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의 은둔자 - 완벽하게 자기 자신에게 진실한 사람
마이클 핀클 지음, 손성화 옮김 / 살림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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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둔자가 사는 곳에 있는 나무는 대부분 앙상하다. 거대한 바위 위에 픽업스틱처럼 도처에 쓰러진 나무들이 서로 뒤엉켜 있다. 길이라곤 없다. 여느 사람들이라면 나뭇가지를 마구 쳐내며 고생고생해야 찾아갈 만한 곳이다. 날이 저물면 도저히 찾아갈 수 없을 듯한 장소다. 은둔자가 움직인 건 바로 그때다. 한밤이 되길 기다렸던 그는 배낭과 침입용 공구 가방을 메고 야영지를 나섰다. 걸고 있던 목걸이에 펜라이트를 끼워 달았지만 당장 쓸 일은 없다. 찾아왔던 길은 이미 머릿속에 다 들어 있었다. (p.13)

 

 

내 행동을 설명할 수가 없어요.
떠날 때 아무런 계획이 없었습니다.
아무것도 생각하고 있지 않았어요.
그냥 떠났습니다. (p.132)

 

 

역사 속에서 대부분의 은둔자들, 특히 일반 대중 틈에서 살아가는 세속적인 은둔자들은 은둔한 상태에서 나이를 먹지 않았다. 세상을 떠나기 위해 경험과 지혜를 축적하면서 상당히 나이가 들 때까지 기다렸다. 나이트는 스무 살에 사라진 뒤 가르침을 다시 받은 적이 없었다. 조언을 구하려고 연장자에게 의지하지도 않았다. 그는 아주 작은 자신만의 왕국의 왕이자 문지기였다. 세상이 자신에게 가르쳐줄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믿었다. 당연히 제공해주는 것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가 내린 결정은 순수하게 자기 자신의 것이었다. (p.230)

 

 

직업도 있고 차도 있고 머리도 좋은 스무살 짜리 청년이 왜 갑자기 세상을 등진 걸까? 사반세기 내내 숲에서 지내기 전에 크리스토퍼 나이트는 텐트에서 밤을 보낸 적이 없었다. 그는 야영지에서 동쪽으로 차로 한 시간도 안 걸리는 거리에 있는 앨비언이라는 마을에서 성장했다. 크리스의 어린 시절을 아는 사람들은 그를 조용하고 부끄럼이 많으며 머리는 좋지만 괴짜인 아이였다고 했다. 하지만 어떤 심각한 문제를 발견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실 그는 혼자 있을 때가 가장 편했다. 다른 사람들과 교류할 때마다 좌절감을 느꼈다. 타인과의 만남은 충돌처럼 보였다. 결국 그는 어느 날 갑자기 다니던 회사를 관두고 가족들을 포함해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그곳을 떠났다. 기름이 거의 다 떨어질 때까지 차를 몰아 갈 수 있는 만큼 가능한 멀리 야생으로 들어가 차를 세우고 어디로 갈지 모르는 채로, 마음 속으로 특별히 생각해둔 장소도 없이 숲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의 목표는 하나였다. 바로 길을 잃는 것. 그냥 세상에서 행방불명되는 것이 아니라 숲에서 스스로 영원히 사라지는 것. 그는 가장 기본적인 캠핑 용품들, 옷 볓 벌, 약간의 음식만 가져갔다. 그 후 27년 동안 나이트는 타인과 단 한 번의 접촉도 없이 홀로 숲속에서 살아간다. 혹독한 겨울이 몰아치는 숲속에서 얼어 죽지 않기 위해 기발한 방법으로 물과 식량을 저장하고 쉽게 구할 수 없는 음식, 옷, 책이 필요할 때는 불가피하게 숲 인근 오두막에서 훔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그는 본의 아니게 지역 사회에 공포분위기를 조장하고 그 결과 경찰과 주민들이 그를 붙잡으려고 수십 번 시도 하지만 번번히 실패하고 만다. 하지만 그들의 끈질긴 추적 끝에 드디어 그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 책은 저자가 저널리스트로서 살면서 슬럼프에 빠져 휴직하던 중 ‘미국판 로빈슨 크루소, 27년간 은둔 생활 충격’이라는 기사를 접하면서 시작된 책이다. 기사의 주인공 크리스토퍼 나이트가 비록 살기 위해 1,000번 이상 무단 절도를 범했지만, 그에게서 묘한 연민과 동지애를 느꼈던 것이다. 일상에 지칠 때면 무조건 숲으로 도피생활을 갈 정도로 지쳐 있던 핀클에게 나이트의 행위는 일종의 동경심을 불러일으켰다. 직접 인터뷰하고 싶은 열망에 무작정 편지 한 통을 보냈는데 그에게서 답신이 오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취재가 시작됐다. 핀클을 이 책을 쓰기 위해 크리스토퍼 나이트를 감옥에서 아홉 차례 면회했고, 그의 재판마다 참관했다. 또한 그의 은둔처이자 야영지가 있는 메인 주를 총 일곱 차례나 답사하기도 했다. 나이트의 가족은 물론, 나이트의 절도 표적이 되었던 노스포스 주변의 별장 소유주, 파인 트리 캠핑장 직원, 그를 체포했던 경찰까지 총 140명 이상을 인터뷰했다. 이 책은 범죄인과 나눈 단순한 취재가 아니다. 스스로 자발적 고립을 선택하거나 인간관계에 지쳐 도시 생활에 염증을 느끼는 사람, 사회성은 부족하지만 지적 호기심이 높아 책을 많이 읽는 사람 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관계장애, 또는 일탈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무엇이 좋은 삶인지 질문을 던져며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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