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이 정답은 아니야 - 세상의 충고에 주눅 들지 않고 나답게 살기 아우름 31
박현희 지음 / 샘터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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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는 삶은 다른 사람에 대한 신뢰가 없는 삶이다. 우리는 한정된 에너지를 가지고 한정된 시간을 살아가고, 한 사람이 한 생애에 알 수 있는 일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런데도 많은 것을 누리고 있는 것은, 다행히도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돌다리를 만들고, 어떤 사람은 그 다리를 이용하면 된다. 그런 뒤에 나도 다른 사람을 위해 세상 어느 곳에 돌다리를 놓아주면 된다. 그러면 다른 사람이 내가 놓은 다리를 편안하게 이용해줄 것이다, 이게 우리가 사는 삶이다. 그런데 다른 사람이 만들어놓은 다리를 못미더워하고 계속 의심만 한다면, 우리는 그들이 만들어놓은 다리를 건너지도 못할뿐더러 또 다른 누군가를 위해 다리를 놓아주지도 못할 것이다. 그러니 눈앞에 돌다리가 보이거든 고마워하며 일단 건너보는 건 어떨까. 그리고 주변을 살피고 염려하는 시간에 다른 중요한 일을 하는 것이다. (P.16)

 

사람은 서로 다르게 태어난다. 어떤 사람은 한 우물을 깊게 파는 것을 좋아하지만, 어떤 사람은 얕은 우물을 여러 개 파는 것을 좋아한다. 또 어떤 사람은 변화를 좋아하지 않지만, 어떤 사람은 변화가 없는 삶을 견디지 못하기도 한다. 우리가 서로 다르게 태어난 것에는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판단형 인간의 경직성을 인식형 인간이 보완하고, 인식형 인간의 경솔함을 판단형 인간이 보완하며 서로 힘을 합쳐 잘 살아가라는 뜻은 아닐까. 그러니 굳이 나와 다른 사람의 삶에 대해 훈수를 둘 필요는 없다. 나에게는 나만의 방식이 있듯이 그에게도 그만의 방식이 있을 뿐이다. (P.51)

 

‘최선을 다하라’는 말은 대체로 이미 무언가를 이룬 사람들이 지금 애쓰고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하는 말이다. 그래서 주로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선배가 후배에게 이렇게 말한다. 그들 나름의 격려이고 충고이며 노하우의 전수인 셈이다. 하지만, 이미 죽을 만큼 노력하고 있는데 거기에 대고 ‘최선을 다하라’고 말하면 무엇을 더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그것은 달리는 말에 채찍질을 하는 것과 다름없다. 이미 필사적으로 달리고 있는 말에게 더 속도를 내라고 요구하는 것은 너무 비인간적이지 않은가. (P.119)

 

 

각계 명사에게 다음 세대에 꼭 전하고 싶은 한가지가 무엇인지 묻고, 그에 관한 응답을 담는 인문교양 시리즈 아우름의 서른한 번째 주제는 상식에 대한 편견을 바로 잡아 사회는 보는 상상력을 기르자이다. 상식은 누구나 당연히 알아야 하는 것이고, 그에 따라 행동해야 하는 것이라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들이 과연 모두 당연히 그래야만 하는 것들일까? 책은 저자가 들어왔던 수많은 충고들에 대한 의심의 기록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상식들이 모두에게 획일적으로 적용되면서 만고불변의 진리인 양 여겨지는 것을 문제 삼고 있다.

저자는 작은 균열을 꿈꾼다. 다들 한 치의 의심도 없이 당연하다고 믿는 세계에 돌을 던지며, ‘물론의 세계’를 지탱하는 상식의 성벽에 작게나마 균열을 내고 싶다. 그녀가 던지는 돌의 힘이 미약해서 작은 틈새조차 만들어내지 못할지도 모른다. 이런 시도가 ‘계란으로 바위치기’에 머물고 말지라도 괜찮다. 물론 세계는 견고해서 이런 한 방에 끄덕도 안 할 거라는 것쯤은 이미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적어도 그 커다란 성벽에 작은 자국이라도 남겨 누군가가 ‘어? 저게 뭘까?’하고 의문을 갖는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라,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 공부에도 때가 있다,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마라 등 상식은 흔히 속담이나 충고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오랜 시간을 견뎌내고 사람들 속에서 검증을 거쳤다는 점에서 이런 말들은 강력한 설득력을 가진다. 널리 알려진 만큼 모두에게 으레 당연한 듯이 받아들여져 우리는 무심코 주변 사람들에게 이 잣대를 들이밀게 되고 그러다보면 내가 의도한 바와 다르게 듣는 사람에게 폭력이나 억압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저자는 바로 그점을 날카롭게 끄집어낸다. 

고정관념이라는게 이런 것일까.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읽다보면 공감가는 글들이 상당히 많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들을 당연한 듯 정답으로 받아들이는 태도를 돌이켜보며 인식을 전환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주저하고만 있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두려워도 일단 한 발을 내딛어야 다음 무대가 펼쳐진다. 실패 없는 삶이 어디 있을까. 살아가면서 언제나 성공만 할 수는 없다. 어떤 날은 실패하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성공도 하면서 앞으로 나아간다. 돌을 갓 지난 아기가 넘어지는 걸 두려워한다면 끝내 걷지 못하고 네발로 기어 다닐 수 밖에 없다. 실패를 경험해야 언젠가는 성공한다. 저자의 말처럼 안전하고 실패없는 삶도 좋겠지만, 그게 우리가 살아갈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나 역시 내가 알고 있는 상식들이 마치 정답인 듯 한 치의 의심도 없이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것 같다. 물론 모두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잘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내뱉은 말과 행동이 타인의 기회와 가능성을 붙잡아 두었던 것은 아닌지 내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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