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내 것이었던
앨리스 피니 지음, 권도희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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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가 얼음같이 차가운 공기처럼 내 안에서 번져나간다. 여기가 어디인지, 내가 어째서 이곳에 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누군지는 알고 있다. 내 이름은 앰버 레이놀즈. 나이는 서른다섯. 폴이라는 남자와 결혼했다. 나는 머릿속에서 이 세 가지 사실을 반복해서 떠올린다. 이 사실들이 나를 구해주기라도 할 것처럼 꼭 붙잡고 있다. 하지만 이야기책의 마지막 페이지가 찢겨나간 것처럼, 기억의 일부가 사라졌다는 것 역시 잊지 않고 있다. 그 기억들이 완전해질 때까지 모든 것을 머릿속에 조용히 묻어둔다. 그때가 되면 지금 이 상황을 생각하고, 느끼고,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크리스마스 다음 날 병원에서 코마 상태로 깨어난 앰버. 그녀는 여기가 어디인지, 자신이 어째서 이곳에 누워 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무리 노력해도, 아무리 알고 싶어 미칠 것 같아도 말이다. 인기척에 소리를 질러보지만 그들은 자신의 말을 무시한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 앰버는 눈을 뜰 수도, 말을 할 수도, 움직일 수도 없지만 의식과 감각은 살아 있는 상태, 몸의 감각들을 다 느낄 수 있고 그녀의 주변에서 들려오는 소리도 다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아무도 그 사실을 알지 못한다. 사고 후 병실을 가장 먼저 찾은 이는 남편 폴이다. 그런데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간다. 의사는 앰버가 안전벨트를 하지 않고 과속을 하다 사고가 났다고 한다. 그럴리가 차를 타면 항상 안전벨트를 매는데, 열심히 기억을 더듬어 보지만 사고에 대한 어떤 기억도 떠오르지 않는다. 심지어 앰버는 차도 없다. 의사가 나가고 뒤이어 들어온 동생 클레어와 폴의 대화로 자신이 남편의 차를 운전하다 사고가 났다는 걸 알게 된 앰버, 이상하다. 자신은 절대 폴의 차를 운전하지 않는데 이게 도데체 무슨 일이지. 앰버는 사람들이 주고받는 대화를 통해 남편 폴과 여동생 클레어가 불륜 관계임을 짐작한다. 과거 클레어의 모함으로 자신에게 커다란 배신감을 느꼈던 옛 연인 에드워드가, 현재 입원 중인 병원에서 근무한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또한 크리스마스 며칠 전, <커피 모닝> 메인 진행자인 매들린이 더 이상 자신과 일하지 않겠다고 PD에게 통보한 사실도 떠올린다. 모든 것이 잘 되고 있었는데, 이제 그녀는 모든 것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이대로 모든 것을 잃을 수는 없다. 스스로 힘으로 해결해야만 한다. 뭔가 방법은 있을 것이다. 앰버는 사고 당시의 기억을 되찾고 코마 상태에서 깨어나기 위해 필사적으로 몸부림치기 시작한다.

책은 주인공인 앰버가 병원에서 깨어난 순간을 기점으로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숨가쁘게 이어진다. 이야기가 눈으로 보여지기보다는 주변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의존해 주인공 앰버의 독백으로 이어지다보니 오직 피해자인 그녀의 시선과 말 그리고 그녀가 느끼는 감정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도데체 그녀는 어떤 이유로 지금 코마 상태에 빠져있는걸까.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야기가 이어질수록 그녀가 내뱉는 말들에 의심이 간다. 점점 머릿속에서 커져가는 물음표. 그녀의 말이 사실인지 거짓인지 도무지 앞을 예측할 수가 없다. 과거 앰버의 비밀이 기록된 일기장이 공개되면서 앰버를 비롯한 다른 등장인물들이 숨겨왔던 과거가 하나둘씩 밝혀지고, 마지막 장에 이르면 정말 충격적인 대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기존의 스릴러 소설의 공식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읽으면 읽을수록 더해지는 긴장감에 온 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 한 번 보기 시작하면 눈을 뗄 수 없다. 엄지척! 이런 건 꼭 봐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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