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안 해도 아무렇지 않구나
김신회 지음 / 놀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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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하려다보니 긴장한다. 실수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조바심을 낸다. 하지만 그런 다짐과 마음가짐이 우리를 바른 길로 이끈 적이 얼마나 있었던가. 그래서 무슨 일을 하기에 앞서 생각한다. ‘그냥 하는 거야’라고. 그러고 나면 어떤 결과 앞에서도 담담해질 수 있다. 이미 그려놓은 계획표가 없고 상상해둔 결과가 없다면, 실망할 일도 바교할 일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 하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다보면 생각지도 못한 행운이나 기쁨이 다가올 수도 있다. 예상치 못한 고난과 불행도 찾아올 수 있다. 그렇다면? 그때도 다시 그냥 하면 된다. (p.38)

 

 

 

 

 

부모님은 우리의 첫 번째 어른으로서 우리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지만 그 말은 부모님이 우리 인생을 결정해도 된다는 뜻이 아니다. 많은 부모들이 자식들을 자신의 소유로 보고 통재할 수 있다고 믿지만 그 생각과 믿음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서는 안 된다. 부모의 조언은 우리의 인생을 거들 뿐, 내 인생을 사는 건 나 자신이다. (p.124)

 

 

 

 

 

이번 일로 알게 됐다. 사과를 해야 하는 사람들은 언젠가 때가 되면 사과할 수 있고 또 그 사과가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과를 받아야 할 사람은 전혀 다른 생각을 갖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미안하다는 마음은 묵혀둘수록 더 전하기 힘들어지고 통할 가능성도 희박해진다는 것을. ‘우리에게는 각자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두 사람에게 똑같으리라는 보장은 없다는 것을. 사과에도 정해진 타이밍이 있다는 것을.
사과의 타이밍은 사과를 받아야 할 사람이 정하는 것이다. 내가 너를 용서하겠다, 다 잊어버리겠다는 결심은 사과받을 사람만의 권리다. 사과하는 사람은 그저 미안하다고 말하고 이후의 결과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p.152)

 

대부분의 불안과 걱정이 혼자 만드는 상상과 이야기 때문에 더 거대해진다.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걱정하고, 벌어진 적 없는 일을 상상하느라 잠을 설치고 머리를 싸매는 부지런함은 그만 사양하고 싶다. 적어도 상황을 있는 그대로만 본다면, 미리부터 염려하고 짐작하는 건 불필요한 과정이 되지 않을까. (p.208)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제일 먼저 그 상처를 둘러싼 내 감정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어떠한 판단과 행동도 필요없이 느끼기만 하면 된다. 그리고 그 안에 머물면 된다. 모든 감정은 사라지기 마련이다. 좋은 감정이든 나쁜 감정이든 영원히 지속되는 감정은 없다. 그때그때 적절히 느끼고 귀 기울여주지 않은 감정만이 우리 안에 머물며 툭하면 덧나는 상처로 남을 뿐이다. (p.222)

 

 

성과는 없어도 늘 끊임없이 움직여대던 일중독자 김신회 작가가 전하는 나에게 관대해지는 법. 
갑작스런 오른손 집게손가락의 통증으로 뜻하지 않게 덜컥 주어진 무기한의 휴가. 그저 가만히 있기만 하면 되는데도 쉬는 법을 몰았던 저자는 그런 자신의 모습에 적잖은 죄책감과 자괴감을 느꼈다. 피로와 불안으로 가득 찬 일상을 보내면서도 그게 당연한 거라고 여겼다 왜냐하면 다들 그렇게 살고 있었으니까. 일 년을 억지로 쉬고 나서야 조금씩 쉬는 것에 익숙해졌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점점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됐다. 그러는 동안 깨달았다. 아무것도 안 해도 아무렇지 않구나. 쉬어본 사람이 쉴 줄 아는 거였구나 하고 말이다. 나를 받아들이는 일, 그런 나를 돌보며 사는 일, 그러고 나니 많은 것들을 쥐고 있던 날들보다 마음이 말랑해졌다. 이 책은 그런 시간을 거치는 동안 작가가 느낀 깨달음의 기록이다. 질주하며 달려온 자신의 삶을 뒤돌아보며 좀 더 너그럽게 자신을 들여다 볼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힐링같은 시간이다.

쳇바퀴 굴러가듯 빠르게 흘러가는 하루하루. 누군가에게 쫒기듯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와서도 여전히 해야할 일 투성이. 자신을 채찍질해가며 근근이 버텨내는 우리들의 삶. 쉬엄쉬엄해도 될텐데 뭐가 그리 급한건지, 잠들고 해가 뜨면 다시 반복되는 시간들. 열심히 하고자 노력하는 그 마음은 알지만, 본인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우리에게는 휴식이 필요하다. 지금 행복하지 않은데 나중에라고 행복해질 수 있을까? 하지만 왠지 나만 이러고 있는 것 같아서 잠시 쉬어가는 것도 쉽지 않다. 저자가 그랬던 것처럼 그리고 나 또한 그러하듯 대부분의 사람들도 마찬가지겠지. 그냥 눈치 보지 말고 나 하나만 신경쓰면 될껄 그런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는데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결국은 아무렇지 않은데 말이다.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 하나하나 눈이 가지 않는 것이 없다. 이미 내가 겪었던 일 뿐만 아니라 앞으로 우리가 살아가면서 경험하거나 고민할 수도 있는, 일상에서 충분히 일어날 법한 이야기라 공감되는 부분이 상당히 많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곧잘 고개가 끄덕여진다.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위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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