커녕 울음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베란다가 묘하게 썰렁했다. 그리고 꿈속의 전혀 어울리지 않던 살구색 턱받이를 한, 난감한 표정의 시마짱을 떠올릴 때마다 무척이나 서글프지만 그 얼빠진 모습에 웃음이 솟구치기도 한다. (p.206)

 

 어느 날 우연히 고양이 시이를 산책시키고 돌아오는 길에 껌딱지처럼 따라와서는 그 이후부터 시시때때로 얼굴을 내밀며 저자의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되어버린 시마짱. 길고양이의 삶이 힘들다고 누가 그래? 시마짱은 예외다. 길고양이 주제에 어서 냉큼 밥을 내놓으라며 당당하게 밥을 요구하질 않나, 먹다 남은 음식에는 입을 대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를 내보이며 음식을 외면하여 회를 사료 안에 섞어서 줬더니 회만 후벼 파내 먹어 저자를 기막히게 만들더니, 1년 전부터는 또 어찌나 잘 먹는지 낮이고 저녁이고 찾아와 캔사료를 엄청난 기세로 싹 비워낸다. 덕분에 고양이 음식을 구입하는 사이트 캣푸드에서 1년간 총 구입 금액이 10만 엔을 초과하여 골드 회원으로 승격되었다. 저자의 고양이는 소식묘라서 캣푸드 단가가 높아도 지출이 많지 않은 탓에 절대 이런 일이 일어날 수가 없는데 시마짱이 오고부터는 소비가 잦아져서 빈번하게 구입하게 된 건 사실이지만 설마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길고양이 중에는 유난히 사람을 따르는 아이도 있다지만, 시마짱은 무뚝뚝했다. 이 동네 열 가구 정도가 각각 다른 이름을 붙여서 돌봐주고 있다는데 시시때때로 찾아와서는 밥 달라고 단춧구멍만한 눈으로 레이져를 쏘아대며 뚫어져라 얼굴을 쳐다보는데 이상하게도 도저히 미워할 수가 없다.

 

토실토실 튼실한 줄무늬 고양이 시마짱과 함께 한 소소한 일상을 유쾌하고 솔직하게 그려내며, 길고양이 시마짱의 일생을 통해 삶과 죽음, 행복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깨우침을 전하는 저자 무레 요코. 고양이를 사랑하는 작가로 익히 알려진 만큼 고양이를 대하는 그녀의 태도는 남다르다. 눈빛만으로 대화가 되는 것은 물론이요, 속마음까지 알아채니까 말이다. 진정 그들을 사랑하고 걱정하는 마음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책에는 고양이 뿐만아니라 무화과를 좋아하는 개, 뒤늦게 나타나 저자를 괴롭히는 모기, 태국 섬에서 만난 원숭이, 목각 곰, 귀여운 생쥐 등 온갖 동물들이 등장한다. 그 중에서 단연 주인공은 시마짱! 다른 길고양이와는 다르게 무뚝뚝한 표정으로 다가와 자신의 매력을 어필하며 기여코 밥을 얻어 먹고야마는 당당함에 절로 입가에 웃음이 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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