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거지 누가 할래 - 오래오래 행복하게, 집안일은 공평하게
야마우치 마리코 지음, 황혜숙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사실 호텔 생활은 더할 나위 없이 편하고 안락하다. ‘청소해주세요’라는 푯말을 문고리에 걸어두고 아침 먹고 천천히 커피까지 마시고 돌아오면 마법처럼 완벽하고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다. 밥도 설거지도 안 해도 된다. 청소까지 남이 대신 해주니까. 그런 행복에 빠져 있다가 현실을 돌아보면 눈물이 날 것만 같다. 그도 그럴 것이 동거를 시작하기 전까지는 집안일이라는 것이 이렇게 내 어깨를 짓누를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기 때문이다. 무려 12년간 독신으로 지내오던 내가 동거를 시작하면서 집안 일에 대한 부담을 새삼 깨달았다. 한 사람이 두 사람이 되어 번거로움이 두 배가 되고, 동거인이 남자라는 사실 때문에 집안일에 시간과 수고가 세 배나 든다는 이해할 수 없는 의문. 20대 후반에 시작한 연애 끝에 내가 얻은 결과는 결혼이 아니라 ‘집안일을 세 배로 늘리는 괴물’과 산다는 현실이었다. (p.18)

 

 

흔히 결혼 생활의 노하우로 “남편을 큰 아기라고 생각하라”는 말이 있는데, 독신 시절 나는 그런 발상이나 표현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냥 싫었다. 그런 말로 애써 남자들의 행동을 이해 해야 하고 집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남편에 대한 여러 표현들 사이에 홀연히 나타난 ‘대형견’ 이론은 쉽게 공감이 갔고 마음에 와 닿았다. 1년 365일 남편을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지만, 진심으로 ‘이 녀석은 정말 도움이 안 돼.’라는 생각이 들 때는 남편을 대형견으로 생각하면 정신 건강에 꽤 도움이 된다. 분노 조절에 이만 한 것이 없다. (p.174)

 

 

 

“결혼은 무서워! 그래도 하고 싶어······.” 20대 후반 무렵부터 슬슬 결혼해야겠다고, 아니 하다 못해 결혼 상대라도 찾아야겠다며 적잖이 초초해했던 그녀. 그런 그녀가 30대의 문턱에서 지금의 남자친구를 만나게 되었고 도호쿠대지진을 계기로 피붙이 하나 없는 도쿄에서 혼자 생활하는 것이 무서웠던 그녀는 재해 방지 차원에서 그와 함께 살기로 결정했다. 인생의 첫 동거였다. 이 책은 그들의 동거 생활을 통해 자신과 전혀 다른 남자라는 동물과 어떻게든 맞춰가면서 잘 살아보려고 고군분투한 그녀 자신의 일상 기록이다. 동거 초기부터 결혼 직후 까지의 가정 내 여남평등을 실현하기 위해 집안일 분담에 노력하면서 생활한 경과보고이다. 데이트할 때 미약하게나마 존재했던 꽃다운 청춘의 연애 모드는 동거를 시작으로 생활이라는 현실에게 강제 추방당했고 눈에 씌었던 콩깍지가 하나둘 벗겨지기 시작하며 둘 사이에는 악명 높은 설거지 전쟁이 발발하기에 이르렀다.  

여자와 남자, 남자와 여자, 평등 교육을 받고 자라며 사회가 조금씩 변화하고는 있다지만 여전히 이는 사화적인 문제로 거론되고 있고 또 주위 어디를 둘러봐도 우리가 교육받은 대로 잘 지켜지는 것을 찾기란 낙타가 바늘 귀로 들어가는 것만큼 눈을 씻고 찾아보기 힘들다. 여자들은 직장과 가정을 오가며 일과 육아에 치여 숨가쁘게 허덕거리고 남자들은 직장에서 하는 일에서만 두각을 내보이고, 가정일에 대해서는 빈둥빈둥.(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님) 마치 개미와 베짱이를 보는 듯 하다. 분명 같은 교육을 받았고, 동등한 자격을 가졌는데 왜 남자와 여자라는 이유로 해야하는 일도, 해내야 하는 일도, 받는 대우도 다른 걸까. 책을 읽으며 현실적으로 공감되는 바가 많았다. 일본의 현실도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아 절로 웃음이 나오면서도 한편으로는 뭐랄까 좀 씁쓸했다. 사회는 많이 변화했지만 가정 안에서 주어진 아내의 역할은 예나 지금이나 하나도 변한 것이 없다. 아니 왜 가정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두고 화살의 작대기는 여자에게 향하는 것인지 심히 억울하다. 물론 모두에게 해당되는 사항은 아니겠지만, “남자와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궁금해 하는 분들에게 이 책이 아주아주 참고가 될 것 같다. 각 장마다 끄트머리에 남자친구의 생각이 첨부되어 있어 두 입장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여러분 결혼은 현실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느끼겠지만, 예전보다야 많이 나아졌다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여자는 사회적 약자이고 또 남자와 동등한 위치에 있지 않다. 달라졌으면 좋겠다. 지금 우리 부모님 세대와 우리의 세대가 틀리듯 우리 세대와 비교해 앞으로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계는 많이 달라졌으면 좋겠다. 성이 걸림돌이 되어 가로 막히기 보다는 성별에 관계 없이 모두에게 공평한 기회가 주어지고 모두에게 행복한 세상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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