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속 외딴 성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서혜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8월
평점 :
품절


 

 

 

 

고코로는 입학한 첫 달인 4월만 학교를 가고 그 뒤로는 가지 않았다. 아니 가지 못했다. 학교가 싫어졌다. 친해지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친한 친구가 될 뻔한 모에와도 멀어지고 미오리네 그룹에게 지속적으로 괴롭힘을 당하면서 그 뒤로 모든 게 엉망이 돼버렸다.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있을 곳이 없어 방에 틀어박혀 지내던 고코로에게 학교에서 자신을 따돌리던 미오리와 그녀의 친구들이 집까지 찾아와 협박을 하고 돌아간 이후에는 두려움 때문에 집 밖으로 나가는 것은 물론이요, 자신의 방 창문 커튼 마저도 열어놓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방안에 있던 거울이 빛나기 시작했다. 찬란하게 빛나고 있는 거울은 안쪽에서 빛이 나오는 것 같았고 제대로 바라볼 수 없을 정도로 눈이 부셨다. 손을 뻗자 싸늘한 감촉이 만져지더니 손에 힘을 준 순간 빛이 몸을 삼키고 순식간에 거울 속으로 끌려 들어갔다. 그리고 눈을 뜨자 늑대가면을 쓴 여자아이가 서 있었다.

 

축하합니다!
안자이 고코로 씨, 당신은 이 성의 게스트로 초대받았습니다!

 

그건 꿈이었을까. 그러고 보니 낮에 꾸는 꿈, 백일몽이란 말을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데 그런 일이 나에게도 일어난 걸까. 나, 이상해진 거 아니야?
조금 안정되어 생각할 여유가 생기자 정말 자신이 이상해졌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다른 불안감 때문에 가슴속이 아파온다.
어쩌지, 어쩌지, 어쩌지. 만약 종일 집에 있던 탓에 환상을 보게 된 거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
혼란스러운 속에서도 왠지 그 말이 갑자기 생각났다.
‘네 소원을 뭐든 하나 이루게 해준다잖아!’
환상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선명하게 귓가에 그 소리가 맴돈다. 뒤집어놓은 전신거울이 자꾸만 신경 쓰여 눈길이 간다. (p.42)

 

그 모습에 너무 놀란 고코로는 늑대소녀의 손길을 뿌리치고 거울 속으로 뛰어들었고 이곳에 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빨려 들어가더니 다시 현실세계로 돌아왔다. 밤에 잠들기 전, 거울이 또 빛날까봐 걱정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무섭다며 도망쳐 놓고는 뒤늦게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다음날 거짓말 같이 거울이 또 다시 빛이 났고 고코로는 어제와 마찬가지로 손을 뻗어 거울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윽고 도착한 곳은 어제 보았던 성의 안. 그곳에는 어제 보았던 늑대가면을 쓴 소녀와 그녀와 똑같이 영문도 모르고 끌려온 여섯명의 아이들이 모여 있었다.

 

“싫은 사람은 싫어해도 괜찮아. 도망쳐도 괜찮아.”

 

“만날 수 있어!
그러니까 살아야 해!
힘내서 어른이 되어줘!

 

 

 

지난 일 년 가까운 시간 동안 여기서 보낸 날들, 여기서 사귄 친구들에 대한 기억은 앞으로도 고코로를 지탱해주는 힘이 될 거다. 나는 친구가 없는 게 아니다. 앞으로 평생 아무하고도 친구가 될 수 없다 해도 나에게는 친구가 있었던 적이 있다고, 그렇게 생각하며 살아갈 수 있다. 그 기억이 고코로의 마음에 얼마나 큰 자신감을 가져다 주는지 다른 사람들은 절대로 모를 것이다. (p.457)

 

 

괜찮다. 잘할 수 있다. 어디든 갈 수 있다. 게다가 어디를 간다 한들 좋은 일만 기다리고 있을 리 없다. 싫은 사람도 반드시 있을 것이다. 그런 일은 없어지지 않는다. 그래도. 싸우는 것이 싫다면 싸우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준 사람도 있었다. 그러니까 돌아가보자고 생각했다. (p.622)

 

자였던 소녀가 빛나는 거울 속에서 만난 가슴 뭉클한 기적. 책은 집단 따돌림으로 인해 등교를 거부하는 주인공 고코로를 중심으로 그녀와 비슷한 상처를 받은 아이들이 관계를 통해 상처를 극복하고 서로를 도와 함께 이겨내는 과정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낸다. 약 열달 동안, 성 안에 숨어 있는 열쇠를 찾아내어 소원을 이루기 위해 현실세계와 거울 속의 성을 오가는 고코로와 여섯 명의 아이들. 책은 한 번 펼치면 이 책 특유의 감성에 동화되어 책을 쉽게 덮을 수가 없다. 나도 자식을 키우고 있는 부모라서 그런지 고코로가 처한 이 상황이 남일 같이 않아 너무 마음이 아프다. 그녀의 곁에 그녀를 이해해주고, 함께 해줄 친구가 단 한 명만 있었더라도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텐데 너무나 안타까워 눈물이 절로 나온다. 그런 상황을 만든 아이들이 원망스럽다. 마음속으로 절박하게 몇 번이나 구해달라는 신호를 보내지만 그런 그녀의 아우성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해 혼자서 점점 고립되어 가는 고코로. 그런 고코로에게 위로가 되어준 것은 바로 거울속 세상이었다. 어디에도 편히 있을 곳이 없었던 고코로에게 이 곳은 천국과도 같았다. 때로는 의견이 충돌하고 다투거나 삐지기도 했지만 그럴 때에도 상대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난관이 닥치면 함께 극복해나간다. 거울 속의 성은 고코로와 아이들에게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고 희망과 공포를 함께 느낄 수 있는 세상이었다. 그렇게 고코로는 그 곳에서 만난 여섯 명의 아이들과의 만남을 통해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며 꼭꼭 닫혀있던 마음을 허물고 조금씩 성장해 나간다. 고코로와 아이들의 이런 삶은 우리와도 맞닿아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우리 모두 예기치 않게 서로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또 받기도 하며 관계를 이어나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코로가 힘을 낼 수 있기를, 지금 자신이 처한 상황에 지지 않기를 열렬히 응원하게 된다. 이제 더 이상 방 속에 갇혀서 웅크리며 떨지 않기를 당당하게 자신의 삶을 누리기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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