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흘러넘쳐도 좋아요 - 혼자여서 즐거운 밤의 밑줄사용법
백영옥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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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날은 괜찮고, 어떤 날은 힘이 들어 집으로 가는 길에 눈물이 나기도 해요. 외롭고 우울한 마음에 병명을 붙일 수 있다면 위로 받기 쉽겠지만요. 우리의 고민은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채로 우리를 흔듭니다.
밤이 되면 가게의 문이 모두 닫히고 커튼과 창문도 닫힙니다. 하지만 마음만은 활짝 열리죠. 너무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온기로 당신에게 다가가고 싶습니다. 그걸 포근함의 온도라 불러봅니다. (p.19)

 

우리 말에 ‘속상하다’라는 절묘한 표현이 있죠. 내 몸속이 ‘상한다’라는 뜻인데 괴롭고 슬픈데도 눈물을 밖으로 밀어내지 못하면 몸속의 울음이 우물처럼 고여 썩을 수 있다는 뜻일 거예요. 그렇게 보면, 속이 쓰릴 때 나오는 위산이나 스트레스 호르몬이라는 코르티솔도 어쩌면 눈물의 다른 형태가 아닐까 싶습니다.

만약 누군가 내 앞에서 울고 있다면, 흐르는 눈물은 그 사람이 나를 믿고 있다는 증거가 되기도 합니다. 때로는 약함을 내보일 수 있는 게 진짜 용기니까요. 가끔은 그냥 흘러넘쳐도 좋아요. 맑은 날만 계속되면 사막이 된다죠. 비 온 후, 우리가 가장 아름다운 무지개를 볼 수 있는 것도 그런 까닭일 거예요. (p.95)

 

 

사람이 살아가는 데 갈등이 없을 수 있을까요? 모두의 의견이 같다면 좋기만 한 세상이 올까요? 상대를 인정하지 않고 궤멸을 바라는 건 건강한 사회는 아닐 겁니다. 과도한 갈등과 증오는 서로의 올가미가 되어 둘 모두의 성장을 방해하니까요.
나무 한 그루를 두고도 숲지기는 숲에서 보호해야 할 유산이라 믿고, 솜씨 좋은 목수는 대들보에 쓸 좋은 목재라 믿습니다. 숲지기의 말처럼 베지 않는 것이 맞을까요, 아니면 목수의 말대로 베는 것이 옳을까요.

갈등에는 많은 원인이 있지만 가장 큰 건, 서로의 ‘다름’을 ‘틀림’으로 인식하는 데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다른 존재라는 걸 인정할 때, 나의 다름도 존중받을 수 있습니다. (p.112)

 

 

보통 사람들은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해요. 하지만 (걱정 많은) 지혜로운 사람은 문제가 일어나는 것을 피합니다. 위험은 그것을 무릅쓸 때가 아니라 피할 때 상책인 경우가 더 많습니다. 진짜 실력은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문제 자체를 만들지 않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문제는 과도한 걱정이에요. ‘걱정만’ 하는 게 진짜 문제죠.
우리는 대개 실패의 원인을 잘못된 판단과 선택 때문이라도 생각해요. 하지만 많은 경우, 판단하고 결정해야 할 시기에 걱정하느라 어떤 결정도 내리지 못하는 게 더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과도한 걱정은, 계속 움직이기는 하지만 단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가지는 못하는 회전목마와 같은 상태로 만들거든요.

티베트 속담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걱정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 (p.185)

 

 

 

책은 1년에 500여 권의 책을 읽는 활자 중독자이자 문장 수집가인 저자가 오랫동안 차곡치곡 모아온 밑줄 가운데서 고르고 고른 인생의 문장을 소개하는 에세이로,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 후 아파하는 사람들에게, 삶에 지쳐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겉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마음에 상처 입은 사람들에게 책속의 문장을 약 대신 처방해준다. 한마디로 힘들어 하는 사람들을 위한 그녀만의 위로법이라 할 수 있다. 그간 읽어본 수많은 책들 속에서, 일상생활 속에서 경험한 일들을 바탕으로 위로가 될 법한 문장들만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냈다. 어느 페이지를 펼쳐도 토닥토닥 마음을 다독여주는 듯한 글들이 가득해 굳이 처음부터 읽지 않아도 괜찮다. 그녀의 글을 읽다 보면 마치 단골 병원에 진료를 받으러 온 것 마냥 마음이 편안하다. 그녀만의 감성이 녹아있다.

미리 말하건데 무방비한 상태에서 이 책을 읽으면 KO패 당할 수도 있다. 서로 맞붙어서 투닥거리는 게 아닌 저자가 일방적으로 퍼붓는 공격에 아주 편안하게 온 마음이 무장해제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우리는 우리가 느끼는 감정 앞에서 한없이 작아진다. 남들이 보기에는 티끌 같아 보이는 고민도 나에게는 아주 거대하게 느껴진다. 타인의 고민과 걱정에는 힘내라, 괜찮다, 위로의 말을 곧 잘 건내면서 자신에게는 야박하다. 감정을 밖으로 끄집어내기 보다는 오히려 깊은 곳에 꼭꼭 눌러 담아두게 된다. 그러다 가끔씩 마음이 흘러 넘칠 때가 있는데 그럴 때 조언을 해주기보다는 그냥 묵묵히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위로가 되고 힘이 될 때가 있다. 그런데 저자 같은 경우는 그 반대로 상처난 마음을 내보이지도 않았는데 마치 알고 있다는 듯 살포시 그에 적절한 처방전을 내어 놓는다. 책에 귀를 기울이다보면 뭐랄까 정처 없이 둥둥 떠다니던 마음이 차분해지고 차가워진 마음에 온기가 더해져 온몸이 따뜻해지는 것 같다. 그래서 한 번만 읽기에는 뭔가 좀 아쉽다. 손이 잘 닿는 곳에 놓아두고 마음에 먹구름이 낄 때마다 꺼내어 읽어 보고 싶다. 하나 둘 떨어져 내리는 낙엽에 괜히 나도 모르게 마음이 쓸쓸해지는 요즘 읽기에 딱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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