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의 고향 - 김규아

연필의 고향 ㅣ 이야기 파이 시리즈
김규아 지음 / 샘터사 / 2018년 7월

우리의 교실에는 ‘연필의 고향’이 있다. 주인 없는 연필들을 보관해 두는 곳이다. 이 연필들은 누구나 필요할 때 쓸 수 있다. 주인이 찾아가지 않은 연필들은 대부분 멀쩡하고 새것인 경우도 있다. 일부러 버리는 사람도 있을 테지. 연필의 고향에는 늘 연필이 가득하다.  

필통을 집에 두고 온 어느 날, 예진이는 교실 한 쪽에 있는 연필의 고향에서 연필 하나를 빌렸다. 연필의 고향은 주인 없는 연필들을 보관해 두는 곳으로 주인들은 연필을 잃어버린 줄 모르고, 알아도 찾아가지 않는다. 연필들은 대부분 멀쩡하고 새것인 것도 있다. 교실에서는 며칠전부터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통은 그대로인데 샤프심만 쏙쏙 사라지는 것이다. 도데체 누가 이런 장난을 치는 걸까? 그냥 넘기기에는 샤프심을 도둑맞은 아이들이 너무 많다. 수상한 분위기로 교실이 술렁이는 가운데, 예진이는 옆 반과의 피구 시합에서 이기기위해 감기에 걸린 몸으로 체육 시간에 참여하지만 결국은 쓰러지고 교실로 돌아와 휴식을 취하던 중에 샤프심을 훔쳐간 범인과 마주한다.

범인은 바로?! 연필이었다. 자신들을 무책임하게 버리는 것에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연필과 지우개 연합군이 일을 벌인 것이다. 귀엽게 이쑤시개를 손에 쥐고 예진이를 위협하는 연필과 지우개 연합군. 아무 죄 없이 끌려와 울고 있는 샤프심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든 예진이는 친구들을 대신해서 자신이 연필과 버림받은 지우개들의 주인이 되겠다고 제안하며 이제 샤프심을 그만 괴롭히라고 말한다. 이에 연필은 만약을 대비해서 각서를 써 두겠다고 하고 예진은 연필 지우개 연합군의 샤프심 소탕 작전을 막기 위해 연필의 고향에 소속된 모든 연필과 지우개의 평생 주인이 될 것을 약속한다.

내가 연필이어도 이런 상황이면 억울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아이들이 연필을 잃어버려도 찾지 않고 샤프만 써대니 화가 날 수 밖에 그 심정이 이해가 간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한동안은 필통속에 연필이 가득하지만 그마저도 시간이 지나면 연필의 자리는 샤프로 바뀌어 간다. 예전에는 연필을 아껴 쓰고자 몽땅 연필을 볼펜 기둥에 끼워 쓰기도 했다는데, 깍지 않고 꾹꾹 누르는 대로 나오는 샤프의 편리성 때문일까 요즘은 연필을 쓰는 학생들을 찾아보기가 많이 힘들어졌다. 샤프를 쓴다고 그게 나쁜 것은 아니다. 다만 저리 무책임하게 버리지는 말아야지. 잃어버려도 괜찮은 건 없다. 세상의 모든 것은 다 소중하다. 작다고 해서 혹은 많다고 해서 소홀히 하면 안 된다. 요즘은 모든 게 풍족하게 고루 갖춰져 있어서 그런지 물건의 소중함을 점점 잊어가는 것 같다. 예전에는 모든지 다 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 쓰고 그랬는데, 이런 소릴하면 너무 옛날 사람같으려나? 확실히 모든 게 풍족해진 반면에 우리들의 씀씀이가 헤퍼진 건 사실이다. 책을 읽으며 잠시 그 시절을 떠올리고 동심에 젖어든다. 그리고 지금을 돌아보며 물건들을 소중히 다뤄야겠다는 생각을 아이와 함께 나눠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