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 지켜보고 있어 스토리콜렉터 65
마이클 로보텀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18년 7월
평점 :
절판


 

 

 

 

 

나는 마니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지만, 마니는 아직 그 사실을 모른다. 나는 그애의 사진들 가장자리에 절반만 찍힌 존재, 그애가 고개를 돌릴 때마다 사라지는, 시야 가장자리의 그림자다. 그애의 감은 눈꺼풀 뒤에서 춤을 추는 유령이자 눈을 깜빡일 때마다 따라 깜빡이는 어둠이다. 이름 없는 수호자, 팡파르도 없이 등장하는 영웅, 그리고 마니라는 교향곡의 지휘자다. 나는 지켜보는 사람이다. (p.8) 

 

마니는 차광판을 끌어내리고 거울을 보며 화장을 점검한다. 이게 정말 내 인생일까? 마니는 의아하다. 돈을 위해 다리를 벌리는 것. 돈 많은 사업가들하고 노닥거리면서, 그들의 매력과 기지에 홀딱 반한 척하는 것. 패트릭 헤네시를 위해 재주를 넘으며 그때그때 돈을 갚아가는 것. 마니가 조이의 나이였을 때, 또는 대니얼과 결혼했을 때, 그도 아니면 그렇게 갑작스레 대니얼을 잃었을 때조차 이런 인생은 한 번도 상상해보지 못했다. (p.21)

 

 

이제 대니얼은 가버렸다. 없다. 사라졌다. 일 년이 지나도록 아무 소식도 듣지 못했다. 전화도, 이메일도, 목격담도, 문자 메시지도, 은행 계좌 인출도. 대니얼은 여권도, 신용 카드도, 체육관 회원권도, 휴대폰도 이용하지 않았다······.
그 대부분의 시간 동안 마니는 대니얼이 아직 살아 있다는 믿음에 매달려왔다. 전화벨이 울릴 때마다 흠칫 놀라고 쉴 새 없이 메시지를 확인하고 며칠에 한 번씩 경찰서에 전화했다. 기도를 올렸고 지나가는 차 한 대도 눈여겨보았으며 우편함을 열 때마다 기대에 부풀어 올랐다. 그렇지만 이제 더는 매달릴 처지가 아니었다. 마니는 돈이 필요하고, 대니얼의 남은 자산에 손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본인이 문간으로 걸어 들어오든가 아니면 시신으로 발견되는 것뿐이다. 그 사이에는 아무것도 없다. 아무런 타협도, 임시방편도 존재하지 않는다. (p.35)

 

 

마니는 지금 살고 있는 집에서 살 형편도, 이사 갈 처지도 못 된다. 집세가 벌써 두 달치나 밀렸다. 대니얼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이후 쥐꼬리만한 저금과 친구들한테 빌린 돈으로 근근이 살아왔지만, 13개월이 지나자 돈도, 친구들의 호의도 모두 동이 났다. 한 층 아래, 2층에  사는 건물주 브러머 씨는 금요일마다 찾아와 집 안을 돌아다니며 밀린 월세를 내든지 아니면 집을 비우라고 닦달한다. 그녀가 지금 가지고 있는 돈은 고작해야 몇 푼. 가스 요금도 내야하고, 딸 조이의 통신비도 더 채워줘야 하고, 학교에 신고 갈 새 신도 사줘야 하고 돈 나갈 데가 더 있지만 패트릭 헤네시라는 이름의 남자에게 빚진 3만 파운드에 비하면 전부 아무것도 아니었다. 빚을 진 건 남편 대니얼이었다. 실종 되기 전에 잃은 돈. 도박으로 날려버린 돈. 빚은 대니얼이 사라졌다고 해서 함께 사라지지 않았다. 아무리 돈이 없다고 눈물로 호소하고,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위협해도 탕감받을 수 없었다. 그러기는 커녕 마치 사람의 DNA를 통해 내려지는 유전적 기질처럼 물려졌다. 결국 돈을 갚을 능력이 없는 마니는 두 아이를 지키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며 그가 시키는대로 일할 수 밖에 없었다. 혼자서 대니얼의 빚을 갚아나가야 했다.

대니얼이 사라진 이후 일주일에 두 번, 화요일과 금요일마다 마니는 조 올로클린 교수를 만나 슬픔과 버려짐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다. 돈은 국민의료보험에서 대준다. 그게 없었으면 그녀의 처지에 임상 심리학자를 만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불안 발작 횟수는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기억 상실을 겪는다. 기억나지 않는 구간들이 있다. 때로는 몇 분간, 때로는 몇 시간 동안 지속되는데, 그 구간이 지나가면 마치 꿈에서 깨어나는 기분이다. 다만 그 꿈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을 뿐. 실종. 시간의 경과. 건망증. 조는 몇 달째 그 이유를 알아내려고 애써왔지만 그녀의 마음 한 구석은 조에게 닫혀 있다. 마니는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에게로 향하는 묵직한 시선들이 느껴진다. 뭐라 설명할 수는 없지만 마치 누군가가 숨어서 자신을 감시하거나 몰래 비웃는 것만 같다. 주변을 둘러보지만 아무 것도 찾을 수가 없다. 그러던 중 그녀를 둘러싸고 연이어 의문의 살인사건들이 일어나고 그녀는 혼란의 중심에 서게 된다. 경찰이 수사를 확대해 가는 과정에서 그녀를 상담해오던 심리학자 조 올로클린 또한 이 사건에 가담하게 되고 곧이어 그의 부탁으로 친구인 은퇴한 형사 루이츠까지 합세하면서 의문의 죽음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한다.

 

 

 

랜드크루저가 속도를 높여 멀어진다. 디젤 한 줄기가 루이츠의 목에 걸린다. 이 만남은 처음부터 끝까지 꺼림칙하다. 마치 뭔가를 놓치고 있는 것 같다. 줄거리상의 어떤 중요 지점, 사건들의 전환점 같은 것. 이는 그 이야기가 그다지 서로 잘 들어맞지 않는다는 뜻이다. 왜 그토록 신경이 쓰일까? 그것은 루이츠의 싸움이 아니다. 루이츠는 은퇴했다. 편안한 삶을 위해 정착했다. 범죄자들, 갱스터들, 중독자들, 부패한 경관들, 피고 측 변호사들, 테러리스트들, 또는 피해자들은 더는 없다. 책임도 더는 없다. 그렇지만 그것만으로는 뭔가 부족한 것만 같다. (P.212)

 

 


역시 여름에는 추리소설이지! 책을 펼치자마자 시작되는 독백에 섬뜩, 넌 누구냐!!!
이 책은 펼치는 순간 중간에 덮을 수가 없다. 영미문학의 거장 스티븐 킹이 극찬한 작품답게 한 번 읽기 시작하면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을 정도로 흡입력이 엄청나다. 읽을수록 책속으로 빠져든다. ‘왜?!’ 라는 물음표가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다음 내용이 너무 궁금해서 한 번 펼치면 끝까지 정주행이다. 마음은 급한데 눈이 빨리 따라가지 못하니 답답할 지경이다. 난 왜 빨리 읽지 못하는지 ㅠㅠ

처음에는 이른바 벽돌책 같은 엄청난 두께에 놀라고 다음엔 전혀 생각치 못한 반전에 놀라고 책은 읽다보면 놀라움의 연속이다. 부담스러울 정도로 두껍지만 읽다보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녀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들은 하나같이 그녀와 어떤 식으로든 연관이 되어 있다. 도데체 누가? 왜? 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얼마 동안 마니는 용의자였다. 비록 공식적으로든 비공식적으로든 아무도 마니한테 직접 그렇게 말하지는 않았지만. 엄마는 강하다고 했던가 그녀 역시 강했다. 두 자녀를 데리고 어떤 상황에도 동요하지 않고 굳건하게 버터내는 그녀. 상처 입고 위태롭지만,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한다. 자신이 처한 환경에 지지 않으려 오히려 더 억척같이 열심히 살아가려고 노력한다. 모든 사건은 그녀를 중심으로 일어난다. 그리고 그 모든 일들은 일제히 그녀를 가리킨다. 분명 그녀의 주위에 누군가 있기는 한데, 흔적은 있지만 실체는 보이지 않고 그가 누구인지 자꾸만 더해져가는 물음표 사이에서 조와 루이츠의 활약으로 점차 사건의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조금씩 사건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드러나는 충격적인 사실! 진짜 헉!!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정말 충격적이다! 앞을 예측할 수가 없다. 책을 덮고 나서도 한동안 흥분이 가라앉질 않는다! 이 흥분을 주체할 수가 없다. 어쩜 끝까지 이리 독자를 쥐었다폈다 하는건지! 최근에 읽어 본 스릴러 소설 중에 최고이지 않나 싶다. 읽는 내내 전혀 예측불가! 흡입력도 장난아니고 엉켜있는 실타레를 풀어가는 과정이 너무나 흥미진진해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다. 그야말로 스펙터클! 이 정도면 스티븐 킹 작가님이 아니라 그 누구라도 극찬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진짜 이 작가님 뭐지?!!! 꼭 읽어보세요! 어서 읽어보세요! 진짜 추천합니다!! 웬만해서야 이 정도로 흥분하지 않는데... 와, 반전이 정말 기가 막힌다. 책을 읽는 동안 마치 누군가가 지켜보는 것 같아 섬뜩한 기분을 지워낼 수가 없다. 대 끝까지 긴장을 늦추지 말 것!
이어서 다음편이 나올 것 같은데!!!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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