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걸 비포
JP 덜레이니 지음, 이경아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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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집에서 받은 인상은 단순히 멋지다는 것만은 아니에요. 이 집에 얼마나 헌신했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그러니까 그건 절대 타협할 수 없는 거죠. 어떤 면에서는 인정사정없기도 해요. 하지만 이 건축가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백 퍼센트 구현한 것을 만들어내기 위해 자신이 가진 것, 자신의 열정을 있는 대로 다 쏟아부은 사람이에요. 여기에는 ······ 음, 가식적인 표현이기는 하지만, 그 행위에는 진실함이 있어요. 내 생각에 그 사람은 이 집에서 살면서 따라야 할 생활방식을 자신처럼 솔직하게 대할 준비가 된 사람을 찾는 것 같아요.” (p.34)  

 

 

그 집은 죽음과 함께 잉태되었다.
엄밀히 말해 두 개의 죽음. 즉, 이중의 사별.
그래서 내가 그 집에서 그런 느낌을 받은 걸까?
그곳의 금욕적인 공간과 내 개인적인 상실 사이에
어떤 종류의 동질성이라도 있는 걸까? (p.46)

 

 

“다른 사람들이라뇨?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그는 나를 보며 순진무구한 아이 같은 미소를 짓는다. “오, 그 사람이 말 안 했나요? 당신 전에 살았던 사람들 말이에요. 아무도 영원히 남지는 못했어요. 아시다시피, 그게 바로 핵심이죠.” (p.212)

 

 

이 집은 내가 진실을 알아내기를 원한다. 나는 그렇게 확신한다. 벽이 말을 할 수 있다면 원 폴게이트 스트리트는 이곳에서 무슨 일이 있어났는지 말해줄 것이다.
내 호기심을 만족시키자. 나는 이렇게 결심한다. 단 은밀하게. 그리고 이 혼령들을 영면에 들게 하면 다시는 깨우지 않을 것이다. 내가 알아낸 사실을 절대 그 사람에게 털어놓지 않을 것이다. (p.280)

 

 

원 폴게이트 스트리트. 분명 이 집 자체는 너무나 근사하고 좋다. 당장이라도 들어와 살고 싶을 만큼! 하지만 이 집은 살면서 지켜야 할 조항들이 엄청나다. 반년 마다 방문객들에게 집을 개방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요 사전 약정에 의한 것이 아니라면 어떤 종류의 변경도 할 수 없다. 러그나 양탄자를 깔아서도 안되고, 그림도 안되고, 화분도 금지. 장식품도 금지. 책도 금지. 쓰레기통 금지. 흡연 금지. 컵받침과 식탁용 매트 금지. 쿠션도, 작은 장식품도, 조립시 가구도 금지! 언제 어느 때고 바닥에 물건이 놓여 있으면 안 된다. 이런 조항은 전부 이백 개가량으로 주로 안 되는 일 투성이다. 이렇게 제약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이 곳에 들어와 살겠다는 사람은 줄을 섰다. 하지만 무작정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집 주인인 건축가가 세입자를 승인해야 한다. 그 단계까지 가기 위해서는 먼저 기다란 신청서 양식을 작성해야 한다. 신청서를 다 읽고 규칙을 제대로 이해했다는 서류에 서명을 하고 서류가 통과되면 건축가가 어디에 있건 그곳에서 일대일 면접을 보고 통과해야만 그 곳에서 살 수 있는 것이다. 그 모든 과정을 감수하고도 이 집에 살고싶은 제인과 엠마.

책은 완벽하지만 많은 것을 감수해야만 살 수 있는 집, 원 폴게이트 스트리트를 배경으로 두 여자 과거의 에마와 현재 제인의 이야기가 교차되면서 이어진다. 집주인이자 건축가인 밍크퍼드의 면접을 통과한 후 제인이 이사를 온 첫날부터 현관에 놓여 있던 커다란 백합 꽃다발. 따로 메모가 없어 입주자가 새로 들어올 때마다 꽃을 선물하는거라 생각했는데 며칠이 지나고 전과 똑같은 꽃다발이 또 도착했다. 자신에게 온 건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이 집에서 살해된 에마를 추모하고자 그녀를 사랑했던 누군가가 두고 간 꽃다발이었다. 완벽하기만한 이 집에서 도데체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
책을 읽다보면 제인 위로 에마가 겹쳐진다. 다른 듯 하지만 서로 닮은 두 사람 그리고 그 두 사람을 사랑한 남자 밍크퍼드. 제인은 그의 당부에도 불구하고 그가 사랑했던 여자들에 대해 더 많이 알아야만 그를 더 잘 이해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기에, 호기심을 선뜻 버릴 수가 없다. 결국 제인은 충족되지 못한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 그의 과거를 쫓기 시작하고 그로 인해 덮여있던 비밀들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다. 거침없이 뒤얽히기 시작하는 두 여자의 삶,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후반부로 갈수록 커져가는 긴장감! 벽돌책임에도 스토리 자체가 너무 탄탄해서 읽는 동안 지루할 틈이 없었다. 론 하워드 감독이 영화화 하기로 했다는데 책의 내용을 영화로 어떻게 그려낼지 정말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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