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게 늙기
송차선 지음 / 샘터사 / 2018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세상에 모든 것을 다 갖추고 부족함 없이 살아가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그것은 물질적인 것 말고도 내적인 문제도 그렇습니다. 성격이나 기질이 완전하다는 것 자체도 그 기준이 모호합니다. 그래서 만족스럽지 못한 상태에서 서로의 부족함을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지요. 그렇다면 열린 마음이 필요합니다. 나도 잘못할 수 있고, 실수할 수 있고, 모든 것을 다 잘할 수도 없고, 모든 것을 다 알 수도 없습니다. 내가 그렇다면 이웃도 나와 큰 차이가 없지요. 모든 것이 다 만족스럽고 마음에 들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자신의 부족함을 받아들일 때 이웃의 부족함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먼저 자신과 화해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하고 또 중요합니다. (p.40)

 

 

지혜로운 판단도 나이 든 노인들의 통합능력에 의존합니다.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다고 해서 지혜로워지는 것이 아니라 그 많은 정보들을 어떻게 통합하느가 하는 것이 지혜로움을 결정합니다. ‘노인들의 겸손이 전제된 경험의 통합’-이것이 노인들의 품위를 보장합니다. 이렇게 품위를 갖춘 노인은 아름다울 수 밖에 없습니다. (p.115)

 

 

세상이 혼탁할수록 어른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나는 그런 어른이 될 수 없을까요. 아리스토텔레스가 비난했던 노인의 태도와 반대로만 살아가도 우리는 얼마든지 존경받는 어른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비록 노화되었으나 시대가 요구하는 어른은 아니더라도 내 주변의 이웃들에게만이라도 성숙한 어른으로서의 너그러움과 따뜻함, 관용과 인내를 보여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른들에 대해 가질 수 있는 일반적인 기대감을 일순간 다 무너트릴 수 있는 악재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욕심입니다. 누구나 욕심으로 가득 차 있으면 너그러움도, 따뜻함도, 관용도, 인내도 모두 사라집니다. (p.151)

 

 

책은 저자가 요셉대학에서 한 강의 내용을 바탕으로 바야흐로 고령화시대가 열리면서 늙어감이라는 불가피한 자연적 현상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하는 담론을 시작할 때 통상적으로 80대에 자연사한다고 가정했을 때 아직은 죽을 때까지 갈 길이 남아 있는 저자가 곱게 늙는 것을 목표로 하는 자신을 향한 채찍의 의미로 서술한 내용이다. 그래서인지 독자에게 어떤 지침을 주기보다는 그렇게 살고 싶다는 자기고백의 성격이 강하게 드러난다. 저자는 곱게 늙기 위한 방법으로 개방, 경청, 양보, 겸손, 소유, 관심, 청결과 밝음, 미소와 정신 그리고 영혼 등 총 여덞가지 주제를 제시하는데 공교롭게도 각 단어의 앞글자만 모아 놓으면 올림픽이라는 단어가 완성된다.

나이 듦을 두려워하지 않고 유연하게 받아 들이기! 책은 읽으면 읽을수록 배워야 할 것들 투성이다. 저자의 말처럼 아름답고 곱고 품위있게 늙어갈 수 있을까. 그저 욕심부리지 않고 겸손하게 늙어갔으면 좋겠는데 책을 읽다보면 나도 저자가 하는 말처럼 곱게 늙어 가고 싶다는 생각이 머리속에서 둥둥 떠다닌다. 이제 그 방법을 알았으니 저자가 알려준 대로 실천하다보면 곱게 늙기가 가능하겠지. 갈수록 고령화되고 있는 우리 사회, 요즘 주변을 둘러보면 나이만 많을 뿐이지 볼썽사납게 마구잡이식으로 행동하는 아이같은 어른들을 자주 접하게 된다.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 그리 기세등등 할 수 있는 걸까. 누가 봐도 누가 잘못했는지 훤히 들여다 보이는데 정작 당사자는 태연하다. 본인만 모르는 것 같다. 그런 모습에 나 뿐만 아니라 지켜보는 모두가 눈살을 찌뿌리게 된다. 그래서일까, 나는 절대 나이가 들어서도 그런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다. 의연하게 상황을 대처하는 성숙한 어른이고 싶지 아이처럼 막무가네로 행동하는 미성숙한 어른이 되고 싶지 않다. 아마 모두가 그러지 않을까.

우리는 늘 젊다고 생각하지만 세월 앞에 장사없다고,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레 주름도 늘고 얼굴의 생김새도 변하면서 누구나 예외없이 늙어간다. 나 역시 마찬가지 지금 이 순간도 눈에 띄지 않을 뿐이지 소리없이 늙어가고 있다. 세상이 좋아져서 잘 관리하면 된다고는 하지만 그 시기가 잠시 늦춰질 뿐 늙음은 아무도 피해갈 수 없다. 사실 세월이 가면 늙는 것이야 당연한 일인데 아직은 내가 어리다고 생각해서 그런가 아니면 그 생각에 갑자기 기분이 나빠져서 그런지 단번에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는 좀 어려웠다. 아직 너무나 먼 미래의 일이지 않은가. 내가 이 책을 읽기에 이른 감이 없지 않아 있긴 하지만 책을 읽을수록 이 책을 읽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리 알아둔다고 해서 나쁜 일이 절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깨닫는 바가 컸다. 책을 읽으면서 평소라면 전혀 몰랐을 노인분들의 생각을 알게 되고 그로인해 그들을 좀 더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저자의 말처럼 나이가 들어서 어느 날 갑자기 곱게 늙을 수는 없다. 아직은 젊었을 때 곱게 늙을 준비를 하고 그 과정을 거쳐야 곱게 늙어 있을 것이다. 책에 적힌 글들은 어쩜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글은 읽고 또 읽어도 과하지 않다. 오히려 자주 읽으면서 우리의 마음 한켠에 담아 두어야 하는 말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